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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7년 10월 26일 명량대첩에 '숨은 공신'이 있다

10월 26일 대구·경북의 역사... 명량대첩, 안중근 의거, 청산리대첩, 10.26사태까지

등록 2020.10.27 10:29수정 2020.10.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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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은 우리 역사에서 여러 큰 사건들이 벌어졌던 날이다. 그중에서도 대구·경북과 관계되는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간추려서 돌이켜 본다. 1597년 명량대첩이 있었고, 1909년 안중근 지사의 히토 히로부미 처단 거사가 있었다. 1920년엔 청산리 대첩이 있었다. 또 1979년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격을 받아 운명했고, 2015년에는 상주 터널에서 트럭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명량대첩, 대구·경북과 무관한 것 같지만
 

경북 영주에 있는 임진왜란 공신 오극성 고택이다. 그이 동생 오윤성은 명량 대첩 때 공을 세웠다. ⓒ 정만진

 
명량대첩은 이순신 장군이 단 열세 척 배로 일본군 330척을 격파해 대승리를 이룬 전투다. 전투 지점은 뭍에서 진도로 건너가는 울돌목 바다, 즉 명량이다. 장소가 전라남도 남해인데 대구·경북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다.

당시 아군은 전함이 13척뿐이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나 전술적으로 매우 불리했다. 그때 영양 출신의 오윤성이 이순신 장군의 참모로 있었는데, 기가 막히는 계책을 충무공에게 진언한다. 어민들의 고기잡이 배 수십 척을 판옥선 뒤쪽에 죽 나열을 시키자는 것이다.

일본군이 보기엔 우리 군선의 숫자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공격을 망설이게 되면서 전투 개시 시각이 늦춰졌다. 이윽고 밀물썰물 교대 시간이 되고, 울돌목의 물살은 제대로 거세졌다. 이때를 기다렸던 충무공은 전투를 본격화하고, 마침내 대승리를 거뒀다.

명량대첩 승리 전략이 영양 출신의 오윤성 참모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청소년들에게 많이 알리면 애향심 고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고장에도 대단한 분이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스스로 자긍심을 키우게 된다. 영양읍에 있는 문화재자료 498호 '오극성 고택'을 찾아보자. 오극성 역시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운 공신으로 오윤성의 형이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저격, 오랫동안 계획한 일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처단과 대구·경북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곳은 하얼빈이지만 당일 갑자기 거사를 일으킨 것은 아니다. 안 의사는 그 이전부터 이토 저격을 도모해 왔다.

이토가 순종을 이끌고 1909년 1월 8일과 12일 대구를 방문하고, 그밖에 청도·부산·평양 등지도 순회한다는 계획을 알게 된 안 의사는 그 기간 내에 이토 저격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미처 총을 준비하지 못한 데다, 이토 바로 옆에 있는 순종이 다칠까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안 의사가 대구에서 이토를 처단했더라면 대구가 독립운동의 성지로 다시 한 번 각광을 받게 되었을 텐데, 하고 역사의 가설을 떠올리면서 일견 아쉬움을 느껴본다.
  

경북 영양 남자현 사당 ⓒ 정만진

 
1920년 청산리 전투도 대구·경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김좌진 장군을 중심으로 한 아군 2800여 명은 청산리 일대에서 일본군 2만5000명과 싸워 적 2000명 안팎을 죽이고 아군은 100명가량 전사한 대승리를 거뒀다. 

전국에서 독립군을 자원한 청년들이 신흥무관학교 등을 거쳐 청산리 전투에 많이 참전했는데 이들 중에는 대구·경북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김좌진이 대구에서 결성된 대한광복회의 만주지부장 출신이고, 광복회가 청년들을 모아 신흥무관학교로 많이 보냈으니 말이다.

특히 영화 <암살>의 실존 모델인 영양 출신 남자현 지사는 1919년에 만주로 망명했는데 그 이듬해 청산리 전투에 참가해서 "독립군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무렵 남자현 지사는 48세로서 일반 독립군 군사들의 어머니 연령이었기 때문이다.

독재 세력의 전횡 없어져야 모두의 행복 가능

'10월 26일' 하면 이른바 '10.26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10월 26일 상주 터널에서 트럭에 화재가 난 것도 안타까운 사고이지만, 1979년의 10.26 사태는 정말 안타까운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이다. 그것도 박정희 대통령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모두 대구·경북 사람, 좁히면 선산 출신이니 더욱 안타깝다.

우리 역사에서 10.26 사태와 같은 비극은 두 번 다시 생겨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사건은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명제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사람은 서로 타협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동물이다. 특정 개인이나 세력이 공동체의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 들면 결국 비극적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10월 26일을 맞으면서,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좋은 세상이 하루 빨리 오기를 소망해본다.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에 걸려 있는 편액 중 하나 ⓒ 정만진

  
* 이 글을 쓰는 데는 이영재 <문월당 오극성>, 김삼웅 <안중근 평전>, 이성우 <대한광복회 우재룡>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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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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