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의 목표와 미래, 그 불편한 진실

[주장] 이제라도 교육개혁이다, 시작하자

등록 2020.10.28 11:58수정 2020.10.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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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문제의식은 오늘날 한국의 대학은 정말로 '인격도야,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의 목표와 미래를 진단하고, 그 불편한 진실을 내뱉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주요 몇몇 대학의 목표와 이념 등을 검토하면서 그 가능성과 현실성을 꼬집고 대안을 거침없이 제안한다.

한국의 대학은 구한말이나 일제강점기에 전문학교란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연희전문(지금의 연세대학교), 보성전문(지금의 고려대학교)이 대표적이다. 대학이라는 명칭으로 교육기관이 설립된 것은 일본이 1924년에 설립한 경성제국대학(지금의 서울대학교 전신)뿐이었다. 1945년 해방 이후 전문학교가 대학으로 승격하였고, 이후에 많은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각지에 설립되었다.

미군정하에서 4년제 대학이 제도화되었다. 1945년 8·15 당시 총 19개 교에 불과했던 고등교육기관이 1948년에는 종합대학교 4개, 단과대학 23개 등 모두 42개에 이르는 급속한 양적 팽창을 이루었다. 현행 고등교육제도의 기초는 1951년 3월 20일 법 개정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때 정립된 고등교육제도는 외형적 구조에 있어서 미국식 모형을 닮은 것이었고, 운영방식에 있어서는 일본식 모형의 전통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실제는 혼합모형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1985~1987년 대통령 직속 하에 설치된 교육개혁심의회는 고등교육개혁에 대한 일련의 새 구상을 제시했다. 현행 교육법상 "대학은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광범위하고 정밀한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것을 목적"으로 명시했다(제28조).

대학원은 1946년부터 시작되었으며 1959년부터 특수대학원이 제도화되어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으로 2원화 되었다. 등록되어 있는 대학교는 2017년 기준으로 총 429개, 대학원 수는 1182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상의 사실은 검색을 통해 필자가 요약하고 정리했다(출전: 다음, 네이버 포털 검색; 검색일 2020.9).

우선 서울대학교를 알아보자. 서울대는 "지식탐구를 통해 겨레의 길을 밝히는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로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를 내걸고, 학문과 진리탐구를 통해 겨레와 함께 미래로 도약한다는 서울대학교의 의지를 드러낸다. 연세대학교는 진리와 자유의 정신을 체득한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목표이다. 나아가 연세인은 1) 겨레와 인류의 문화유산을 이어받고 창의력과 비판력을 길러 학문의 발전을 이끌어간다. 2) 정의감과 기백을 드높이고 열린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인류의 번영에 이바지한다. 3) 연세인은 이러한 사명을 깊이 새겨,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연세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지도적 역량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자유/정의/진리를 표방하면서 홍익인간 육성, 인격도야, 자주적 생활능력 (향상), 민주시민의 자질 (함양), 인간다운 삶 영위, 민주국가발전과 인류공영 실현 등을 목표로 삼는다.

이런 정도면 머리가 아프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표방하는 한국의 인재상은 충분하다. 이 정도 이상을 기대하면 무리일 것이다. 문제는 각 대학에서 그 내용이 실천적으로 이행되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아마도 평가는 평점 이하일 것이다. 기왕에 부산대와 경북대도 살펴보자.

부산대학교는 진리, 자유, 봉사의 정신을 실현하는 참 대학으로서 인류애를 기반으로 시대의 흐름을 통찰한 새로운 가치체계를 만들어 지역과 국가, 인류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학문연구와 인재양성을 통해 사회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진리를 추구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에 기반한 학문적 발전을 도모하는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참 대학으로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웃과 사회와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시대를 통찰할 수 있는 창의적 통섭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경북대학교는 진리, 긍지, 봉사를 이념으로 창의(기존의 인식체계나 태도에 물음을 제기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는 역량), 융합(학문영역의 경계를 넘어 교류와 협력을 통해 통합적으로 사유함으로써 새로운 지식가치를 창출하는 역량), 성찰과 비판(근원적 문제제기를 통해 기존의 독단과 편견을 시정하고 개방된 인식과 태도로 공론 활성화에 기여하는 역량), 탐색(부단한 질문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근원을 탐구하여 궁극적 진리에 이르는 역량)을 교육내용으로 삼는다.


이런 정도면 머리가 더 아프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이어 부산대, 경북대를 살펴본 것으로 이미 한국 대학의 목표와 미래는 과분하다. 정말 그런가? 아니다. 학문과 진리 탐구, 정의감과 기백의 인간육성, 봉사하며 인류의 번영에 이바지하는 지도적 역량발휘, 창의적 미래 인재양성, 세계를 변화시키는 대학인 육성 등을 내걸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하물며 여타 대학은 두말의 여지도 없다.

첫째의 진단이다. 대개의 대학이 서로 닮은 백화점이다. 미국식과 일본식이 70년 넘게 유지되면서 변화가 없다. 그 틀이 유지되면서 백화점 규모에 차이는 좀 있을지 몰라도 고만고만하다. 서울대에서 제주대에 이르기까지 닮았다. 이 틀을 깨고 다시 설계해야한다. 거점국립대부터 바꾸어야 한다.

둘째의 진단이다. 대학교수 수준이 정체되어 있다. 교수로 임용되면 대학에서 더 진보하지 않고 오히려 정체되거나 퇴보한다. 왜 일까? 교수평가가 질의 평가가 아닌 양의 평가를 하니, 수준 높은 연구는 멀리하고 승진과 성과급 챙기기에 바쁜 연구로 소일한다. 약간의 질적 수준을 중시하는 연구가 있을지는 몰라도 고만고만하다. 서울대에서 제주대에 이르기까지 닮았다. 이 틀을 깨고 다시 설계해야한다.

셋째의 진단이다. 대개의 대학교수는 안주하는 직업인이 되었다. 교수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고민하는 자질의 인간이어야 한다. 연구와 교육의 수준은 거기서 시작한다. 자질이 결여된 연구자가 대학교수가 되면 그는 안주하는 직업인이 된다. 조교와 대학원생은 그의 비서가 된다, 한국의 대학풍토는 그것을 조장한다. 소수의 인격인, 참 교수, 참 교육과 연구자가 있을 뿐이다. 대부분은 직업인으로 고만고만하다. 서울대에서 제주대에 이르기까지 닮았다. 이 틀을 깨고 다시 설계해야한다.

넷째의 진단이다. 대학교수의 질적 평가가 필요하다. 초중고의 교사는 지식전달자이다. 사실과 공리와 정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가르치면 된다. 대학교수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 진리 탐구는 무엇인가? 연구논문의 수준문제이다. 대학교수의 허접한 고만고만한 연구와 교육은 낭비다. 슬라이드나 피피티(중고등학교의 판서)는 교육을 위한 부자재이지 원자재가 아니다. 설명과 해설은 대학교육의 본질이 아닌 부자재다. 비판과 창조적 재해석이 대학교육의 원자재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교수강의의 질적 평가를 하지 못하거나 눈감는다. 교수가 갑이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교수마다 질적 차이는 있겠지만 고만고만한 생태계다. 서울대에서 제주대에 이르기까지 닮았다. 이 틀을 깨고 다시 설계해야한다.

대안이다. 1) 모든 교수강의를 공개해야 한다(대학 강의는 10시간, 100시간이 중요하지 않다. 1시간짜리라도 대학다운 강의여야 한다). 2) 교수논문을 질적 평가로 바꿔야 한다(허접한 100편 보다 알찬 1편이 진짜 논문이다). 3) 거점국립대의 운영체계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거점국립대 교수의 순환근무 도입(1,2,3 대학), 석사박사 학위심사의 공통기준 마련(지도교수의 임의적 학위수여 방지), 학제의 탄력성 도입(4년제, 3년제, 2년제), 무능교수의 퇴출시스템 도입 등이다. 그 밖에도 모든 대학에서 a) 학부생 및 대학원생에 의한 교수평가제 도입. b) 박사학위 인력의 국가관리 시스템 도입. c) 대학에 대한 지원과 관리 및 감독의 공개시스템 도입(특히 사학이 늘 비리와 부정부패의 대명사여서는 곤란하다. 사립대학은 투자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어야 한다. 인사와 예산, 절차는 공개되어야 한다). d) 각 전공별 탑 20 강의의 영상화 및 무료배포(이는 인건비 절감과 대학개혁의 단초를 열 것이고, 코로나 19 사태에 대한 대응책도 된다) 등이다.

이상의 진단과 대안은 얼개그림이고 교육개혁을 위한 바탕그림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이어 부산대, 경북대의 인재육성 목표와 이념은 과분하다. 허울을 벗자. 말장난 말자. 내실을 기하자. 이대로는 대학은 소학이다. 이런 상태에서 대학의 미래는 10년이 지나나 100년이 지나나 다름이 없다. 어떻게 하나? 이제라도 개혁이다. 시작하자.
#대학교육 #사학교육 #교육개혁 #한국사회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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