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CD'를 보며 진돗개 '고야'를 그리워하다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67] 고흐의 해바라기

등록 2020.10.27 08:15수정 2020.10.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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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 이상옥

   
아직 귀가 서지 않아 테이핑을 하고는
하염없이 슬픈 눈
- 이상옥 디카시 <고흐의 해바라기>
 

2000년에 진도에서 분양 받아서 10년 정도 키운 '고야'라는 진돗개가 있었다. 창원집에 있을 때나 고성 시골집에 있을 때 항상 나와 함께 지냈던 개이다. 어릴 때부터 워낙 개를 좋아했다. 지금 키우고 있는 진돗개는 'companion dog'(반려견)의 약자로 CD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CD 하면 내게로 달려 온다. 


진돗개 CD는 진돗개의 명인인 진도 고야리의 최창대 어르신 댁에서 분양 받아왔다. 전에 키우던 진돗개 '고야'도 물론 최창대 어르신 댁에서 분양 받았다. 진돗개의 원형을 보존한다는 사명감으로 최영준(조부) , 최창대(부), 최희천(자)  3대를 이은 진돗개 명가이다.

CD도 '고야'와 닮았다. CD를 보면 고야 생각이 많이 난다. 고야라는 이름은 화가 고야에서 따온 것이 아니고 진도군 지산면 '고야리'에서 '고야'를 가져온 것이다. 진돗개 고야의 성품이 얼마나 강하든지 사실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진돗개의 순치되지 않은 야성을 사랑했기 때문에 고야를 더욱 애지중지했다.
  
"나의 애견 순혈 진돗개 진도군 지산면 고야리(産)이어서 '고야'라고 이름 지었지 구형 프린스로 여섯 시간 달려 너를 안고 왔었다 드넓은 광장에서 아담이 외로울 때 신은 이브를 주셨고 도시의 포도를 홀로 걷는 나를 위해 고야를 주셨다 시골집에 갔었지 어릴 때 천방지축으로 쏘다니던 그 길을 함께 걸었다 평화로운 하천둑에서 염소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더구나 사냥꾼의 혈이 흐르는 너를 알아본 탓인지 느닷없이 모성으로 불을 켠 뿔을 직선으로 들이밀지 않았겠니 재빨리 몸을 피하면서 이빨을 드러낸 채 공격자세를 취하더구나 생후 삼 개월인데 벌써 시뻘건 야성을 이빨 사이로 흘리며 적의를 번쩍이는 너와, 오늘은 도청변 인도와 토월공원을 어슬렁거리며 움직이는 모든 것은 다 포획하고 싶은 나도 도시의 고적한 사냥꾼.(이상옥, <고야와 나>)"

<고야>라는 제목으로 2001년도 하반기 『시와 상상』에 발표하고 2003년에 펴낸 시집 『유리그릇』에 <고야와 나>라는 제목으로 수정해서 수록했다. 진돗개 '고야'는 한때 내 시의 뮤즈였다. 고야를 보내고 10년 만에 진돗개 'CD'를 다시 얻었으니, 'CD' 또한  시의 뮤즈가 되기를 바란다.
  

귀가 완연하게 선 진돗개 CD와 고향집 앞 하천에서 ⓒ 이상옥

 
CD를 테마로 얼마 전에 디카시 한 편 얻었다. CD가 덩치는 커졌는데 귀가 서지 않아서 귀에 테이핑을 해두었다. 테이핑을 하고 서재에 있는 나를 하염없이 슬픈 모습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스스로 귀를 자른 화가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를 순간 떠오르게 해서 순간 포착한 것이다. 지금 'CD'는 귀도 서서 진돗개의 아름다운 자태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고향집에서 CD와 함께 가끔 연화산도 산행하며 코로나19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디카시 #진돗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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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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