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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낙태를 죄라 여겼던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인 낙태죄 폐지 회견..."임신중절 정죄 목소리, 한국교회 대표하지 않아"

등록 2020.10.28 17:44수정 2020.10.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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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낙태를 죄라 여겼던 그리스도인입니다. 그 가르침에 '아멘'했던 저는 지금, 낙태죄 폐지를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그리스도인입니다. 다만, 형법상 낙태죄를 근거로 무수한 여성이 자신의 몸과 삶에 관해 선택할 권리를 빼앗기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을 방치하는 게 과연 하나님의 뜻인가 질문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2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개최된 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 '그리스도인 낙태죄 완전 폐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어람ARMC 오수경 대표의 고백이다. 그는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는 일은 종교적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시민인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는 문제"라며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하나님의 뜻과 배치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10월 2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 '그리스도인 낙태죄 완전 폐지 기자회견'이 열렸다. ⓒ 홍하늘

 
회견에 함께 한 김하나 전도사 역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교계는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개인을 통제하기보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상황이 안돼서 출산을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돌봄과 살핌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신학회 회장 이영미 목사는 회견에서 "낙태죄 폐지 주장은 자유로운 성과 무절제한 임신중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며 "생산과 관련된 개인들의 선택과 실천을 국가가 단죄하고 처벌하는 것을 중지하라는 요구"라고 짚었다.

"'태아도 생명' 프레임으로 수많은 여성이 죽는 현실 외면"

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람을 처벌하고 통제하는 법이 아닌 삶을 살피고 지원하는 법이 필요하다"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역행하는 입법 예고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발표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낙태죄를 유지한 채 낙태죄의 성립 조건의 범위만을 조정한 안"이라며 "국가가 계속하여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임신중절의 여부와 조건을 결정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정부개정안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임신중절을 정죄하는 목소리가 한국 교회를 대표하지 않는다"라며 "그동안 국가·종교·사회는 개인의 삶의 자리와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누군가를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았다, 낙태죄 완전 폐지는 이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어가는 중요한 걸음으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 변화에 함께하겠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김하나 전도사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낙태에 대한 단죄가 기독교 정신에 어긋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독교 양측은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 존중'이라는 말 안에 여성의 생명은 배제돼 있다. '태아도 생명이다'라는 프레임으로 태아의 생명을 지나치게 부풀려서 얘기함으로써 수많은 여성이 죽는 현실은 외면하며 차별과 혐오를 가리고 있다."

-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기독교 단체에서도 낙태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 교회 안에서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와 관련해 공론의 장이 전혀 없었다. 정치적으로 스피커를 잡은 사람들의 얘기만 있었을 뿐 우리 안에서 얘기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낙태에 대해 잘 모르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다. 앞으로 각 교회에서부터 공론화가 일어나다 보면 낙태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도 조금씩 없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 낙태죄 완전 폐지를 이룬다면,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낙태죄 폐지에 그치지 않고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이러한 권리가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종교계가 함께 연대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낙태죄 완전 폐지 이후에도 낙태죄를 다시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폭력과 혐오의 움직임들을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어떻게 하면 변환시킬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할 것이다."
#낙태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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