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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도쿄올림픽이 북미협상의 무대가 되려면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미국의 구상과 복잡한 한반도 정세

등록 2020.10.19 16:05수정 2020.10.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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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 연합뉴스/EPA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을 계기로 북미협상이 내년 도쿄올림픽을 무대로 재개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16일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애스펀연구소의 화상 대담에 출연해 "북한 사람들이 도쿄올림픽 참가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올림픽 기간 이전, 도중이나 이후에 당사자들이 모여 북한 주민의 번영과 더 나은 경제적 시기로 이끌고, 현명한 감축과 비핵화를 위한 몇 가지 추가 조치들을 이끄는 협상을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오브라이언이 말한 방식이 북한 지도부의 일원이 올림픽을 전후해 일본에서 미국과 접촉하는 방식이라면, 이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김여정의 남한 방문이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 2018년 선례를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재현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본은 한국에는 강경 태도를 보이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건 없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아베 신조 내각 말기에 대북관계 발전을 위한 북한 전담 부서가 외무성에 설치되기도 했다.

일본은 북한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일본은 동아시아 국제관계에서 자국이 소외되는 이른바 '재팬 패싱'을 극복하고, 차제에 경쟁국인 한국을 소외시키는 '코리아 패싱'을 만들어놓을 수도 있다.

북한 역시 외형상의 공언과 달리 실제로는 대일관계에 적극적이다. 일본에 대해 적대적인 듯이 발언하기도 하지만, 김일성 시대 이래로 북한은 일본과의 대화를 기본적으로 환영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선진적인 자본주의 국가와의 경제교류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 일본을 협력자로 끌어들이면 남한과의 정통성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점 등이 북한에는 매력적인 요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올림픽을 계기로 북·미가 접촉하는 기회에 북·일 접촉이 자연스레 성사되는 것은 북·일 양국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 이런 기회에 북·일이 만나게 되면, 냉각된 양국관계를 어느 정도 청산하고 수교를 위한 발판을 깔아놓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남북관계와 마찬가지로 북일관계에도 장애물이 있다. 도쿄올림픽이 평창올림픽 같은 성과를 낳으려면 그런 장애물이 사전에 어느 정도 극복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장애물 가운데서 지금 특히 주목할 것은 2가지다.

두 개의 걸림돌

2002년 9월 17일 북·일 평양선언으로 거의 성사될 뻔했던 북일수교가 무산된 원인 중 하나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다. 그날 있은 북일정상회담 뒤에 북한이 납북자 및 그 가족과 납북자 유골을 송환했지만, 일본은 요구조건을 계속 추가했다. 그래서 양국관계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2004년 11월에 북한이 송환한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을 놓고 일본은 '유골이 가짜이니, 진짜를 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납치 문제가 북일관계를 가로막은 게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1991년 1월부터 1992년 11월까지 여덟 차례 개최된 북일 수교교섭이 결렬된 이유 중 하나도 납치 문제였다. 1991년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회담 때 일본이 의제에 없었던 이은혜 문제를 갑자기 제기하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결국 제8차 때 북한이 회담 결렬을 선언하게 됐다.

이은혜는 1987년 대선 직전에 있었던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KAL기 폭파 사건)으로 체포된 김현희의 일본어 교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현희를 수사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1988년 2월 7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은혜를 거론한 것이 4년 뒤의 북일수교를 무산시키는 데 영향을 끼쳤다. 1988년 2월 8일자 <동아일보> 기사 '김현희 가르친 일(日) 여인도 납북됐다'에 이런 대목들이 있다.
 
"국가안전기획부는 7일 대한항공 858편기 폭파범 김현희(26)에게 평양에서 일본어를 가르친 여자 지도원은 지난 79년경 일본의 해변가에서 북괴 공작원들에게 납치돼 강제납북된 31세 가량의 이은혜(한국어 가명)라는 일본 여성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안기부는 또 김현희가 이은혜로부터 '김정일의 생일파티 석상에서 나처럼 강제납북 돼온 일본인 부부를 만났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안기부의 발표가 1990년대 초반의 북일 교섭을 파행시키는 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 이 사례를 모델로 2002년 북일정상회담 뒤에 극우세력과 함께 납치 문제를 이슈화시켜 수교를 무산시키고 이에 힘입어 총리가 된 인물이 바로 아베 신조다. 아베 신조와 극우세력은 부시 행정부(2001~2009)의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고립이 심화된 틈을 활용해 납치 문제를 이슈화시키고 국민들의 인기를 끄는 데 성공했다.

1945년 이래로 일본은 가해자 이미지를 띠고 있다. 그런데 납치 문제는 일본이 피해자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소재다. 일본의 전쟁범죄를 부정하려 하는 극우세력의 입장에서는 납치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이 자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극우세력이 어떻게든 이 문제를 키우려 하는 데는 그런 동기도 깔려 있다.

만약 내년에 일본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이 미국 대표단만 상대한 채 납치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평양으로 되돌아가면, 북한에 대한 일본 극우의 비판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이고 스가 내각 역시 자국민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스가 내각이 이를 방지하자면, 사전에 북한과 합의를 이루는 수밖에 없다. 이러려면 북·미 접촉 못지않게 북·일 접촉도 바삐 전개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일본 극우의 목소리를 잠재울 만한 성과가 이 접촉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관계·북일관계가 발전하기를 기대하기가 힘들게 된다.

더 복잡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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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5일 오후 출입 기자단과 공동인터뷰를 마친 뒤 마스크를 쓴 채 관저를 나서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이 평창올림픽처럼 되는 데 장애가 될 만한 두 번째 요인은 일본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 의식이다. 한국이 아닌 일본이 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호스트가 되어 북·미 핵협상 무대를 제공할 경우, 이것은 중·러의 이해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게 된다. 어쩌면 이 파장이 납치문제 못지않은, 혹은 더 큰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스가 내각이 북·미 양국을 도쿄로 끌어들이게 되면, 그동안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지켜보던 중국과 러시아도 발언권을 높이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국의 중재를 지켜볼 만한 이유는 많아도, 일본의 중재를 지켜볼 만한 이유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러가 발언권을 높이며 접근하게 되면 6자회담 때의 구도가 어느 정도 되살아나,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같은 입장에 서게 되는 양상이 연출될 수 있다. 6자회담은 북한을 견제하고자 미국을 비롯한 5개국이 연대하는 구도로 전개됐으므로, 이 구도가 부활하면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같은 입장에 설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이 그림은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전략과 상충되는 면이 있다. 지금 미국은 중국을 최대 주적으로 설정하고 중국의 해양 진출을 봉쇄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인도·태평양 전략). 동북아는 중국이 서태평양으로 나가는 통로 중 하나다. 미국의 신전략에 따르면 이 통로를 막는 반(反)중국 연대가 성립되고 이에 따라 대(對)중국 포위가 강화돼야 한다.

만약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6자회담 구도가 되살아나 북한이 포위되고 중국이 미국과 한 편이 되는 상황이 연출되면, 첫 선을 보인 지 얼마 안 되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모순에 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동북아 상황은 한층 더 복잡다단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문제의 본령인 북미관계가 자칫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본이 북미 핵협상의 새로운 호스트가 되고 중·러가 이를 견제하려고 뛰어들 경우에는 이처럼 뜻밖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도쿄를 새로운 대화 무대로 만들겠다는 오브라이언의 구상에는 이런 문제점이 내재돼 있다.

이처럼 내년 도쿄올림픽을 무대로 북미협상이 이루어지려면, 일본 극우의 납치문제 제기와 중·러의 일본 견제 및 역학구도의 변경 등으로 인해 동북아 정세가 한층 더 복잡하게 뒤엉킬 수도 있다. 그래서 도쿄올림픽이 평창올림픽의 정치적 성과를 뛰어넘으려면, 이해당사국들이 평창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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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신라왕실의 비밀,왕의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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