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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발굴 봉사 나선 학생들 "몸 고된 것보다 마음이 힘들었어요"

[대전 골령골 유해발굴] "민간인학살 사건 공부 중, 일손 도우러 왔다"... 성미산학교 12명 참여

등록 2020.10.20 19:17수정 2020.10.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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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학교 학생 12명이 대전 골령골에서 유해발굴 봉사활동을 마친 후 희생자 유해 앞에 '진실은 숨겨지지 않는다'는 천 글씨를 펼쳤다. ⓒ 심규상

  

20일, 성미산학교 11학년과 12학년(고등학교 2, 3학년 과정) 학생들이 대전 골령골에서 흙을 채에 거르며 유해 파편을 찾고 있다. ⓒ 심규상

 
"생각보다 더 처참한 현장을 보고 당시 상황이 어땠을까 상상했습니다."

20일, 성미산학교 학생 12명이 대전 골령골에서 유해발굴 봉사활동을 벌였다. 대전 동구청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아래 공동조사단)은 지난달 22일부터 40일간이 일정으로 대전 골령골 제1집단 희생 추정지(대전 동구 낭월동 13-2번지)에서 유해발굴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배우는 중"이라며 "민간인학살 사건을 공부하다 골령골에서 유해발굴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손을 도우려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11학년과 12학년(고등학교 2, 3학년)인 학생들은 안경호 총괄담당(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의 안내에 따라 조를 나눠 유해발굴이나 흙 나르기, 흙을 채로 걸려 유해를 찾는 작업을 벌였다.

난생처음 유해를 접한 학생들의 소감은 어떨까?
 

20일, 성미산 학교 11학년과 12학년(고등학교 2, 3학년 과정) 학생들이 대전 골령골에서 유해발굴을 하고 있다. ⓒ 심규상

  

20일, 성미산 학교 11학년과 12학년(고등학교 2, 3학년 과정) 학생들이 대전 골령골에서 유해발굴을 마친 후 미리 준비해온 술과 과일을 놓고 희생자를 추도하는 절을 하고 있다. ⓒ 심규상

 
김지수(12학년) 학생은 "뼈가 겹겹이 쌓여있는 처참한 현장을 보고 당시 상황이 어땠을까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마디로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는 "땅을 파다 처음엔 '내가 유해를 찾았구나'라는 뿌듯해하다 처참한 유해의 형태와 유가족들을 대하고 웃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담(11학년) 학생은 "유골이 많이 손상된 것을 보고 빨리 수습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며 "하루빨리 유해를 수습해 편안한 곳으로 모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린(11학년) 학생은 "사람의 뼈를 본 적이 없어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직접 유해를 만지며 발굴하다 보니 거부감보다 돌아가신 분들의 억울함을 덜어드리는 일이라는 뿌듯함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몸이 고된 것보다 마구 널려 있는 유해로 마음이 힘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흙을 채에 거르는 일을 했다.
 

20일, 대전 골령골 유해발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성미산 학교 김지수(12학년) 학생. 이 학생은 "땅을 파다 처음엔 '내가 유해를 찾았구나'하며 뿌듯해하다 처참한 유해의 형태와 유가족들을 대하고 웃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 심규상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끝내고 준비해온 술과 과일을 앞에 놓고 희생자의 추도하는 제를 올렸다. 이어 '진실은 숨겨지지 않는다'는 천 글씨를 펼쳤다.


안경호 총괄 담당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어른들도 꺼리는 유해발굴 자원봉사에 참여해 고맙다"고 화답했다. 이어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유해발굴에 많은 시민의 봉사 참여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유해발굴은 골령골 평화역사공원 조성을 위해 예정 터 내에서 유해를 수습하고자 시작됐다. 행정안전부는 이곳 골령골에 평화역사공원(진실과 화해의 숲)을 조성하기로 하고, 현재 설계 국제 공모를 진행 중이다.

골령골에서는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례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을 대상으로 대량 학살이 벌어졌다. 당시 가해자들은 충남지구 CIC(방첩대),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이었고, 그들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가 자행됐다.
#유해발굴 #골령골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 #대전 동구청 #성미산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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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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