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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니 합의하자고..." 어느 날 사라진 유튜버, 망가진 그의 삶

[악플공화국 ①] A씨가 보낸 고통의 2년...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 검거 1만 6029명

등록 2020.10.26 07:16수정 2020.10.2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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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자신을 모욕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유튜버를 고소하며 제출한 고소장 중 일부. ⓒ 소중한

 
"3개월 동안 집 밖에 나가질 못했다. 그러다 처음 거리에 나갔는데 사람들 머리 위에 말풍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 나쁜 놈이지' 이런 글자가 있는 말풍선 말이다. 고개를 숙인 채 다닐 수밖에 없었고 결국 병원 정신과에 찾아갔다."

30대 A씨는 인기 유튜버였다. 구독자 20만 명 이상을 보유했던 그는 2년 전 사회문제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가 악플에 시달렸다. A씨를 공격하는 게 조회수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자 수많은 유튜버까지 들러붙었다.

악플이 이슈를 만들고 그로 인해 다른 악성 유튜브 영상이 생산되고, 또 그곳에 악플이 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명예훼손과 모욕에 시달리던 A씨는 결국 유튜브를 그만뒀다.

그는 "제 의견에 대해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인신공격부터 친구·가족에 대한 언급까지 이어졌다"라며 "스스럼없이 집단으로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며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끝없이 퍼진 허위사실

2년 동안 A씨는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그는 몇몇 이들을 고소했고 그들 중 일부는 처벌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A씨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모욕죄 혐의를 적용해 유튜버 2명을 고소했다. 두 사람이 자신의 방송을 통해 한 말은 아래와 같다.

"피해망상 정신병자에요."
"XX(고환을 의미하는 속어) 떼서 ○○(여초 커뮤니티)에다 인증하는 게 걔네들이 더 좋아할 거야."
"니네 엄마가 니네 아빠를 사랑해서 임신한 게 아니고 니네 아빠가 니네 엄마를 상품으로 봐서 임신시킨 거냐?"
"여자에 환장한 성도착증 변태 사이코패스."
"개XX가 짖으려면 하루만 짖어야지 이틀, 3일, 4일 계속 짖어대?"
"X(남성 성기를 의미하는 속어) 달고 태어나서 여성인권 운운하는 놈들은 진짜 한결같이 다 변태 사이코패스예요."


이외에도 두 유튜버를 비롯해 많은 악플러는 A씨가 "정부지원금을 횡령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등의 허위사실을 주장했다. 수사 과정에서 한 유튜버가 합의를 요구해왔지만 A씨는 거절했다. A씨는 "제 얼굴을 마주하곤 도저히 그런 이야기를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분노의 감정이 올라와 솔직히 만나보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말렸다"라고 떠올렸다.
 

A씨는 과거 자신을 모욕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다른 유튜버들을 고소했고, 최근 검찰은 그 중 한 명을 약식기소했다. ⓒ 소중한

 
최근 검찰은 두 유튜버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먼저 모욕죄가 적용된 유튜버 B씨는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사가 해당 범죄를 벌금형으로 판단해 법원에 기소와 함께 처벌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약식기소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유튜버 C씨에겐 기소 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기소 중지는 해당 사건이 범죄 요건을 갖췄으나 피의자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 잠시 수사를 중단하는 조치다.

현재도 A씨의 SNS엔 이와 비슷한 주장의 악플이 달리고 있다. 심지어 한 인물은 악플은 물론 A씨의 주변인들에게까지 "제 동생을 임신시켜 놓고 잠수탔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A씨는 이 인물을 비롯해 네 명을 더 고소할 예정이다.

A씨는 "제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을 해도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그렇게 (허위사실을 사실로) 믿고 있을 것"이라며 "허위사실이 담긴 악플을 줄여나가기 위해선 법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일부가 처벌을 받을 예정이지만 그는 자신의 지난 2년을 거론하며 "허탈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정신과에 갔다. 나도 내가 그럴 줄 몰랐는데 의사 앞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울음이 터졌다. 그동안 기댈 데가 없었던 모양이다. 광범위하게 퍼진 허위사실을 바로 잡는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누군가에겐 악플 하나 보태는 일이지만 내겐 100개, 1000개, 1만 개와 마주하는 일이었다.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고, 해명하더라도 그걸 믿어주지 않는다. 정말 고르고 골라 고소를 진행해도 제 사례처럼 고작 벌금형에 그치거나 신원을 특정할 수 없어 기소 중지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 않나."
 

A씨는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지인들에게까지 허위사실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는 이도 있다. ⓒ 소중한

 
경제적 어려움 또한 그를 힘들게 했다. A씨는 "알바를 하려고 해도 스스로를 검열하게 됐다. '저 사람이 나를 사기꾼으로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면접도 못 가겠더라"라며 "벌어놓은 돈으로 생활하다 갖고 있던 물건을 팔고 가족들에게 돈을 빌리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A씨는 "많은 현명한 유튜버들은 자신을 향해 정당한 비판이 들어오면 오히려 잘 받아들이고 개선하려고 한다. 하지만 악플은 그렇지가 않다"라며 "행여 그 바이러스가 한 번 퍼지면 치료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언론의 문제점도 지적하며 "언론이 해야 할 일은 팩트체크인데 시끄럽게 논란이 됐단 이유만으로 보도를 해버리고, 많은 이들이 보도됐다는 이유만으로 허위사실을 사실처럼 단정해 버린다. 언론이 그렇게 기사를 써도 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악플공화국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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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세상을 떠난 설리씨와 구하라씨 ⓒ 오마이뉴스

 
A씨와 같은 유튜버를 비롯해 연예인, 운동선수 등 이른바 '셀럽'을 향한 악플은 하루 이틀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 유튜브, SNS, 포털사이트 등 하루에도 수많은 악플이 쏟아지고 있다.

안타까운 사건이 이어지며 포털사이트 등이 댓글 관련 방안을 내놨지만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모양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는 자신의 책 <모멸감>에서 악플 대 선플 비율이 한국 4대 1, 일본 1대 9, 네덜란드 1대 9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 사례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4년 8899명이었던 검거 인원이 2019년 1만 6029명으로 늘었다. 지난 6년간 8만 2102명이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으로 검거됐다. 대부분 피해자의 고소에 의한 결과인 데다가 A씨의 사례처럼 고소는 물론 피의자 신원 특정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제론 훨씬 많은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김수지 변호사는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내가 누군지 알겠어'라는 생각에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많다"라며 "피해자 입장에서 자료를 모으고 고소를 진행하는 것도 어렵고, 고소하더라도 잡기도 힘들며, 잡히더라도 처벌도 약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에 악플 관련 자료를 모아봤는데 그 내용과 수위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라며 "이게 진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대응하지 않으면 거짓이 사실이 돼버리고 대응하면 또 시끄러워져 버리니 피해자 입장에선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상에 공개적으로 올라온 글은 이게 맞는지, 틀린지 당장 밝힐 수 없기 때문에 기정사실인 것처럼 퍼지고 만다"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혐오 표현을 할 자유는 다르다. 악플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그 글을 쓴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A씨는 "태어날 때부터 악플러인 사람은 없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우리 사회는 연예인·유튜버가 되는 법은 가르치지만 연예인·유튜버를 소비하는 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갈수록 온라인 공간이 우리와 더 밀접해질 텐데 준비가 너무도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제 악플로 대표되는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은 이른바 셀럽들만 겪는 일이 아니다.

* 기사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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