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학생들 답안지에 묻어난 '속마음'

[혐한의 세계 ①]

등록 2020.11.02 14:35수정 2020.11.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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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중심가서 군위안부 한일합의 반대시위 지난 2016년 1월 10일 오후 일본 도쿄 중심가인 긴자(銀座) 거리에서 혐한 시위대 수백명이 '위안부 합의 규탄 국민 대행진'이라는 명목으로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필자는 일본 중부지방 대학에서 한일관계론, 동아시아정치론 등의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학기는 우리나라보다는 한 달정도 늦게 시작하여 한달 정도 늦게 끝나기 때문에 봄학기는 8월초에 마치게 된다. 올해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늦게 시작하여 8월말에 마칠 수 있었다.

지난 봄학기는 일본의 대학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동시진행을 하던지 미리 녹음을 해 두어 수강생이 편리한 시간에 클릭하는 온디멘드((On Demand,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초맞춤형' 서비스 형태) 시스템이었다. 수강생들에 대한 평가는 과제물과 기말시험에 의해 이루어진다. 기말시험을 마치면서 두가지 싸움을 함께 치른다. 평가 기한에 맞추는 시간 싸움이고, 다른 하나는 답안지와의 기싸움이다.

일본 대학생들도 한학기에 대한 성적평가를 의식하면서 답안지를 제출하게 되는데, 여러 과목 중에서 한일관계 문제에 대한 서술에는 담당자가 한국인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서인지 조심스럽게 답안을 작성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한국에 호의감을 가졌다면, 서술하는데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한국-역사적으로는 조선시대를 포함하여 복합적인 의미이지만-에 대한 감정, 인상, 기억이 좋지 않을 경우, 표현 속에서 고민한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답안지는 내가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내면의식을 파악하는데 평소 일본인들과의 대화와 더불어 귀중한 척도가 되고 있다. 일본 대학생들은 서술 내용에 좋은 평가를 의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보다는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자신들의 의지를 쉽게 굽히려고는 하지 않느다. 서술 내용을 보면 한일관계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일본만의 탓은 아니라는 주장이 많다.

위와 같은 경험을 비롯하여 이제까지 일본에서 느낀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의식과 감정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혐한을 테마로 소개하려고 한다. 여기서 변화라고 하면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 1980년대초와 일본의 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한 2000년대초, 현재 2020년과의 20년의 세번 주기에서 오는 시간차를 뜻하는데 그 내면에는 공통점도 있지만, 많은 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한 차이가 나타난 배경으로는 1990년대 이후 일본은 성장을 멈춰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도 경제위기를 겪었지만 성장을 계속해 왔던 것, 세계적으로 뻗어가는 한류문화에 대한 수용과 함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일 간의 경제적인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구분하면 한국에 대한 인상이 40년전과 20년전이 다르고, 지금은 또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혐한의 내용과 정도, 표현방식도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혐한이나 반한이 가정과 학교생활이나 단체에서의 학습과 경험을 통해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과 기억으로 형성된 부정적 의식이라고 한다면, 지한, 호한, 친한은 가정과 학교생활을 통해서도 영향을 받지만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과 학습에 의해 구축된 좋은 감정과 기억의 긍정적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한류문화는 즐기지만 한일관계와 관련하여 한국측의 입장은 수용할 수 없다는 호한과 혐한 의식이 교차하면서 혼재되어 있는데, 이제까지의 경험으로는 이렇게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혐한의 내면에는 반드시 한국만을 의식하여 한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북한까지 포함하고, 역사적인 의미에서 조선시대와 그 이전까지 포함될 수 있다. 또한 국제관계 속에서도 혐한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금도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조선반도라는 용어는 한반도보다 그 사용빈도가 훨씬 높다. 한국을 조선이라 부르지는 않지만, 조선이라고 부를 때는 한국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역사적, 지리적인 개념으로 한국, 한반도 보다는 조선이나 조선반도가 훨씬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도 일본에서 그러한 의미로 사용되는 조선과 조선반도는 구분하여 예외적으로 사용하기로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일본 기후교리츠대학 강사입니다.
#혐한 #지한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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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그 내면에 자리잡은 성숙도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민하면서 관찰하고 있는 일본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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