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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들의 죽음, 사회 전체의 책임인 이유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사회적 구조에 의한 극단적 선택들

등록 2020.10.22 11:06수정 2020.10.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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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로젠택배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생활고에 시달려온 그는 부조리한 상황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겼다. ⓒ 김보성

 
갑질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택배 노동자 김씨의 사연이 세상을 슬프게 하고 있다. 20일 오전 6시경 택배사 시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 40대 택배 기사는 "억울하다"며 "수수료에 세금 등 이것저것 빼고 나면 한 달에 200만 원도 못 번다"는 내용의 유서에서 생활고과 더불어 택배사의 갑질을 폭로했다.

유서에 따르면, 택배사 대리점은 형식상 개인사업자인 이들을 소장님으로 부르면서도 인간 이하로 취급할 때가 많았다. "대리점은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 작업을 끊고 소장을 불러서 의자에 앉으라 하고는 자신이 먹던 종이 커피 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화를 냈다"며 "소장을 소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원 이하로 보고 있음을 알았다"고 유서는 말한다.

김씨는 은행 채무로 인해 원금과 이자로 매월 120만원을 지급해야 했다고 한다.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일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대리점이 손해배상까지 거론하며 붙들어놓았다고 한다.

한편, 대리점 측은 갑질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오는 11월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고 퇴사 시 후임자를 데려와야 하는 조건은 계약서에 명시된 것"이었다며 유서 내용을 반박했다.

평소에 창가에서 자주 보게 되는 장면이, 택배 트럭이 정차한 뒤 택배 기사가 운전석에서 내려 짐칸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다. 짐칸에서 물건을 꺼낸 택배기사의 상당수는 뒷문도 잠그지 못한 채 바삐 건물로 들어간다. 그러다가 어느새 시동이 걸리고 몇 십 미터 근방의 다른 건물 앞에 그 트럭이 정차한다.

대부분 다 나이가 적지 않은 택배 기사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온종일 오르락내리락하면 무릎이 온전할까,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까, 트럭 할부금은 다 갚았을까 하는 등등의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그런데 지난 추석 전에는 이들이 물건 배달 외에 장시간의 분류작업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듣고 많이 놀라게 됐다. 정당한 대가도 지급받지 못한 채 이래저래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무릎 관절, 식사, 트럭 할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들이 이들을 억압하고 있었다는 점을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택배 배달이 많아지고 있지만, 돈을 버는 쪽은 바삐 뛰어다니는 택배 노동자들이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이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대기업이 수혜를 얻고 있을 뿐이다. 국가권력은 이런 구조적 불합리를 방치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국가 역시 구조적 모순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막지 못하는 사회 전체도 당연히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극단적 선택들의 상당수가 개인적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는 점은 사회구조가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던 조선시대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이 시대의 최대 갑질은 노비와 주인의 관계에서 나타났지만, 이 관계 밖에서 벌어진 갑질과 억압 때문에도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일이 많았다.

사회적 타살, 조선시대에도...

영조가 임금이고 정조가 세손이던 시절에는 양반 사채업자의 갑질로 인해 동네 여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대형 사건이 있었다. 음력으로 영조 50년 5월 22일자(양력 1774년 6월 30일자) <영조실록>에 따르면, 이 사건은 전주에 사는 송씨라는 양반 사채업자의 갑질로 인해 벌어졌다.

한양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가문 단위로 집성촌을 이루고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사람들이 양반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양반이 지역사회에서 돈놀이를 하는 경우에는 일반 사채업자보다 훨씬 더한 위력을 갖기 마련이었다.

송씨는 폭력적 방법으로 추심 활동을 했다. 직접 폭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고 수하의 사람들을 내세웠을 수도 있다. <영조실록>은 "채무를 징수하기 위해 동네 여성들을 잡아들여다가 사사로이 악형을 시행하였다"고 말한다.

송씨는 사또도 아니면서 형벌을 집행했을 뿐 아니라 그것도 고약한 방법으로 그렇게 했다. 경제적 우월권을 바탕으로 독재자 행세를 했던 것이다. 경제적인 위계질서에 기인한 이 같은 부당한 가해를 견디다 못해 지역 여성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게 됐던 것이다.

<영조실록>에 따르면, 사헌부(검찰청 비슷) 정4품 장령 안정대가 이 사건을 영조에게 두 번이나 보고했지만 번번이 윤허를 받지 못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보고했다. 위의 실록에 실린 것은 그의 세 번째 보고다.

안정대는 "부인이 한을 품으면 5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며 지금의 가뭄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최고 사법관인 영조는 전라도관찰사에게 송씨를 심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위 사건은 영조가 즉위한 지 50년 뒤의 일이다. 영조는 즉위 18년 뒤인 1742년에도 비슷한 사건을 다뤘다. 그가 48세 때 다룬 이 사건은 영조 18년 1월 10일자(1742년 2월 14일자) <영조실록>에 수록돼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극단적 선택의 당사자는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이다. 그는 종친인 해릉군 이관한테 괴롭힘을 당했다. 이관은 점포에 침입해 상인을 괴롭혔을 뿐 아니라 값도 치르지 않고 목화를 들고 나갔다. 상인이 대금을 요구해도 막무가내였다. 종친의 지위를 이용해 폭력과 갈취를 자행했던 것이다.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상인은 이관의 집 앞으로 달려갔다. 거기서 항의의 표시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생명을 잃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각오했던 듯하다. <영조실록>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흥건해져 그치지 않았다"고 말한다. 억울함과 분노를 이기지 못해 그런 상태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이 일은 왕조국가의 엄격한 위계질서에서 파생된 부당한 압력과 경제적 착취가 상인을 극단적인 지경으로 몰고 간 사건이다. 영조는 승정원(비서실)을 통해 진상을 조사한 뒤 의금부(특수사건 취급)에 사건 처리를 명령했다.

자살은 사회와 국가의 문제

경제적·사회적 위계질서가 가하는 부당한 압력뿐 아니라 국가 공권력의 행정처분도 개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이 많았다. 성종 14년 12월 18일자(1484년 1월 16일자) <성종실록>에 따르면, 지금의 경북 영천시 신녕면인 신녕현에 사는 여성 노비는 양인(자유인) 남편이 북쪽 변경으로 강제 이주를 당하게 되자 억울하고 한스러워 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인 남성이 사노비 여성과 결혼하면 양인 남성을 변경으로 강제이주시키는 당시의 법제도에 대한 분노의 표시였다.

여성 노비가 낳은 자녀에 대한 법적 소유권은 여성 노비의 주인에게 있었다. 그런데 자녀의 아버지가 양인인 경우에는, 노비주인이 권리를 행사하는 데 지장이 생기기 쉬웠다. 노비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자기 집 여성 노비가 남성 노비와 결혼해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이었다. 양인 남성과 노비 여성의 결혼은 노비주인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었다.

이 사안에는 경제적인 문제도 들어 있다. 대중의 직업이 주로 농민이던 이 시기에, 경상도에서 함경도 같은 변경으로 쫓겨나는 사람은 황무지를 새로 개간하지 않고는 살아가기 힘들었다.

변경으로 떠나는 남편은 그런 부담을 각오해야 했고, 홀로 남게 된 아내는 독자적으로 가정을 꾸려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했다. 노비주인의 편에 선 국가가 이런 압력을 대중에게 가했던 것이다. 이 압박 역시 노비 여성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원인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이미 오랜 옛날부터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문제였다. 그런데도 사회와 국가는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방치해왔다. 이런 사건이 터져 세상이 분노하게 되면 그제야 국가가 나서서 '갑'을 처벌하거나 '을'을 위로하며 문제를 봉합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권력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의지와 역량이 모두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슬프게 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비애를 줄이는 길은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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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신라왕실의 비밀,왕의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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