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소각장 앞에 평범한 시민들이 모인 까닭

등록 2020.10.22 18:51수정 2020.10.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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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소각장 천막농성의 밤 24시간 천막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수원시 소각장 비상행동

 
지난 17일 수원시 영통구 자원회수시설 앞에서 수원시 소각장 폐쇄를 위한 무기한 천막농성을 알리는 선포식이 있었다. 선포식에는 영통주민 100여 명과 도의원, 시의원이 참석했다. 선포식 이후 현재까지 무기한 천막농성이 진행 중이다.

2000년 4월 당시 영통지구를 개발하면서 수원시 소각장은 가동을 시작했다. 해당 소각장은 수원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를 매일 600톤가량 소각 처리하는 시설이다. 당시 심재덕 수원시 시장은 '수원시 자원회수시설을 가동을 위한 협약서'(아래 협약서)를 작성하며 내구연한 이후(환경부 기준) 주민과 협의를 하겠다 약속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2000년 작성된 협약서에 따르면 소각장 내구연한인 15년간 안전하게 소각장을 운영한 후 이후 연장 운영 시 주민 합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소각장에 문제가 발생될 시 주민들과 협의하여 결정한다는 합의가 있었다. 당시 협약서의 주체는 '주민대책위원회'로 영통 1~3동 주민들이 고르게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2000년 '주민대책위'를 '주민지원협의체'로 이관토록 하여 주민의 모든 합의 권한을 '주민지원협의체'로 귀속시켰다. 수원시 자원회수시설 홈페이지에 따르면 '수원시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는 수원시 자원회수시설 설치운영으로 환경상 영향을 받는 간접영향권(반경 300m이내) 지역 주민의 소득향상과 복리증진 지원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기 위하여 구성된 단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수원시는 주민들의 협의체에 대한 민원에 대해 "주민지원협의체는 대보수사업 등의 법적인 승인기구는 아니나 '수원시자원회수시설 가동을 위한 주민협약서'에 따라 내구연한 경과로 전면적 교체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합의하여 결정토록 되어 있어 합의한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영통동 전체 주민의 생존권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인 연장가동, 대보수 협약을 두고 주민들이 협의하지 않은 '주민협의체'가 시와 협의한 것이다.

이후 새로 구성된 협의체 동의를 얻어 소각장이 내구연한을 다한 2015년 이후에도 연장가동을 했고, 2020년 현재까지 연장가동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수원시는 환경공단 의뢰 결과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2021년 대보수 공사를 통해 2038년까지 계속해서 소각장을 가동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주민들이 나섰다. 주민들은 주민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지 못하는 '주민 협의체'를 내세워 대보수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님비(NIMBY) 아닌 "비민주적 행정"의 개선 요구
 

10월 17일 소각장 폐쇄를 위한 천막농성 선포식 선포식에는 100여명의 주민과 시의원, 도의원이 참석했다. ⓒ 김제연

 

내구연한 15년 밀실협약 대보수 2038년 수원시는 수원시 소각장의 내구연한 15년이 지난 2020년 이후에도 연장가동을 지속하고 있다. 주민협의체를 통해 밀실협약을 하여 대보수를 계획하고 있다. ⓒ 소각장 비상행동


소각장과의 연관성은 증명되지 않았으나 영통구는 경기도 지자체 중 갑상선암(여성) 발병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민들은 수원시에 주민들이 걸리는 각종 질환과 소각장과의 상관관계를 밝혀달라고도 요구하고 있다. 수원시 소각장 폐쇄를 위한 무기한 천막농성에 대한 선포식에 참여한 주민들은 '님비(NIMBY)'라고 말하는 주장에 대해서 20년 동안 영통지구 내에서 소각장이 운영되었으므로 형평성 차원에서 시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막농성 선포식에 모인 주민들이 모두 위와 같은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먹는 것, 입는 것은 선택할 수 있으나 호흡에 필요한 공기는 절대적으로 선택할 권한이 없다. 수원시 영통구 영통로 383에 위치한 수원시 자원회수시설 반경 2km 안에 영통동 전체가 포함되며 영통 1~3동 인구는 약 10만 명이다.

무기한 천막농성 선포식에 참석한 안혜영 도의원(영통 2, 3동 망포 지역구)은 "이미 몇 번의 간담회를 하신 거로 알고 있다. 의원들이 모여 계속해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 영통 주민분들의 소각장 문자 민원에 모두 답을 드리지 못했지만, 뵙고 말씀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자리에 함께 한다"라는 지지 의사를 표했다.

농성 천막은 17일 10시 선포식을 시작으로 3인이 한 조로 구성돼 3시간씩 8교대로 지키면서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영통구 아파트입주자대표위원회와 영통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수원시 소각장 비상행동위원회'(아래 비상행동위원회)와 농성장 지킴이들은 시에 의지 표명을 위해 쓰레기 차량이 진입하면 현수막을 펼치고, 차량이 정지하면 현수막을 접은 후 차량이 진입하게 하다가 공무집행방해 등의 이유로 현재는 앞에 천막을 펼치고 농성 중이다. 
 

아이들의 소각장 폐쇄를 위하는 마음을 담은 그림 전시 농성 현장에 소각장 폐쇄를 위하는 마음을 담은 아이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 영통주민모임터 요원


'비상행동위원회'는 2020년 5월부터 유독 검은 연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을 포착하고 주민들과 계속 민원을 제기했다. 수원시로부터 '수증기가 빛에 굴절되어 검게 보이는 것'이라는 답변만 받기를 수차례다. 주민들은 지난 6월부터 수원시 자원회수시설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나 시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이후 비상행동위원회는 8월부터 10월 사이 수원시청 앞 소각장 문제에 대한 시위, 소각장 관련한 2차에 걸친 집담회, 개인 1만 3000명의 서명을 수원시장 측에 전달하며 지속적으로 수원시장에 면담 요청을 해왔다. 하지만 단 한 차례도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원시 소각장 #자원회수시설 #수원시 불통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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