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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발언 왜곡 논란, '진중권 저널리즘'이 키웠다

[뉴스 분석] '친일파 발언' 관련 기사 74%에 '진중권' 등장... <반일 종족주의> 비판은 묻혀

등록 2020.10.17 12:23수정 2020.10.1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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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2020.10.12 ⓒ 연합뉴스

 
"(앞부분 생략)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돼 버립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 그들을 일본의 죄악에 대해서 편들고, 왜곡하는, 역사를 왜곡하는 그자들을 징벌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운동이 지금 전개되고 있습니다. 제가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아리랑을 쓴 작가로서 이것은 사회적,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합니다."(조정래 작가 기자회견 발언 녹취록 가운데)"

조정래 작가는 지난 12일 오전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발언을 했지만, 일부 언론은 그를 '일본 유학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된다'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한 인물로 각인시켰다.

조 작가가 지난 14일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자신의 발언은 모든 일본 유학자를 지칭한 게 아니며,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라고 범위를 제한했음에도 일부 언론에서 주어부를 없애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정정보도한 언론사는 없었다.

"대통령 딸도 일본 유학했는데"... 진중권 발언이 논란 더 키워 

일부 언론의 '거두절미' 보도가 발단이 됐지만 '조정래 발언' 논란이 커진 데는 이른바 '진중권 저널리즘'도 한몫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정도면 '광기'라고 해야죠.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극우적 경향이 주책없이 발현된 것이라고 봅니다"라고 조 작가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같은 날 "대통령의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아는데... 일본 유학 하면 친일파라니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민족반역자로 처단 당하시겠네요"라며, 대통령 가족까지 거론해 친여 누리꾼들까지 자극했다.

평소 진 전 교수 SNS 발언을 현 정권 비판에 적극 활용해온 보수 언론들이 먼저 먹잇감을 물었다.

'조중동'은 이날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조정래 "日유학 갔으면 친일파" 진중권 "文대통령 딸도 친일파냐">(조선일보), <조정래 "日 유학 다녀오면 친일파" 진중권 "이정도면 광기">(중앙일보), <조정래 "日유학, 무조건 친일파" 주장에…진중권 "이 정도면 광기">(동아일보) 등 두 사람 발언을 묶어 보도했다.

여당과 조 작가도 이같은 '진중권 저널리즘'을 비판했다.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지난 13일 공식 논평에서 "진중권씨의 조롱이 도를 넘어서 이제는 광기에 이른 듯하다"면서 그를 <삼국지>에서 조조, 유표, 황조 등을 조롱하다 죽은 '예형'에 비유해 논란을 키웠다.

조 작가도 지난 14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자신을 향해 광기라고 말하고 대통령 딸까지 끌어들이는 등 무례와 불경을 저질렀다면서 진 전 교수가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조정래 발언 관련 기사 127건 중 94건에 '진중권' 등장

언론은 조정래 작가와 진중권 전 교수 발언을 어떻게 활용했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을 활용해 지난 12일부터 16일 사이 54개 매체 기사를 분석했더니, 조정래 작가 친일파 발언 관련 보도 126건 가운데 '진중권' 발언이 같은 언급된 기사가 94건(약 74%)이었다.(아래에 기사분석보고서 첨부)

11개 중앙일간지 가운데 <세계일보>는 12건(100%) 모두 두 사람 발언을 묶어 보도했고, <조선>은 11건 가운데 8건(73%), <중앙>은 7건 가운데 6건(86%), <동아>는 4건 가운데 3건(75%)이었다. 반면 <경향>은 2건 가운데 1건(50%)에 그쳤고, <한겨레>는 조 작가 발언 기사만 1건이었다.

조 작가 발언 기사 연관 키워드 분석에서도 '진중권' 키워드 빈도수가 265회로 가장 많았다. 결국 진 전 교수 발언이 조정래 작가 발언 논란 확산에 가장 많이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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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 '친일파 발언' 관련 기사 연관 키워드 분석 결과 '진중권' 키워드가 빈도수 265으로 가장 많았다.(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분석 결과) ⓒ 언론재단 빅카인즈

 
조 작가 해명에도, 진 전 교수는 지난 15일 "문인이라면 문장을 제대로 써야죠"라며 "그 낱말들("무조건 다")이 들어간 이상 문장은 당연히 일본 유학생은 무조건 다 친일파라는 식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근데 그 잘못을 왜 애먼 언론에 뒤집어 씌우는지"라며 언론을 두둔했다.

조 작가 발언은 자신의 소설 <아리랑>을 비판했던 <반일 종족주의>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 일부 학자들을 겨냥했지만, 대부분 언론은 조 작가 발언을 액면 그대로 전달하면서 진의를 둘러싼 논란만 키웠다.(관련기사 : "이영훈이 저를 많이 욕했는데..." 조정래의 일침  http://omn.kr/1pmac )

<한겨레> 문학전문기자인 최재봉 선임기자는 지난 12일 현장 취재 기사에 조 작가 발언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실었다. 과연 조 작가 발언 취지를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한 건 어느 쪽이었을까?
 
"토착왜구라고,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일본의 죄악을 편들고 역사를 왜곡하는 민족 반역자들에 맞서는 운동에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려 합니다. 그것이 <아리랑>을 쓴 작가로서 책무라고 생각해요."(<한겨레> "민족 반역자들에 맞서는 운동은 '아리랑' 작가로서 책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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