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두원정공의 투쟁... 노동자의 건강이 살아났다

[노동안전보건운동의 발자취 ②-1] 주간연속2교대가 가져온 삶의 질

등록 2020.10.29 09:36수정 2020.10.29 15:31
0
총 200권에 달하는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를 발간하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자신의 활동을 그곳에 담아냈다. 노동운동이자 노동안전보건운동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연구소가 노동시간에 대한 투쟁과 과제를 다룬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장시간 노동, 노동강도, 심야노동, 과로사, 임금과 노동시간 등 노동시간을 둘러싼 현장의 이야기와 변화, 법제도 개선을 위한 요구와 실천을 해왔다. "노동안전보건운동의 발자취" 기획의 두 번째 기사에선,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그동안의 문제의식과 주요한 실천들,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해 보고자 하였다.

과로, 삶과 죽음 사이의 줄타기

연구소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접근은 과로사 사례와 현장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초창기 <일터>에서는 완성차 공장에서 12시간 맞교대, 한 달에 하루 쉬며 일하는 노동자, 야간조 근무 때 주당 64시간 노동이 이루어졌고, 1년에 4일 쉬고 361일 일한 노동자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한 회사에서 1998년부터 2002년 사이에 59명의 노동자가 과로사에 해당하는 뇌혈관, 심장질환으로 진단을 받거나 사망한 통계를 제시하였다.¹) 부당영업을 강요하는 등의 직무 스트레스와 과로로 사망한 학습지 교사, 인력감축으로 노동시간이 증가하고, 노동강도가 증가하여 사고로 이어졌던 철도 노동자의 죽음을 이야기했다.²)

우리나라는 1953년에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부터 1일 8시간 노동제가 도입되었고, 주당 기준 노동시간은 1953년에 48시간으로 정한 이후, 1989년에 44시간, 2004년에 대기업부터 40시간으로 단축되어, 2011년에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에게 주당 40시간이 적용되었다.

그럼에도 법에 존재하는 1일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은 노동시간특례제도와 같이 수많은 예외조항을 담아 다수의 노동자에게 이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밤에는 집에 가서 자야 한다

밤에는 집에 가서 자야 한다. 병원, 경찰, 소방 같은 야간에 불가피하게 일해야 하는 공공영역을 제외하고 생산을 목적으로 반드시 야간에 노동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 야간노동이 심장질환, 수면장애, 소화기 장애, 심지어 호르몬 교란을 일으켜,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야간노동을 생산을 목적으로 꼭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반인권적이다.

<일터> 통권 30호에서는 "노동안전보건투쟁, 이렇게 나아집니다. 4대 실천의제를 중심으로"라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4가지 실천의제 중 "교대제로부터 생명 지키기-심야노동 철폐"를 첫 번째 실천의제로 제시하였다. 당시의 문제의식은 교대제를 없애는 것까지는 어려우나, 생산을 이유로 24시간 운영하는 제조업의 질서를 노동자 건강권을 근거로 심야노동을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시도는 여러 완성차, 부품사들의 심야노동을 줄이는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으로 이어졌다.

"심야노동 철폐는 교대제로부터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첫 발걸음일 수 있다. 물론 심야노동 철폐는 노동자의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며, 그것이 곧바로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보장해 주거나 자본의 이윤율에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심야노동 철폐는 교대제 문제의 근본 해결이나 완벽한 대안일 수는 없지만, 중요한 시작임은 분명하다.

특히 완성차와 조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국의 제조업 체계를 고려한다면, 앞으로 상당한 범위의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서비스업에서도 심야노동을 확대시키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본다면, 심야노동 철폐는 24시간 노동하는 사회를 구축하려는 자본의 시도에 맞서는 투쟁의제로 적극 발전시킬 문제라 하겠다."³)
   

반쯤의 성공, 주간연속 2교대 전환
  
심야노동을 없애기 위한 현장의 투쟁이 진행되었다. "노동시간 연장 없는,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강도강화 없는 주간연속2교대"를 주장하였고, 실제 "두원정공"은 이를 실현시켰다. 점심시간이 포함된 하루 8시간 노동,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근무하는 주간연속2교대를 2010년에 실시하였다. 주간연속2교대와 함께 월급제도 시행하였다.

교대제 변화 이후 노동자들의 건강 수준의 개선이 보고되었다. 교대제 개선 6개월 후와 1년 6개월 후에 두 차례 설문조사를 했다. 삶의 질과 노동의 질이 좋아졌다는 노동자가 많았다. "교대제 개선 전에 비해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라고 응답한 노동자들이 6개월 후 60.4%에서 1년 6개월 후 69.6%로, "노동시간 단축으로 근무 피로도가 줄어들었다"라는 노동자들은 70%, 78%로,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횟수와 시간이 늘어났다"라는 노동자들은 64.5%, 67.8%로, "퇴근 후 집안일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라는 대답은 75.9%, 82.8%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라는 대답은 57.2, 66.9%로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변화가 확대되었다.
  
대표적인 완성차 회사들은 2012년부터 주간연속2교대 근무로 전환이 이루어졌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연구소는 노동시간 연장 없고, 실질임금 삭감 없고, 노동강도 강화 없는 교대제 변화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시간제 임금체계로 인해 발생하였던 장시간 노동으로 유지되던 실제 임금의 감소가 있었고 자동화와 비정규직 확대, 라인의 재배치 등이 이뤄졌다. 명확한 정량화는 어려웠으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노동강도가 강화되었다. 주간연속2교대로 전환되었지만, 야근과 특근 또한 여전히 남아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노동시간센터에서는 2015년 8월호 <일터> 특집 기사를 통해 부품사들의 교대제 전환 문제를 다뤘다. 임금삭감 없고 노동시간 연장이 없는 교대제 변화를 만드는 대신, 실질적인 노동강도 증가를 받아들였던 완성차 방식의 교대제 전환을 다른 사업장에도 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자동차 부품사의 경우에는 이미 상당한 노동강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완성차 회사에서의 교대제 전환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은 아닐지, 적정한 수준에서 노동강도 증가를 제한할 수 있을지 등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

"야간노동의 단축 효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미미하고, 토요일, 일요일 특근이 다시 시작되는 등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가 크지 않은 불완전한 변화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사업장에서 교대제 변경과 함께 노동 강도의 증가가 있거나 예측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임금 감소에 따른 조합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완성차 공장의 교대제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이와 같은 문제는 예측했던 문제이거나 얻은 성과의 크기에 비해 작은 문제라고 판단하는 관점이 있다.

또 한 측면으로는 이러한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야간노동 철폐를 만들어나갈 기획과 현장 통제력이 충분치 않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장의 주간 연속 2교대로의 전환은 임금, 노동 강도, 고용(비정규직 확대)의 문제와 연동되어 몇 가지를 양보하거나 맞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임금의 유지를 위해 생산물량을 더 늘리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변화가 단위 사업장에서 고립되어 진행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이에 부품사들의 주간연속2교대 이행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이행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즉, 이행의 과정에서 임금, 노동강도, 고용의 문제가 어떻게 논의되고 결정되었는지, 조합원을 설득하는 과정은 어떠했고, 사측의 대응과 투쟁 방향을 설정해 가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이러한 확인과 평가를 통해, 향후 주간연속2교대뿐 아니라 이후에 벌어질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초 자료를 만들고자 하였다." )

 

일터 통권 32호(2006.05)에 수록된 만평. 당시 제조업 현장에서는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한 일상활동으로 맨아워(M/H) 투쟁이 진행되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은 부품사에게도 노동시간 단축의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냈다. 절대적인 노동시간의 감소는 그 자체로 긍정적일 수 있었고, 이로 인한 건강 수준의 향상도 일부 가져왔다. 다만, 자본의 공세 역시 거셌다. 숨은 여유율을 찾아내어 실제 노동강도를 높였고, 현장에서 '물량과 임금의 연동'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계속해서 심었다. 교대제 전환을 통해 노동의 몫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되찾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음을 깨닫는 계기였다. 생산력의 발전만큼 노동시간, 노동밀도를 감소시키는 싸움을 해내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한계였다고 할 수 있다.

교대제 개선이 가져온 일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현장 대응의 문제를 짚어내고자 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의 철폐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장의 힘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더이상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 일터 통권 2호(2003.09), 기획1, "노동강도 강화, 그 삶과 죽음 사이의 줄타기 - 현대자동차 생산공장 사례를 중심으로.", 김봉길(현대자동차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 p.14-18

2) 일터 통권 3호(2003.10), 기획2, "철도의 안전사고, 노동자 몇 명 구속되면 해결될 수 있을?", 손미아(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준)연구위원/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p.16-19

3) 일터 통권 30호(2006.03), 특집. "노동안전보건투쟁, 이렇게 나아집니다 - 4대 실천의제를 중심으로.", 공유정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p.12

4) 일터 통권 132호(2015.08), 특집.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김형렬(노동시간센터(준) 회원, 가톨릭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p.30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센터장이자 직업환경의학전문의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0,11월 합본호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노동시간 #노동강도 #교대제 #과로사 #심야노동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