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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에만 1억 쓴 국회의원이 있습니다

[2019-2020년도 정치자금 : 정책왕·꼼꼼왕] 연구 집중 채이배·이용득, 규정 모범 설훈

등록 2020.12.29 07:01수정 2021.05.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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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끝나도 기록은 남습니다. '전직'이 된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의 마지막 한 푼까지 "의혹 없이", "공명정대하게"(정치자금법 2조) 잘 활용했을까요? 유튜브의 시대, 코로나19 팬데믹은 영향이 없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20대 국회 마지막 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분석해봤습니다. [편집자말]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해야 하며, 의원 개인의 사적 경비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해선 안 된다." (정치자금법 2조3항)

국회의원에게 '정치활동'은 마법의 단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정치자금 사용처를 넓게 해석할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큰 틀의 기준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펴낸 <후원회를 둔 국회의원 및 그 후원회의 정치자금 회계실무> 자료집에 따르면 ▲의정·입법활동과 관련한 경비 ▲선거 경선과 관련한 경비 ▲정치활동 관련 단체 구성원으로서의 회비 등은 쓸 수 있고 ▲위법행위 벌금 및 과태료 ▲노래방 등 유흥주점 사용 ▲동문회 같은 사적 모임에 정치자금을 쓰면 법 위반이다. 그러나 여전히 모호하다.

"정치자금 수입·지출이 있는 때마다 회계장부에 그 상세내역을 기재해야 한다. 여러 건을 한꺼번에 모아서 처리하면 안 된다." (중앙선관위 '정치자금 회계실무')

또한 선관위는 가능한 상세히 정치자금 지출내역을 쓰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강제규정이 아니다 보니 국회의원들의 신고내용은 '동료의원 간담회 20만 원' '보좌진회의 10만 원'식으로 뭉뚱그러져있다. 정치자금법 1조, 법의 목적은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이지만, 실제 수입·지출보고서는 목적에 못 미친다.

이용득·채이배의 '튀는' 정치자금 사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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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2019년 11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당시 모습. ⓒ 유성호


   

이용득 전 의원은 <한국형 노동회의소> 등 22건의 정책자료집을 '국회의원 정책자료'에 공개-등록해 놓았다. ⓒ 국회 홈페이지


   
그런 현실 속에서 '튀는' 두 의원이 있다. 이용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이다. 이들은 자신의 관심사일 뿐 아니라 의정활동과 연관 있는 정책연구용역을 다른 의원들에 비해 자주 맡겼고, 지출 내역을 매우 꼼꼼하게 기재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정치자금을 본래 목적에 맞게 쓰고, 투명하게 공개하고자 노력한 '모범사례'인 셈이다. 

<오마이뉴스>가 2019~2020년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용득 전 의원은 이 기간 26건의 정책 관련 비용으로 1억2991만 원을 썼다. 국정감사 정책자료집과 용역보고서의 경우 해당 주제는 물론 삽화 여부까지 기록했고, '한국의 노동운동과 노동 있는 민주주의' '한국의 불평등과 노동' '한국형 노동회의소 도입방안 연구' 등 용역별 주제도 상세히 기재했다. 계약금과 중도금 지급을 나눠 쓴 부분도 눈에 띈다. 


이 전 의원은 2019년 1월 9일 '전태일재단 이 위원장과 의원님 오찬(태일이 영화 제작 관련)' 2만 원, 2020년 4월 28일 '노동회의소 출판관련 일정협의 및 기획 전체회의' 12만 원 등 간담회 내역도 자세히 남겼다. 기자들과 만날 때도 소속 언론사를 남기고, 보좌진들과 밥을 먹더라도 '의정보고/정책자료 최종 수정작업 의원님 외 보좌진 간담회(2019년 11월 26일, 24만7000원)'식으로 목적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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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바른미래당 전 의원. 사진은 지난 10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당시 모습. ⓒ 이희훈

 

채이배 전 국회의원의 2020년 정치자금수입지출보고서. 채 전 의원은 불출마 이후에도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 개인정보 3법 등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 이종호



채이배 전 의원 역시 꼼꼼했다. 그는 2019~2020년 총 7건의 정책용역을 발주, 4000만 원을 썼는데 '경제개혁연구소-공정거래위원장별 제재조치 현황 분석' '태광그룹 사태로 본 대한민국 경제민주화의 실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수사의 범위' 등 어디에 어떤 명목으로 맡겼는지 명확히 기재했다. 채 전 의원 역시 밥을 먹더라도 '보궐선거지원 출장 식대(의원, 보좌진)' '법관 전관특혜 근절을 위한 변호사법 발의 관련 간담회' 식으로 남겼다.

그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한국취약노인지원재단(5000만 원), 노들장애인야학(5000만 원), 굿네이버스(8000만 원), 한국심장재단(2700여만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 비용을 합하면 약 2억 원이다. 채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출마를 고민해서 2억5000만 원 정도를 모아뒀는데, 그걸 마지막에 기부금으로 준 것"이라며 제일 마지막에 기부한 심장재단의 경우 "통장 닫는 날 남은 총액을 끌어모아서 보냈다"고 했다.

'선거구민 아님'까지 쓴 설훈 "규정대로 따박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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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 2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발표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21대 국회에 다시 입성한 의원 중에도 주목할 사례가 있다. 설훈 민주당 의원(경기 부천을)이다. 그는 기자 오찬이나 전문가 간담회 등 정치자금으로 식사를 할 때마다 만난 사람의 성명, 소속, 만난 이유, 참석 인원 등을 상세히 썼다. '기자 오찬(OO 언론사 소속 김OO 기자 등 8명-선거구민 아님)' '남북전문가 정책간담회(진OO 등 5인-선거구민 아님)' 등에 쓰인 설훈 의원의 1680만 원(75건)은 '언론사 오찬' '전문가 간담회'라고만 쓴 다른 의원들과 크게 차이난다.

특히 '선거구민 아님'까지 표시한 대목은 모범답안에 가깝다.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으로 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열 때 지역구 주민, 즉 유권자가 그 대상이면 안 된다. 공직선거법이 금지한 '매수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보통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에 '언론계 간담회' 정도만 쓴다. 참석자 중 유권자가 있더라도, 의원이 밝히지 않는 한 선관위로선 알 방법이 없는 셈이다. 

설훈 의원은 "규정대로 따박따박했을 뿐"이라며 "정치자금은 후원받은 것이니 투명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투명하게 쓰기만 하면 당내 선거(당대표, 최고위원 등) 등에선 한도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불법(정치자금 사용)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는 19~20대 국회의원 504명이 9년간 지출한 정치자금 4091억 7158만 6508원의 수입·지출보고서를 공개합니다(선거비용 제외). 상세한 내역은 '정치자금 공개 페이지'(http://omn.kr/187rv)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데이터 저장소(https://github.com/OhmyNews/KA-money)에서 데이터파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정치자금 #사용내역 #후원회계 #선거구민아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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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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