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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호 발망치 유발자' 아랫집은 와이파이로 말했다

[새둥지 자취생 일기 ④] 혼자 살기 전까진 몰랐던 층간소음과 간접흡연의 고충

등록 2020.10.30 19:41수정 2020.11.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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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속 와이파이 네트워크 목록. ⓒ 정누리


입주 첫날, 새벽 1시 눈이 번쩍 뜨였다. 옆집의 다툼 소리 때문이었다. 그들은 세 마디에 한 번씩 고함을 질렀다. 성량이 참 좋다. 이 시간에 옆집에 찾아갈 수는 없으니 베개로 양 귀를 틀어막고 잠에 들었다.

그다음 날 노트북을 연결하기 위해 와이파이 목록을 보는데, 특이한 와이파이가 있었다. 'OOO호 층간소음 유발자' OOO호는 어제 내 잠을 깨운 그 집이요, 이 와이파이의 주인은 나처럼 어젯밤 잠을 설친 아래층 주민으로 추정됐다.

일주일 뒤 와이파이 이름은 또 한 번 바뀌었다. 'OOO호 층간소음 의자끌기 발망치 유발자' 와이파이로 항의하는 이름 모를 주민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효과가 있었는지 몰라도 이후로 옆집은 소음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발망치'가 무슨 뜻일까? 처음엔 '발망'만 읽고 '의류 브랜드?'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 망치처럼 쿵쿵거리면서 다닌다고 발망치구나.

작지도 크지도 않게 계속 신경을 거스르는 발자국 소리때문에, '발망치'를 검색해봤다. '너무 화가 나면 폼롤러로 천장을 두 어 번 치세요. 위층이라도 느껴집니다.' 최대한 대면을 피하고 싶은 층간소음 피해자들의 조언이 쏟아져 나왔다.

정말 기다란 것으로 천장이라도 쳐봐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관리실에서 방송이 나왔다. "이곳은 이웃이 함께 거주하는 공동 건물입니다. 서로 배려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누가 인터폰으로 항의를 했나 보다.

손글씨로 꾹꾹 눌러쓴, 절박한 그 심정 
 

주민의 간접흡연 항의서 ⓒ 정누리

 
한 날은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못 보던 종이가 붙어있었다. '10층 주민입니다. 제가 최근 간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간접흡연 시 재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제발 방 안에서 담배를 피지 말아주세요.'

나와는 꽤나 거리가 떨어진 층인데, 한 층 한 층마다 종이를 붙여 놓은 모양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꾹꾹 쓴 글씨에서 그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졌다. 얼굴은 모르지만 그 종이가 부디 효과가 있길 바랐다.

개미들은 왜 집에서도 투쟁해야 하는 걸까 
 

서울 전경 사진 ⓒ By Yohan Cho on Unsplash

   
위에서는 층간소음, 아래서는 담배연기. 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주민들은 최선을 다해서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예전처럼 얼굴을 마주하고 붉으락푸르락 싸우기보다는, 비대면으로 항의하고 있다. 와이파이 같은 방법은 창의적인 만큼 서글프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는데, 생활의 소리는 왜 이리 가까워지는 걸까. 여럿이 살 때는 백색소음에 가려 몰랐던 것들이, 이제야 고독한 방 속에서 들리기 시작한다. 조그마한 땅 한 뼘 위에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개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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