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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싫다는 아이들, 한반도 지도 만들며 가장 많이 한 말

[2020 충남 통일교실] '유네스코학교'로 지정된 해미중학교... 통일·평화·인권 교육 활발

등록 2020.11.03 10:17수정 2020.12.2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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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분단된 지 60여 년이 지났습니다. 분단된 땅에서 태어나 살아 온 젊은 세대들은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고자 학교마다 평화통일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함께 평화통일 교실 안 풍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편집자말]

해미중학교에서 한반도 지도를 만드는 스트링아트 통일수업을 하고 있다. ⓒ 모소영


책상마다 한반도 지도가 놓여있다. 평화 통일이라고 새긴 나무판 위에 푸른색 실을 잇고 감았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는 휴전선 부근을 날고 있다. 제주도, 울릉도, 독도까지 갖췄다.

해미중학교(충남 서산시 해미면, 교장 최원제) 학생들이 스트링아트를 이용해 직접 만든 '한반도 지도'다. 해미중학교는 지난달 셋째 주와 넷째주를 통일역사주간으로 지정했다. 도덕 시간과 역사 시간에 집중 평화통일 수업을 하는 방식이다. 셋째 주에는 1, 2학년이 엽서에 한반도 지도 그리기를 했다. 이날 스트링아트 한반도 지도 만들기는 1학년 대상 평화통일 수업이다.

지난달 29일 들여다본 1학년 3반 학생들의 지도 만들기 수업 분위기는 진지했다. 지난 시간에 이미 나무판에 한반도 모양으로 못을 박았다. 이날은 실을 엮고 감아 완성하는 시간이다. 1학년 전체 학급(3학급, 76명)은 지도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역시 통일주간 수업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3학년 도덕 과목에서 '남북한 통일'을 다뤄요. '왜 우리가 해야 하죠?' '왜 우리가 그 어려운 사람들과...'와 같은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요. 한민족이라는 공감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1, 2학년때 부터 통일 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현지현 도덕 교사)
 

해미중학교에서 한반도 지도를 만드는 스트링아트 통일수업을 하고 있다. ⓒ 모소영


해미중학교는 지난 2015년부터 유네스코가 지정한 '유네스코 학교'다. 통일 교육 외에도 '다문화이해주간' '독도주간' 등 평화와 인권 수업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역사동아리에서는 지난 5년 동안 레인보우프로젝트를 통해 인권, 위안부 할머니, 독립운동, 평화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유네스코 학교는 평화, 인권, 국제연대, 환경 보존과 같은 유네스코 이념을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현장에서 실천하는 학교다. 초창기에는 충남에 2개 중학교였는데 지금은 5개 중학교로 늘었다.

"해미중학교의 40% 정도가 공군 자녀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연말 축제 때는 굿즈(스티커, 엽서 등)를 만들어 판매 수익금을 위안부 할머니, 지역 독거노인, 사랑의 열매 등에 기부해 왔다. 이런 활동으로 유네스코에서 주는 상도 매년 받았다. 올 4월에는 감사주간 동안 코로나로 힘든 사람들을 위한 응원에 메시지를 담은 상품도 만들었다." (서왕원 역사 교사)
 

해미중학교 현지현 도덕교사(왼쪽)와 서왕원 역사교사 ⓒ 모소영



지도만들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한반도 지도를 그리라고 했을 때 아이들이 지도를 막상 못 그리더라구요. 먼저 엽서에 한반도 지도를 그리는 수업을 했어요. 지도안에 평화의 이미지도 곁들이게 했죠.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새롭고 다양해서 놀랐어요.

그런데 독도를 엉뚱한 곳에 그리거나, 제주도를 빼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한반도가 어디냐'고 질문하는 학생도 있었죠. 지도그리기도 하고 스트리밍 지도만들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한 인식도 받아들이고 우리나라 지도의 생긴 모습도 알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현지현 도덕 교사)


충남도교육청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예전부터 학생들과 스트링아트로 지도 그리기를 하고 싶었는데 예산이 많이 들어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큰 도움이 됐죠. 2, 3학년에게는 기회를 줄 수 없어 아쉬웠어요. 예산을 늘려 2, 3학년 학생까지 기회가 갔으면 해요."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현 교사는 "학생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통일'을 쓰게 했더니 1학년 대다수 학생이 인류애와 인권 중심의 시각으로 통일을 생각했다"며 "한반도의 모습을 그리며 북한의 동포들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미중학교에서 한반도 지도를 만드는 스트링아트 통일수업을 하고 있다. ⓒ 모소영


현 교사는 "중3이나 고등학생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굳어진다"며 "중학교 1, 2학년이 통일 교육을 하기 딱 좋은 시기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역사통일주간 수업시간 동안 통일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예진 학생은 "지도 만들기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완성하니 뿌듯했다"며 "통일의 과정도 힘들겠지만, 통일이 되면 그만큼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임현석 학생은 "한반도 모양을 잘 몰랐는데 이제는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수업을 통해 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수연 학생은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우선 금강산을 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수진 학생은 "통일이 되면 기차나 차를 타고 쉽게 갈 수 있지 않겠냐"며 "통일이 되면 우선 평양에 가서 손도장이나 발 도장을 찍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통일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왔다. 유하연 학생은 "통일이 되면 대통령도 둘이고, 서로 땅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싸워 혼란스러울 것 같다"며 "지금보다 평화롭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의 임현석 학생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대립하면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며 "전쟁이 나면 죽을 수 있어 무리하게 통일을 하려고 하기 보다 지금처럼 사는 게 나은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 교사는 "이후 통일에 대한 토론대회를 구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통일 골든벨, 북한음식만들기 등 학년에 맞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해미중 학교 학생들의이 실을 잇고 감아 만든 한반도 지도 ⓒ 모소영

 
공통질문으로 학생들에게 '통일'에 대한 단답형 의견을 물었다.

"통일은 실이다. 스트링아트처럼 하나의 실로 이어서 만드는 거니까." (김성현)
"큰 발자국이다. 큰 한 발자국을 내밀면 친해지는 건 한순간이니까". (박예진)
"밤이다. 밤껍질을 깔 땐 어렵지만 먹을 땐 맛있지 않나. 통일도 이루기는 어렵지만 이루고 나면 행복할 것 같다." (이수연)
"가족이다. 가족같이 각별한 사이가 되니까." (한수진)
"생명이다. 전쟁이 나면 죽을 수 있어 무리한 통일시도는 반대한다." (임현석)

 

해미중학교 전경 ⓒ 모소영


해미중학교는 1952년 개교, 내년이면 개교 70주년을 맞는다.

해미중은 혁신동행학교로 역사와 통일, 창의주도형 교육 활동이 주를 이룬다. 2015년부터 유네스코 학교로 지정돼 세계시민 교육과 해외학교 탐방 프로그램도 진행중이다.

동창회의 지원도 많은 편이다. 동창회에서 만든 '해미사랑장학재단'에서는 장학금 또는 국제교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3학년 학생 중 매년 20여 명을 선발, 자비를 일부 보태 일본의 오사카에 있는 중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이완섭 전 서산시장, 성일종 국회의원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최원제 교장은 "지역사회와 학부모의 지원과 참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현재 281명이 재학중이다.
 
#통일교실 #충남도교육청 #해미중학교 #한반도지도 #통일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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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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