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인이 어떻게 책을 내겠어요, 그런데..."

용인 어르신들 이야기 담은 '나이 들수록 인생이 꽃처럼 피어나네요'

등록 2020.10.23 10:59수정 2020.10.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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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인생이 꽃처럼 피어나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최영남, 전태식, 염강수, 손영자, 서석정, 이양구씨와 임후남 작가.(왼쪽부터) ⓒ 용인시민신문


용인 원삼 생각을담는집 임후남 대표
'나이들수록 인생이…' 출판기념회 열어


"80대 노인이 어떻게 책을 내겠어요. 생각치도 못했는데, 이렇게 책이 나오니 너무 좋아요."

노인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도 전체 인구(109만3094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약 12.8%에 이른다. 그런 가운데, 용인에 오래 거주한 노인들의 살아온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평균 나이 80세, 7명의 우리 이웃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이 들수록 인생이 꽃처럼 피어나네요>(생각을담는집/임후남)다. 1930~40년에 태어난 이들은 끼니 챙겨 먹기도 힘들었던 시절은 물론, 현대사의 굵직한 격동기와 함께한 산전수전 다 겪은 세대다.

성실하고 우직하게 하루하루를 살아 찬란한 꽃망울을 터트린 이들은 13일 처인구 원삼면 북카페 겸 서점인 생각을담는집에 모여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7편의 영화같은 7명의 인생 이야기

참여한 노인들 중 가장 연장자인 이양구(85)씨는 용인에서 태어나서 고향을 떠난 적이 없는 토박이이다. 1962년 기흥면사무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3년 공직 생활을 마친 뒤에도 용인시의원, 기흥구노인회장 등을 역임하며 50여년 넘게 용인시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용인의 살아 있는 역사다.

이씨는 이날 "용인군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용인의 웬만한 곳 시멘트 공사는 다 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엊그저께 일 같은데 세월이 너무 빠르게 갔다"면서 "이런 책을 펴낼 수 있어 영광이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책의 주인공 서석정씨가 출판기념회에서 아코디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30여 년 동안 용인에서 교직생활을 한 서석정(82)씨 이야기도 담겨있다. 처인구 남사면에서 태어난 서씨는 찬송가 600곡 피아노 연주를 독학으로 배우면서 음악의 꿈을 키운 이야기부터 어렵게 예술대학에 입학해 교사로 시작해 교장이 된 이야기까지 80여년 희로애락을 담았다. 여전히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하면서 유쾌한 삶을 이어나가는 서씨는 이날 아코디언 연주를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서씨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 않느냐. 책을 통해 내 인생을 얘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임후남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들 삶이 평탄했노라고 할 순 없지만, 눈물 없이 보기 힘든 삶도 있다.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남편을 잃고 홀로 5남매를 키워 대학까지 보낸 손영자(80)씨와 남편 외도로 마음 고생한 최영남(75)씨 이야기는 절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수교 전 중국으로 들어가 크게 사업을 일군 염강수(79)씨와 80이 넘은 나이에 모교 경비로 일하는 전태식(80)씨, 존경했던 남편을 먼저 보낸 후 마을을 위해 일을 모색하는 박귀자(78)씨 이야기 등 평범하지만 비범한 노인들의 인생을 만나볼 수 있다. 때론 잔잔하게 때론 거친 파도와 같은 격동의 인생사를 느낄 수 있는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인생의 등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노인들을 섭외·취재하고 책을 엮은 임후남 작가는 "살고 보면 인생은 매일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이라는 걸 이들의 삶을 통해 배웠다"면서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노년을 맞이한 사람들을 인터뷰할 수 있어서,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풀어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나이 들수록 인생이 꽃처럼 피어나네요>는 용인문화재단 후원으로 생각을담는집에서 펴낸 우리동네 프로젝트 문화 사업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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