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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유신 기념물이 버젓이, 창원엔 부마항쟁 자랑만 있다"

[보도 그 후] 시민단체, 창원 '유신동산' '5.16군사혁명기념비' '시월유신탑' 철거 촉구

등록 2020.10.29 13:55수정 2020.10.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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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10월 29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원에 있는 '시월유신탑'과 '5.16군사혁명기념비', '유신동산'의 철거를 촉구했다. 사진은 1999년 10월 열린사회희망연대가 마산합포구 회원천 옆에 있는 '5.16군사혁명기념비'를 무너뜨렸을 때 모습. ⓒ 열린사회희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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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10월 29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원에 있는 '시월유신탑'과 '5.16군사혁명기념비', '유신동산'의 철거를 촉구했다. 사진은 1999년 10월 열린사회희망연대가 마산합포구 회원천 옆에 있는 '5.16군사혁명기념비'를 무너뜨렸을 때 모습. ⓒ 열린사회희망연대

 
"3.15의거와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훼손하는 '5.16쿠데타', '유신' 기념물을 철거하라."

시민들이 29일 창원시청 앞에서 외쳤다.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상임대표 하원오)는 경남 창원시에 있는 '시월유신탑'(진해), '5.16군사혁명기념비'(마산), '유신동산' 표지석(마산)을 없앨 것을 촉구했다.

창원에 이같은 기념물이 있다는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지난 26일 보도(제목 : '5.16군사혁명 기념비' '유신동산' '시월유신탑'이 아직도 있다니)하면서 알려졌다.

'유신동산' 표지석은 마산합포구 현동 동전고개에 1977년 12월에 세워졌고, 회원천 옆에 있는 2동에 있는 '5․16군사혁명 기념비'는 1961년 세워졌다가 1999년 열린사회희망연대가 무너뜨린 뒤 다시 세워져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진해 아이세상장난감도서관 뜰에 있는 '시월유신탑'은 1973년 옛 육군대학 앞 삼거리에 9m 높이로 세워졌다가 1976년 3m 높이로 축소되어 이곳으로 옮겨졌고, 현재까지 그대로 있다.

창원시는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5.16과 유신 관련 기념물의 처리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처리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이 가운데 시민단체가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창원시의 철거 여부를 지켜본 뒤 앞으로 활동 방향을 잡아나가기로 했다.
  

"유신독재 기념물 철거하라"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10월 29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원에 있는 '시월유신탑'과 '5.16군사혁명기념비', '유신동산'의 철거를 촉구했다. 황철하 6.15경남본부 상임대표,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 박봉렬 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 하원오 경남진보연합 대표가 발언했다. ⓒ 윤성효

"자랑만 있고 정신이 없는 도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황철하 6.15경남본부 상임대표는 "우리가 사는 이 도시를 민주성지라고 한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나 민주성지라는 곳에서 이런 유신독재 잔재물들이 수십년 동안 우리 생활구역 속에서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움과 함께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기조차 힘들 정도다"고 했다.

황 대표는 "유신잔재물을 철거하느냐 보존하느냐 하는 문제 이전에 우리는 민주 영령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해마다 3.15의거와 부마민주항쟁 기념일이 오면 우리 스스로 민주성지임을 자랑한다. 그리고 해마다 기념행사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이 정부와 지자체가 들어서면서 우리 도시에 민주주의 전당이 들어서게 되고, 3.15의거 발원지는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념단체들이 유신잔재물의 존재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철하 대표는 "시민들이 피 흘려 찾은 민주주의 성과물을 향유하면서 자랑만 했을 뿐이다"며 "자랑만 있고 정신이 없는 도시를 민주성지라고 할 수 없다. 유신잔재물 청산운동은 또 시민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이래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유신 잔재가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 대개 기념물은 예술작품이라서, 그 자리가 심심해서 세운 게 아니라 그 정신을 이어받고 우리 삶의 지표로 삼기 위한 것이다"고 했다.

그는 "철저히 청산하고 반드시 응징해야 하는 유신독재의 기념물을 아직도 버젓하게 세워두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며 "일부에서는 독재도 역사로 기억해야 한다고 하는데, 기억하되 기념물로 기억하는 게 아니다. 독재 박물관을 만들어서 집어넣어야 한다. 반민주, 폭압정치였던 유신을 기억하는 방법은 버젓이 자랑스럽게 내놓을 게 아니다"고 했다.

박봉렬 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민주의 봉화를 올린 곳이 창원이다. 유신독재를 끝장낸 도화선이 창원이다. 독재와 민주주의는 같이 공존할 수 없다"며 "창원시가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당연히 없어져야 할 유신잔재물이 창원에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은 수치다.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하원오 대표는 "일제 대표적 상징물이었던 옛 중앙청, 총독부 건물이 철거되었다. 역사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면 그것도 철거하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 했다"며 "유신독재 기념물을 철거해야 한다. 시민들이 나서든 창원시가 나서든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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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10월 29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원에 있는 '시월유신탑'과 '5.16군사혁명기념비', '유신동산'의 철거를 촉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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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10월 29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원에 있는 '시월유신탑'과 '5.16군사혁명기념비', '유신동산'의 철거를 촉구했다. ⓒ 윤성효

 
"부마항쟁 유린하는 기념비가 버젓이"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회견문을 통해 "어떻게 3.15의 도시 창원, 부마항쟁의 도시 창원에 3.15를 부정하고 부마항쟁을 유린하는 기념비가 버젓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5.16은 혁명이 아닌 쿠데타이다. 5.16은 수많은 마산시민의 피의 희생을 딛고 만들어 낸 민주화를 무참히 짓밟은 군사 쿠데타이다. 또한 유신은 박정희가 종신집권을 위해 만들어 놓은 유래 없는 극악한 독재체제이다"고 했다.

이어 "박정희는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뽑게 만들어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했으며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1/3을 선출하게 하여 입법권을 장악했고 긴급조치를 통해 사법부의 판단 없이 마음데로 국민을 감옥에 보내고 헙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유린할 수 있게 하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유신을 통해 박정희는 입법, 사법, 행정을 모두 장악할 수 있었으며 연임 제한도 없이 체육관 선거로 죽을 때까지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 국민은 입과 귀를 틀어 막혔고 손발을 묶였고 모든 민주적 권리와 인권을 유린당하였다"고 했다.

이들은 "3.15 정신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온 자랑스러운 우리의 정신이며 우리의 자랑이고 우리의 힘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5.16쿠데타와 유신의 기념물은 버젓이 자리 잡고 3.15와 부마정신을 좀 먹고 있다"고 했다.

경남운동본부는 "치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세우는 것은 민주주의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일이며 오욕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는 길이고 밝은 미래를 여는 것"이라며 "경남도와 창원시는 창원시민의 정신에도 맞지 않고 창원시의 역사에도 배치되고 국가기념일과도 상충되는 5.16과 유신 기념물을 즉각 철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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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 동전고개에 있는 '유신동산' 표지석.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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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진헤 '창원시 아이세상 장난감도서관' 뜰에 있는 10월유신 기념탑.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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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회원2동 회원천 옆에 있는 '5.16군사혁명 기념비'. ⓒ 윤성효

#유신독재 #5.15쿠데타 #적폐청산 #시월유신탑 #유신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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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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