떪 길 일함 이른다 가지가지 꽂이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19쪽부터 20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 4285해 과학공부 5-2, 19-20쪽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 이창수
19쪽 첫째 줄에 '쇠판의 떪'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진동'이 아닌 '떪'이라는 말은 '진동'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진동'이라는 말보다는 '떪'이 훨씬 쉬운 말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쉬린 적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 보시는 분을 생각해서 다시 말씀을 드리자면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 흔히 쓰는 '기능'과 비슷한 뜻으로 옛날 배움책에서는 '하는 일'이라는 쉬운 말을 썼다고 하겠습니다.
넷째 줄부터 여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송화기 앞에 선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수화기를 통하여 듣는 사람의 귀까지 오는 길을 생각해 보자."는 월에서 '송화기', '수화기', '통하여'라는 말을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많이 쓰는 '과정'이라는 말이 아닌 '길'이라는 말을 쓰고 있어 더 쉽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옛배움책에서 쓴 쉬운 말들을 보면 '교육과정'이라는 말도 '갈배움길'이라고 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홉째 줄에 있는 '일함'도 앞서 나왔지만 '기능' 또는 '작용'을 써야 할 때 갈음해 쓰면 좋을 말입니다. 열넷째 줄에 있는 '공기의 떪이 듣는 이의 귀에 이른다'에서 '이른다'도 요즘 배움책에서나 다른 책에서는 '도달한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른다'는 말을 써도 된다는 것을 똑똑하게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20쪽 그림 밑에 '전화기의 가지 가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책이라면 '다양한 전화기' 또는 '전화기의 종류' 라고 했지 싶은데 '가지가지'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다들 알지만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어서 좋았습니다.
넷째 줄 끝에서부터 여섯째 줄에 걸쳐서 나오는 '전지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 헌 전지를 뜯어서 살펴보기로 하자'에서 '전지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는 요즘 책에서는 '전지의 구조는 어떤지'라고 '구조'라는 말을 썼지 싶고 '헌 전지를 뜯어서 살펴보기로 하자'도 '헌 전지를 분해해서 관찰해 보기로 하자'라고 해서 '분해', '관찰'이라는 말을 썼지 싶습니다. 그런데 보다시피 그런 말을 쓰지 않고도 하고자 하는 풀이를 잘하고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그림을 풀이하는 말에 나오는 '탄소꽂이'라는 말도 요즘 책에서는 '탄소봉'이라는 말을 쓰는 것과 견주어 보면 참 쉬운 말을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여러 곳에서 쉬운 말을 쓰자는 목소리가 많이 들려 반가운데 그런 목소리들이 이렇게 쉬운 말로 된 옛날 배움책처럼 요즘 아이들의 배움책도 쉬운 말을 써서 만들도록 하자는 데까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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