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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총장이 뭐길래... 문 대통령-강경화 전화통 불났다

[분석] 다음달 7일 결정 앞두고 총력전, 미국 대선 등 주요 변수

등록 2020.10.23 18:54수정 2020.10.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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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WTO 사무총장 선거 지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구영식


   
요즘 문재인 대통령은 틈만 나면 외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돌리느라 바쁘다. 지난 22일까지 무려 13개 나라의 정상들과 통화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뛰어든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전화가 안되면 서신이라도 보내서 읍소한다. 그러다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한국의 유명희 후보가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로 보고 있다"는 뜻밖의 '월척'을 얻어내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마찬가지다. 외교부 홈페이지 보도자료 코너에는 최근 유명희 본부장이 열세로 분류되는 유럽 국가 외교장관과의 통화 결과가 속속 올라온다. 지난 20일에는 오스트리아, 폴란드, 덴마크 외교장관과 연달아 통화하는 등 하루 3통이 기본이다.

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최근 각국 주한대사단 회의를 잇달아 열어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직 외교관이며 WTO 전문가인 최석영 전 대사는 특사로 위촉돼서 유럽과 미국을 상대로 한 교섭을 전담하고 있다.

정부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WTO사무총장 선출 TF팀장'으로 놓고 청와대, 외교부뿐만 아니라 총리, 산업부장관, 기재부장관 등을 총동원해 유명희 본부장 당선 시키기에 올인하고 있다. 한국이 이같이 WTO 사무총장 선거에 나선 것은 지난 8월 브라질 출신의 호베르토 아제베도 총장이 임기를 1년 앞두고 갑자기 사임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이유를 들었지만 날로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속에서 WTO의 친중 경향을 질타하는 미 트럼프정권의 등살에 못이긴 탓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은 유명희라는 카드를 내세워 사상 첫 한국 출신 여성 WTO 사무총장을 배출하기 위한 도전장을 낸 것이다.

전 정권 사람으로도 분류되는 유명희 카드에 문재인 정부가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은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WTO의 수장을 배출해 세계 무역질서를 재편하는 주역이 되려는 의도다. 한편,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전력을 기울여 반기문 후보를 유엔 사무총장으로 만들어본 자신감도 한 몫 했을 거란 해석도 있다. 한마디로 '어게인 2006'의 영광을 다시 한번 이뤄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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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WTO 사무총장 선거 지원 회의에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초반 열세 상당히 극복... 미국 대선 결과가 막판 변수  
유명희 본부장의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해외언론이나 정부 관계자, 전문가들의 분석은 그리 녹록치 않다. 맞상대인, 역시 여성이자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출신에 세계은행 고위직을 지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1일자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선거에서 유럽과 미국이 지지후보를 놓고 양분돼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반면 미국은 유명희 후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외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은 지지후보가 불분명하다고 봤다.

EU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 많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유럽국가들이 정서적인 유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아프리카연합(AU) 55개국과 카리브해 국가들의 지지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는 최근 자신이 이미 WTO회원국 163개국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9개국의 표를 확보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반면 통신은 미국의 경우 통상교섭본부장 경력에다 지난 25년간 중국, EU, 영국, 미국 등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한국의 통상 영역을 넓혀온 유 후보에게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정권 초기 미국과의 무역협상 때 보여준 교섭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유 후보가 열세에서 출발한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나 끈질긴 추격전을 벌여 차이를 상당폭 줄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23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상대측 후보가 너무 유명한 사람이라서 무난히 이길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며 "그러나 지금은 바짝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설사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 국가적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이 당국자는 "WTO 선거 방식이 투표가 아니라 컨센서스(전원합의체) 방식이어서 대세를 잡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EU 27개국의 표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가장 마지막 변수로 미국 대선을 꼽았다. 즉, 지금 트럼프 정권은 유 후보에 대개 우호적이지만 만약 정부가 바뀌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

국제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는 미 대선을 큰 변수로 꼽으면서도 결을 달리했다. 송 변호사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WTO를 유지하기 위한 EU, 아프리카, 중국 등이 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편에 유리할 것이고, 바이든이 돼서 다자주의 회복 의지를 보여준다면 상대적으로 미국과 좀 더 소통이 원활한 유 후보측이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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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기자회견하고 있다. ⓒ EPA=연합


 "무역이 큰 비중 차지하는 우리나라에 큰 이익"

한편, 유명희 후보가 당선될 경우 우리나라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WTO 사무총장은 각국의 무역관련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한국인이라고 해서 우리에게 편파적인 결정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면서도 "무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특별히 중요한 지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도 "개별적 사안에서 도움이 될 수는 없겠지만, 불안정한 국제 무역환경을 안정적인 쪽으로 관리해주면 우리에게 굉장한 이득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WTO 사상 최초로 한국 출신 여성 사무총장을 볼 수 있을까? 다음달 7일 결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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