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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교육은 무겁다? '통일될라면'만 있으면 됩니다

[2020 충남통일교실] 청양 청남초 통일 관심 교사의 '통일 교육' 비법

등록 2020.10.27 09:44수정 2020.12.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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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분단된 지 60여 년이 지났습니다. 분단된 땅에서 태어나 살아 온 젊은 세대들은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고자 학교마다 평화통일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함께 평화통일 교실 안 풍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편집자말]
 

청남초 1학년 학생들이 북한 친구들에게 보낸 엽서 ⓒ 청남초

  
친구야!
우리 선생님이 그러는데 친구는 사이좋게 지내야 한대.
친구할려면 사이가 좋아야 하는 거랬어.
우리 친구 할까?
얼굴도 모르지만, 오늘부터 우리 친구 하자
이건 선물이야
(아래에 노란 색연필을 그려 넣음)

- 필균이가

충남 청양 청남초(청남면 덕명로, 교장 윤복자) 1학년 학생이 북한에 있는 같은 또래 친구에게 보내는 엽서 글이다. '얼굴도 모르지만, 오늘부터 우리 친구 하자'며 연필을 그려 선물한 마음 씀씀이가 깜찍하다.

같은 반 현섭이가 북한의 8살 친구에게 쓴 글은 시원하고 달콤하다.
안녕! 1학년 8살 친구!
너무 더워, 아이스크림 같이 먹고 싶다.
같이 먹으면 더 달콤하고 시원할 텐데
그치?

윤성윤 학생은 짧은 문장에 놀이 소개에다 같이 놀자는 제안까지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술래 몰래 걸어가다 멈추는 놀이를 합니다.
함께하고 싶습니다.


문장마다 북한 친구들과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진하게 느껴진다. 지난 6월 15일 충남 공주에 있는 충남통일관을 견학한 후 돌아와 통일엽서 공모전에 참여해 쓴 글이다. 글을 쓴 세 명의 학생이 이 학교 1학년 전부다. 유치원생을 포함 6학년까지 전교생은 33명이다.

통일포스터 공모전, 대상-금상-단체상-지도교사상까지
 

청남초 5, 6학년 학생들이 민주평통에서 주관한 ‘2020 통일공감 평화통일 포스터 공모전'에 참여해 대상(왼쪽)과 금상(오른쪽)을 받았다. 청남초는 단체상을, 정미경 교사는 지도 교사상을 받았다. ⓒ 청남초 제공

 
1학년 학생들만 통일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 지난 8월에는 통일부에서 주관하는 '학교통일체험 교육'을 신청해 전교생이 학교에서 다양한 통일 교육을 벌였다.

5, 6학년 학생들은 민주평통에서 주관한 '2020 통일공감 평화통일 포스터 공모전'에 참여해 대상과 금상을 받았다. 청남초는 단체상을, 교사는 지도 교사상을 받았다.


쉼 없이 이 학교의 통일 교육을 이끄는 통일지도 교사는 누구일까. 1학년 담임인 정미경 교사다.

정 교사는 "통일과 통일 교육에 관심이 많다"며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통일에 대해 관심을 둘까'를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 교육은 통일의 당위성을 말하기보다 아이들이 늘 통일을 말하고 생각할 수 있게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 노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통일의 당위성은 말하지 않습니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같은 당위성은 교과서에서도 거의 다루지 않아요. 분단의 아픔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통일의 당위성은 이해하기 어렵거든요. 아이들이 통일을 생각할 수 있게 계속 드러내면 자연스럽게 통일의 당위성을 깨닫게 되거든요."

그가 아이들에게 통일체험교육을 지속하는 이유다. 그가 만든 통일체험프로그램도 있다. 정 교사는 지난 8월 통일부 주최로 청남초에서 개최한 '학교통일체험교육'에서 직접 개발한 '통일될 라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사발면 뚜껑에 '통일이 될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표현하는 방식이다. '통일'에 대해 생각도 하고 통일 라면을 먹어보는 '맛있는' 통일 교육 시간이다.

청남초가 개발한 통일 프로그램  '통일될 라면' 만들기
 

지난 8얼, 통이룹 통일교육원 주최 '학교통일페험교육' ⓒ 청남초

  

청남초 정미경 교사가 개발한 '통일될 라면' 프로그램. 사발면 뚜껑에 '통일이 될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표현하는 방식이다. '통일'에 대해 생각도 하고 통일 라면을 먹어보는 '맛있는' 통일 교육이다. ⓒ 심규상

 
올해 22년째 교직에 몸담은 정 교사는 통일 웅변대회, 통일글짓기 대회 등 아이들이 통일을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지속해서 벌여왔다.
"통일 교육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친정아버지 영향이 커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북 분이셨어요. 황해도요. 실향민이셨죠. 다행히 아버지는 온 가족이 다 남으로 내려와 이산가족이 없어요. 고모부는 고모네 가족만 내려오셨어요. 고모부는 평생 북의 가족을 그리워하셨죠.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도 나가셨어요.

영화 '국제시장'을 보며 우리 가족, 친척들의 사연이라 엄청나게 울었어요. 명절이면 고모부가 고향을 그리워하시며 술만 드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어릴 적부터 보고 들은 것이 통일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 것 같아요.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 금강산 여행이었는데  길이 막혀 소원을 이루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요"

"통일 교육과정 매뉴얼 있었으면...."
 

청남초 정미경 교사 ⓒ 모소영

 
그는 "동료 선생님들이 관심이 없었다면 다양한 통일교육을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많이 도와주신다"고 밝혔다.

충남도교육청에 대해서도 "도교육청에서 많은 통일 관련 교육 자료를 지원하고 있다"며 "교사들이 관심만 가지면 관련 교육자료는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통일 교육과정 외에 통일 교육에 대해 '학교폭력 방지', '식중독 예방'과 같은 기본 매뉴얼이 있으면 한다"며 "도 교육청에서 그런 매뉴얼을 제공해 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 교사에게 '통일교육 이후 학생들의 변화'를 물었다. 그러자 '그건 잘못된 질문'이라고 꼬집었다.
 
"눈에 띄는 어떤 변화가 확 나타나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한 번 했다고 확 변화가 나타나는 건 교육이 아니에요. 그건 퍼포먼스에요. '이런 교육을 받으니 통일의 의지가 확 불타오르니?' 등의 질문을 하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오랜 기간 기다려 주는 게 교사이고, 교육과정이고 교육입니다."

청남초는 오는 11월에도 통일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청남초 전경 ⓒ 모소영

 
청남초 전교생은 유치원생을 포함 33명이다. 이 중 14명이 다문화가정이다. 학생 수는 적지만 1922년 개교, 2년 후면 100주년을 맞는다.

방과 후 강사들이 오기 어려울 만큼 외진 곳이지만 도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전교생에게 외발자전거, 승마 등 체험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나라사랑교육과 문화교육을 중시한다. '무궁무진 무궁화 선도학교'로 학교 정문 옆에 무궁화 화단을 조성했다. 나라 사랑의 마음을 키우기 위해서다. 지난달에는 무궁화 꽃신 그리기 체험교육도 벌였다. 장담그기 체험 등 문화교육도 일상적으로 벌인다.

지난 9월 부임한 윤복자 교장은 "한국 고유의 문화를 체험하는 교육도 필요하지만 도 교육청에서 한 번도 어머니 나라를 가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어머니 나라 보내주기'를 지원해 아이들의 어머니 나라에 대한 정체성도 잃지 않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념과 생각이 다른 다문화 아이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것처럼 통일 교육도 서로를 알고 이해시키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남초 #통일교육 #충남도교육청험교육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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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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