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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엄마는 누구? 한 입양 가족이 깨달은 특별한 사실

[여기는 BIFF]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상영작 <트루 마더스>

20.10.21 11:04최종업데이트20.10.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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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루 마더스>의 한 장면. ⓒ Kinoshita Group

 
혈육으로만 이뤄진 전통 가족의 붕괴는 이젠 특정 문화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에서도 꽤 오래 가족의 의미를 묻고 대안 및 유사 가족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시도가 이어졌다. 한국 관객에게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근작들이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트루 마더스>는 어쩌면 세계 영화계가 다뤄온 흐름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불임 위기에 놓인 중산층 부부, 그리고 이들의 6살 아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트루 마더스>는 제목처럼 엄마, 그리고 모성에 대한 꽤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결혼 직후 행복한 가정을 꿈꾸던 사토코(나가사쿠 히로미)와 키요카즈(아라타 이루아)는 자신들이 아이를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절망하던 중 한 단체를 통해 아이를 입양한다.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의 부모로부터 아이를 키울 의지와 환경을 가진 부모에게 이어진다는 뜻의 베이비 바통이 그 단체다. 

영화는 이 신혼부부의 일상에 히카리(아주 마키타)의 삶을 끼워 넣으며 일종의 긴장감을 담보한다. 히카리는 이 부부에게 아이를 넘긴 생모다. 중학생의 몸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히카리의 사연을 사토코 부부는 잘 알고 있었고,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다짐을 남기고 이를 실천해가는데 수 년 후 돌연 자신이 히카리라 주장하는 한 여성이 부부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과연 진짜 히카리일까. 이 대목에서 <트루 마더스>는 일종의 스릴러적 요소를 품게 되는데 이런 시도가 영화 자체의 주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산만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시간적 순서를 섞어 가며 사토코와 히카리의 이야기를 교차로 제시하는 과정에서 여러 산발적 사건이 등장하는데 사실상 이런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기에도 관객 입장에선 다소 벅찰 여지가 크다. 
 

영화 <트루 마더스>의 한 장면. ⓒ Kinoshita Group

  

영화 <트루 마더스>의 한 장면. ⓒ Kinoshita Group

 
미혼모로서 괴로워하는 청소년, 아직 육아에 서툰 젊은 여성은 이미 드라마와 소설, 영화를 통해 많이 목격한 캐릭터의 전형이다. 영화는 그 자체만 건드리지 않고 각 인물의 과거, 현재, 주변 인물을 골고루 묘사하며 일련의 역사를 제법 탄탄하게 구현해놓는데 이 역시 영화적 흐름상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는 쪽으로 작용한다.

익숙한 주제를 느리고 진중한 호흡으로 전달하고 있기에 근래의 경향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칸영화제에 여러 차례 초청됐고, 수상까지 하며 세계적 감독 반열에 오른 가와세 나오미 감독  특유의 특징이기도 하다. 관객의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를 통해 목격할 수 있는 또다른 사실이 있다. 기대했던 대안 가족, 유사 가족 제시가 아닌 여성의 경력 단절, 육아 전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묘사하는 대목 등에서 일본 사회의 보수성을 엿볼 수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매우 깨어 있는 문화예술인인 셈이다. 영화는 여전히 가부장 시스템 지배 아래 놓여 있는 일본 사회의 현주소를 감독은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트루 마더스 부산국제영화제 미혼모 입양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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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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