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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왕' 펠리페, 네 번째 팀에서도 기량은 건재

[프로배구] 22일 OK금융그룹 소속으로 홈개막전 22득점 활약, OK금융그룹 3-1 승리

20.10.23 09:04최종업데이트20.10.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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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이 한국전력을 연패에 빠트리며 시즌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석진욱 감독이 이끄는 OK금융그룹 읏맨은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한국전력 빅스톰과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9, 27-25, 19-25, 25-17)로 승리했다. 시즌 개막 직전 팀명을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에서 'OK금융그룹 읏맨'으로 변경한 OK금융그룹은 팀명 변경 후 가진 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2020-2021 시즌의 활기찬 시작을 알렸다.

OK금융그룹은 송명근이 서브득점 1개를 포함해 62.96%의 성공률로 18득점을 올렸고 프로 3년 차를 맞는 정진선과 이적생 진상헌은 나란히 블로킹 4개를 기록하며 한국전력의 공격을 무위로 만들었다. 그리고 최근 네 시즌 동안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펠리페 알톤 반데로는 OK금융그룹 유니폼을 입고 뛴 첫 경기에서 54.05%의 성공률로 22득점을 올리며 건재한 기량을 과시했다.

외국인 선수들 중에도 '저니맨'이 있다?
 

펠리페는 지난 시즌에도 대체 선수로 들어가 우리카드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 한국배구연맹

 
프로 스포츠에서는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난히 여러 팀을 전전하는 소위 '저니맨'들이 존재한다. 이는 구단이 원하는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팀을 떠나야 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는 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기량을 선보이며 시즌 후 다른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리그에서 높은 생존력을 발휘하는 외국인 선수도 적지 않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저니맨 외국인 선수는 국내 무대에서 무려 8년 동안 활약한 강속구 투수 헨리 소사다. 2012년부터 두 시즌 동안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하던 소사는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유니폼을 입고 10승2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승률왕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히어로즈와 몸값을 두고 의견차가 있었던 소사는 재계약에 실패했고 2015년 LG 트윈스로 이적하며 한국생활을 이어갔다.

소사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와 함께 180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LG 선발진을 이끌었지만 2018년 9승에 그친 후 중남미 선수들의 세금 문제 등이 겹치면서 LG와의 재계약이 무산됐다. 작년 대만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던 소사는 시즌 중반 SK 와이번스로 이적해 9승을 올리면서 KBO리그에서 8년 동안 4개 구단을 돌며 77승을 기록한 대표적인 '장수 외국인 투수'가 됐다.

프로농구 KBL에서는 지금은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코치로 재직 중인 '시계형님' 아이라 클라크가 '생존왕'으로 유명했다. 지난 2005-2006 시즌 대구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고 KBL무대에 첫 선을 보인 클라크는 정규리그에서 22.4득점 8.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오리온스를 4강 플레이오프까지 이끌었다. 시즌 종료 후 재계약에 실패해 터키리그로 갈 때까지만 해도 KBL과의 인연이 끝나는 듯했던 클라크는 5년 후 다시 KBL로 돌아왔다.

2011-2012 시즌 서울 삼성 썬더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클라크는 2012-2013 시즌 창원 LG 세이커스, 2013-2014 시즌 부산 kt 소닉붐, 2014-2015 시즌부터 2015-2016 시즌까지는 울산 모비스, 2017년에는 전주 KCC 이지스까지 무려 6개 구단의 유니폼을 입었다.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아마 클라크가 전국 팔도 맛집은 한국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았을 정도. 그만큼 클라크는 농구팬들에게 친근한 외국인 선수였다.

네 시즌 연속 각기 다른 팀에서 활약하는 펠리페
 

펠리페는 OK금융그룹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첫 경기에서도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 한국배구연맹

 
야구에 소사, 농구에 클라크가 있다면 배구에는 펠리페가 대표적인 '생존왕'으로 꼽힌다. 펠리페는 지난 2017년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했고 그 해 컵대회에서는 한국전력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차지했다. 펠리페는 시즌 개막 후 크리스티안 파다르, 타이스 덜 호스트 등에 다소 밀렸지만 득점 3위(880점), 서브 4위(세트당 0.52개)에 오르며 전광인(상근예비역), 서재덕(사회복무요원)과 함께 한국전력을 이끌었다.

이후 펠리페의 놀라운 생존게임(?)이 시작됐다. 2018-2019 시즌에는 알렉산드리 페헤이라(우리카드 위비)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KB손해보험 스타즈에 대체 선수로 들어가 득점 5위(775점)를 기록했다. 2019-2020 시즌에는 제이크 랭글로이스의 대체 선수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으면서 두 시즌 연속 대체 외국인 선수로 V리그 무대를 밟았다. 펠리페는 지난 세 시즌 동안 8번의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하는 뛰어난 활약을 이어갔다.

펠리페는 지난 시즌 우리카드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지만 나경복의 라이트 변신 등 팀 개편 계획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히 V리그와의 인연이 끊어진다면 펠리페는 '생존왕'으로 불리지 않았을 것이다. 펠리페는 OK금융그룹이 외국인 선수 미하우 필립을 교체하기로 결정하면서 또 한 번 대체 선수로 낙점됐고 네 시즌 연속 각기 다른 팀에서 활약하는 최초의 외국인 선수가 됐다.

입단 발표가 늦어지고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기간을 거치느라 컵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펠리페는 22일 한국전력과의 V리그 홈 개막전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7회의 공격을 시도한 펠리페는 54.05%의 성공률로 22득점을 올렸다. 펠리페는 서브리시브에 참여하지 않는 오른쪽 공격수임에도 부용찬 리베로와 함께 팀 내에서 가장 많은 8개의 디그를 기록할 정도로 수비 기여도도 대단히 높았다.

펠리페는 각기 다른 팀에서 활약했던 시즌 세 시즌 동안 매 시즌 한 차례씩 라운드 MVP를 차지했던 경력이 있다. 펠리페는 리그를 지배하는 차원이 다른 기량을 가진 공격수는 아니지만 언제나 꾸준한 기량으로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해주는 외국인 선수다. 지난 시즌 소속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OK금융그룹의 이번 시즌 성적은 나머지 국내 선수들의 활약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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