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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좌진 장군이 살아계셨다면 통일운동 했을 것"

[2020 충남통일교실] 홍성 갈산중학교의 특별한 호국교육

등록 2020.10.26 14:57수정 2020.12.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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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분단된 지 60여 년이 지났습니다. 분단된 땅에서 태어나 살아 온 젊은 세대들은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고자 학교마다 평화통일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함께 평화통일 교실 안 풍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편집자말]

갈산중학교 전교생(53명)이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백야 김좌진 장군(1889~1930) 생가로 향했다. 매년 청산리전투 승리 기념일 때마다 전교생이 생가를 찾고 있다. ⓒ 모소영

  
"교실 밖으로 나오니 참 좋네요. 머리도 가슴도 뻥 뚫리는 듯해요."

모처럼 학교 밖 수업을 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싱글벙글하다. 게다가 주변 마을 야산과 가로수까지 가을볕에 익었다.

23일 오후, 충남 홍성 갈산중학교 전교생(53명)은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백야 김좌진 장군(1889~1930) 생가로 향했다. 매년 청산리전투 승리 기념일 때마다 전교생이 생가를 찾고 있다. 올해 기념일은 일요일(25일)이라 추모 행사를 미리 진행 갖게 됐다.

장군은 호명학교를 설립하고 대한광복회 만주사령관, 대한군정서(북로군정서) 사령관으로 청산리전투, 대한의용군총사령부 부총재, 신민부 군사위원장 겸 총사령관, 성동사관학교 설립, 한족총연합회 조직 등 활동을 벌였다. 이중 청산리전투는 간도에 침입해 들어온 일본군 5개 사단, 2만 5000명 병력을 탁월한 작전과 과감한 기습 선제공격으로 참패시켜 승리를 이끈 사건으로 한국독립운동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1962년 장군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갈산중학교 학생들이 백야 김좌진 장군(1889~1930) 사당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 모소영

  

갈산중학교 학생들이 백야 김좌진 장군(1889~1930) 사당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 모소영

 
갈산중학교는 김좌진 장군의 철학이 깃든 곳이다. 장군은 16세 때 집안의 노비 문서를 불태워 노비를 해방했다. 17세에 민족사상과 신문학 교육을 목적으로 호명학교를 설립했다. 호명학교 터에 지금의 갈산중학교와 갈산고등학교를 세웠다.

학생들에게 장군의 생가는 마을회관처럼 친숙하다. 갈산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대부분 아이가 일 년에 몇 차례씩 생가를 오갔다.

박진규 갈산중 교무부장은 "학생들의 장군을 추모하는 행사를 마을교육과도 연결을 시켜 장군을 마치 나의 조상을 대하듯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 호국정원을 꾸며 도덕 시간을 이용, 김좌진 장군의 일대기와 장군의 삶을 계승하는 방안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갈산중, 고등학교의 호국 정원에는 김좌진 장군 주제로 한 '백야 정원', 만해 한용운을 주제로 한 '만해 정원', '무궁화 정원'이 조성돼 있다.
 

갈산중고등학교 전경 ⓒ 모소영

 
학교와 생가와는 약 2km 정도 떨어져 있다.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걸린다. 도로를 따라 걷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가을 소풍 길처럼 가볍다. 장군의 생가 주변에는 생애와 업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백야기념관과 백야 공원, 사당이 함께 조성돼 있다. 

학생들에게 장군의 생애 중 가장 인상 깊은 점을 물었다. 한 학생(2학년)은 "대대로 내려오던 많은 농토를 가진 지주집안인데도 어린 나이에 노비들에게 땅을 나눠 준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른 학생(3학년)은 "추운 만주 땅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함 점"이라며 " 저라면 무서워서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학생(2학년)은 "17살에 학교를 세웠다는 게  남다른 게 느껴진다"며 "정말 존경할 만한 분"이라고 말했다.


장군은 최후의 순간에  "할 일이 너무도 많은 이때 내가 죽어야 한다니... 그게 한스러워서..."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가 앞에 모인 7, 8명의 학생들에게  '장군이 현재 살아계신다면 어떤 일을 하셨을 것 같냐'고 물었다. 그러자 학생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통일운동이요!"

박 교무부장이 아이들의 생각을 보충하듯 설명했다.

"현재까지 풀지 못하는 한일관계, 더 나아가 분단 현실 때문에 통일 운동에 매진하셨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듯해요."
 

23일 오후, 갈산중학교 학생들이 백야 김좌진 장군(1889~1930) 의 생가를 찾았다. ⓒ 모소영

 

23일 오후, 갈산중학교 학생들이 백야 김좌진 장군(1889~1930) 생가를 방문했다.매년 청산리전투 승리 기념일 때마다 전교생이 생가를 찾고 있다. ⓒ 모소영

 
이 학교의 통일 교육이 궁금해졌다.

도덕 과목을 맡은 안은자 교사는 "<북한 친구를 추가하겠습니까?> <이야기 한국사> <청소년 한국사 수첩> 등 역사를 중심으로 통일을 이해시키고 있다"며 "수업 중에 한 내용을 학습지로 만들어서 학교 복도 게시판에 게시,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게 한다"고 소개했다.

'통일 운동'이라고 외친 같은 학생들에게 통일되면 하고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평양가서 냉면 먹고 싶다" "기차 타고 러시아 가고 싶다" "백두산 가고 싶다"는 답변이 많았다. 내친김에 통일의 의미를 물었다. 아이들의 내놓은 통일은 이렇다.

"통일은 민족평화의 시작입니다." (최은빈, 3학년)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요." (김성찬, 3학년)
"민족 대통합이죠." (강민성, 2학년)
"한걸음입니다." (우선호, 2학년)
"통일은 '통일' 아닐까요." (강창민, 3학년)

 

갈산중·고등학교는 백야 김좌진 장군과 만해 한용운 선생의 얼이 깃든 '호국 교육 일번지 학교'다. 교육 비전도 '백야 정신으로 큰 꿈 위해 비상하자'다. ⓒ 모소영

 
백야 김좌진 장군과 만해 한용운 선생의 얼이 깃든 '호국 교육 일번지 학교'다. 특히 김좌진 장군이 18세에 신교육을 가르치기 위해 호명 학교를 설립했는데 그 터가 지금의 갈산중·고등학교(교장 김욱태)다. 교육 비전도 '백야 정신으로 큰 꿈 위해 비상하자'다.

1951년 갈산중학교로 설립했고 1999년 갈산중·고등학교로 통합됐다. 김욱태 교장의 '독서와 토론이 우리 교육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교육철학으로 철학, 예술, 과학, 통일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학생 수는 중학교 기준 53명이다. 적성 규모육성지원기금을 지원받아 매년 해외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뉴질랜드로 2년째 보내고 있다. 방학에는 제주도로 영어 캠프를 보낸다.

현장 체험, 뮤지컬 관람, 영화관람 등을 전교생에게 무료로 지원하고 방과 후 학교도 무료로 저녁까지(오후 6시~오후 7시 30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갈산중 #김좌진 #통일교육 #통일운동 #청산리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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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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