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와 동남아의 국가 차이, 왜 생겼을까

[서평] 조 스터드웰 지음 '아시아의 힘'

등록 2020.12.15 08:21수정 2020.12.1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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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의 다른 지역에 비하면 비교적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수모를 겪었고, 주로 벼로 농사를 짓는다. 인구 밀도가 높고 기후가 따뜻한 편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선진국과 경제 성장을 향해 내달렸다. 이는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 모두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늘날 두 지역의 경제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북아시아 3국인 대만, 일본, 한국은 고도성장을 겪은 후 개발도상국 대열에서 빠르게 빠져나왔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아직도 잠재력이 있는 국가라는 평에 그친다. 심지어 몇몇 나라들은 국가가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들이라고 해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말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아시아의힘 ⓒ 조스터드웰

 
<아시아의 힘>(원제: How Asia Works)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경제 발전을 비교한 책이다. 저자 조 스터드웰은 아시아에 대한 글을 오랜 기간 써온 저널리스트로, 계간지 차이나 이코노믹 쿼털리의 편집장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동북아 3국과 동남아 3국을 비교한다. 동북아 3국은 대만, 한국, 일본이며 동남아 3국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다. 동북아 3국은 오늘날 과거에 비해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동남아 3국은 아직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세 가지 요소를 동북아 발전의 핵심으로 본다. 농업 구조, 수출 중심 제조업 진흥 여부, 금융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정도다.
 
아시아 위기가 밝힌 사실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적 개입이 동아시아의 경제개발에서 실로 장기적 성공과 실패를 갈랐다는 것이다. 일본, 한국, 대만, 중국의 정부는 2차대전 후 농업 부문에 획기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근대화 노력을 제조 부문에 집중했으며, 금융 시스템이 이 2가지 정책적 개입에 기여하도록 했다. 그에 따라 이전 단계로 돌아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도록 경제구조를 바꿨다.  -본문에서
 
책은 동북아 3국은 농지개혁을 통해 소농 위주의 경제로 농업 구조를 재편했고, 수출 위주의 제조업을 육성하였으며, 금융에 정부가 개입하여 제조업을 지원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분석한다. 구체적인 예로는 대만과 한국의 토지 개혁, 일본의 기업 수출 지원을 꼽는다.

저자는 소농의 중요성에 대해 주목한다. 경제성장이 저조한 나라들은 대부분의 인구가 농업에 종사한다. 그들이 가진 몇 안 되는 자원이 바로 농업 노동력이다. 저자는 이 노동력이 대농장에서 대지주를 위해 일하게 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 대신 정부가 농지개혁을 실시해서 소농 중심의 농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그래야 헥타르당 소출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농지개혁을 하지 않았다. 대신 대지주가 농업의 상당수를 지배하는 구조를 유지했다. 필리핀같은 나라는 이런 구조로 인해 생산력이 향상되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또한 저자는 제조업을 크게 육성해야 한다고 본다. 이 제조업은 모든 제조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에 도움이 되는 제조업을 말한다. 내수를 위한 제조업에는 중점을 두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제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보호주의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고, 수출시장에 부적합한 기업은 도태시킨다.

말레이시아는 이런 동북아 3국의 성장 모델을 적시에 제대로 쫓지 못하는 바람에 힘겹게 육성한 말레이시아 자동차 산업이 수출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평이다. 반면 한국은 현대자동차가 수출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애지중지하면서 돌본 끝에 거대 기업으로 키워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금융을 효율적인 시장에 맡기는 대신, 국가가 휘어잡고 제조업에 도움이 되도록 다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금융이 장기적인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고 자국을 보호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자유시장 경제를 외치는 이들과는 크게 배치된다. 저자는 아예 빈국들이 성공하려면 자유시장을 따르는 척만 하고 지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국들은 거짓말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대외적으로는 부국들이 홍보하는 '자유시장' 경제학을 따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한편 실제로 먼저 부유해지기 위해 필요한 개입주의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본문에서

책은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묘사하는데, 포스코가 있는 포항과 현대 그룹이 있는 울산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저자는 한국이 자신이 강조하는 세 가지 요소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본다. 저자가 바라보는 한국은 토지 개혁을 실시한 나라고, 수출 위주의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온 나라가 자원을 투입한 나라다. 저자는 이런 한국형 모델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이다.

책은 세 가지 요소에 집중했기 때문에 교육과 노동 구조에 대해서는 비교적 덜 다루는 편이다. 또한 저자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한국인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거나 중소기업 성장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책에 나오는 토지 개혁, 포스코 및 현대자동차에 대한 이야기 일부는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것이다. 일화와 사건 위주의 설명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동북아 3국의 경제 성장, 산업 발달과 이를 위한 정부의 개입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아시아의 힘

조 스터드웰 (지은이), 김태훈 (옮긴이),
프롬북스, 2016


#개발 #경제 #동남아 #동북아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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