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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랑스에서는 어린이집 사건 사고가 덜할까?

프랑스 어린이집 교사들은 원장과 학부모 앞에서 당당하다

등록 2020.11.05 08:51수정 2020.11.0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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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어린이집 풍경 프랑스 어린이집인 크레쉬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한데 모여 앉아 선생님이 직접 하는 마리오네트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박소영

 
아이가 30개월 정도 되었을 무렵, 나는 아이를 프랑스의 어린이집인 크레쉬(Crèche)에 보냈다. 아이는 크레쉬에 다니는 동안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며 프랑스어도 조금씩 배웠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그곳에서 안전하게 잘 지내서 다행이었다.

아이는 9개월 정도 다녔는데, 나는 틈틈이 크레쉬라는 곳을 유심히 관찰했다. 왜냐하면 한국 뉴스에서 종종 어린이집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에 찍힌 영상에는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학대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나는 그때마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아이가 잠을 안 잔다고 저렇게 때릴 수가 있을까?' 자연히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이곳 어린이집인 크레쉬는 혹시 그런 일은 없는지 아이를 픽업하러 갈 때마다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말도 잘 못하는 아이들을 몇십 명씩 다루다 보니 선생님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행동이 절대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프랑스는 선생님들이 받는 스트레스나 압박이 한국에 비해 덜하다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받았다. 한국 어린이집의 경우 아이들에게 하는 특유의 말투가 있다. 아이들을 대할 때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귀엽고 어린 말투와 목소리로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은 아이들에게도 어른한테 하듯이 말하고 대한다. 아이들이라고 특별히 더 말투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소진도 덜하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덜 받을 것이다. 학부모들에게도 특별히 잘 보이려 하는 것도 없다. 어린이집 교사들까지도 시크한 프랑스! 

아이를 데리러 오면 선생님은 그날 있었던 일과를 간략하게 부모에게 알려준다. 오늘 무엇을 잘 먹었고, 무엇을 안 먹었으며, 화장실은 몇 번 갔는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등 각 항목별로 간단하게 알려준다. 늘 하는 아이의 하루 일과만 간단하게 알려줄 뿐, 더 이상 자세하게 말해주는 것이 없다. 학부모의 질문에는 단답형으로 대답해줄 뿐이다.

아이가 다쳤을 때에도 놀다가 다쳤다고 당당히 말하고(미안한 기색은 전혀 없다) 학부모도 이의를 크게 제기하지 않는다. 학부모에게도 에너지 소진이 덜하다. 학부모들도 선생님에게 바라는 것이 별로 없다. 그냥 시크하게 맡기고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기 바쁘다. 서로 깔끔한 관계이다. 학부모끼리도 말을 잘 안 하니 과연 이들은 자기 아이가 다니는 곳에서 친한 친구는 누군지, 단체 생활은 잘하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은 건가 싶을 정도이다.

끝으로,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그들의 보스인 원장에게도 에너지를 덜 쏟는다. 한 기관의 장인 원장의 눈치도 그다지 보지 않는다. 언젠가 나는 담임 선생님과 대화 중이었는데 원장님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원장님은 선생님 옆으로 다가와서 우리 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계셨다. 분명 선생님도 원장님이 옆에 계신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와의 대화에 집중하였고, 우리의 대화가 다 끝이 나자 그제서야 원장님께 고개를 돌린 후 "무슨 일이시죠?" 하고 물었다. 원장님도 그런 상황이 불쾌하지 않는 눈치였다. 

이처럼 프랑스 사회에서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그 상대의 지위를 막론하고 대화 중에 제삼자가 끼어들지 않는다. 대화 중인 두 사람의 시간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원장님과 선생님 관계도 비교적 수평적이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원장님의 눈치를 보거나 할 필요가 없다.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프랑스
 

프랑스 어린이집 음악 수업 풍경 음악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자신의 리듬대로, 표현하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악기를 두드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박소영

 
이렇게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학부모 스트레스 또는 상사에게 쏟는 에너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동료들 간에도 수평적인 관계이다. 선생님들은 교대로 쉬는 시간에 아이들 교실과 다른 층에 있는 위층으로 올라가서 선생님들이 쉬는 공간에서 편히 쉬다가 다시 내려온다. 선생님들이 하루 종일 일하는 공간인 일터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 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받을 만한 스트레스가 적다 보니 자연히 아이들과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프랑스의 회사 조직문화가 비교적 수평적이라는 것에서 어린이집도 또 하나의 조직이라고 볼 때 비교적 스트레스가 덜한 덕분에 아이들의 사건 사고도 덜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국 어린이집의 경우, 아이들이 생활하는 것을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 아이 엄마들에게 보내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어느 날 나는 유튜브에서 한국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모여서 각자의 고충을 얘기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주다가 사고가 생기기도 하는데 학부모들이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만 사실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인터뷰였다.

이곳 프랑스에는 이런 일이 절대로 없다. 학부모가 요구한다고 해도 어린이집에서 들어주지도 않을 뿐더러, 이를 요구하는 학부모도 없다. 크레쉬 안에서는 담임 선생님들의 자율과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고, 원장도 학부모도 선생님들에게 개입 또는 요구 사항이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직접 돌보는 가장 중요한 선생님들의 심신이 비교적 편안할 수밖에 없고, 아이를 돌보는 일 외에는 어떠한 다른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어린이집 사고가 많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시크한 선생님들 가이드 아래에서 즐겁게 생활한다. 나름의 규칙과 규율 속에서 자유롭게 생활을 한다. 학부모가 우리 아이는 오늘 어땠냐고 물어보면 "오늘 하루 잘 지냈어요"가 최고의 칭찬이다. 더 이상 자세하게 말해주지도 않고 아이의 세세한 발달 사항을 구구절절 나열하지도 않는다. '꽁떵!(Content, 행복해)' 이 한마디로 모든 것이 끝이다.

다른 아이와 비교도 없고 평가도 없다. 나는 종종 선생님께 우진이가 말은 하는지 불어는 잘하는지 묻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모두 다르니 말을 늦게 하더라도 괜찮다고 답해주었다. 정말 아이의 속도는 제 각각이다. 나는 알면서도 괜시리 물어보곤 했다.

나는 파리에 거주한 3년 4개월 동안 단 한 번도 프랑스 TV에서 어린이집 사건 사고 관련 뉴스를 본 적이 없다. 왜 한국은 이곳 프랑스와는 다르게 종종 어린이집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일까? 닷페이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보육 교사는 사진 찍는 기계? 어린이집은 군대?'라는 제목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한국 조직문화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어린이집 시스템이 자칫 교사들로 하여금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그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물론, 어린이집의 구조적인 문제 또는 조직 문화와는 상관없이 어린이집 교사 개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다. 개인의 성품 또는 자질이 의심되는 어린이집 교사들도 분명 있다. 그들은 처벌받아 백 번 마땅하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아이가 너무 좋아서 어린이집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해 그들의 초기 열정과 꿈을 사그라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이에 대해 정부, 시민 사회, 학부모들이 다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해당 글은 기자 개인 브런치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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