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학생들에게 '조선' 물으니 돌아온 답변은...

[혐한의 세계 ③] 청일전쟁과 러일전쟁1

등록 2020.11.17 16:09수정 2020.11.2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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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근대사에서 조선에 대한 일본인의 의식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조선이 식민지지배로 들어서는 역사적 배경이 되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대한 일본인들의 이해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 해 봤다. 필자는 일본 중부지방 대학에서 한일관계론, 동아시아정치론 등의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 대학생이면 이미 고등학교 교과 과정인 일본사와 세계사 과목을 통해 이를 학습한 경험이 있겠지만, 필자가 담당하는 과목에서 '수년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조선과는 어떠한 관계 속에서 치뤄진 전쟁인가'를 묻는 리포트를 일본학생들로 작성·제출하게 했다.
   

일본 '혐한'의 기원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2019년 1월 '일-한 국교단절 선언대행진'을 하고 있는 일본 혐한단체(유튜브 채널 それぞれの主張 갈무리) ⓒ 최우현

 
일본 고교 교과서에 나온 조선

일본의 고등학교 교과서 속에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일본의 근대화가 당시에도 큰 이웃나라로 힘에 겨운 상대로 여겨졌던 청, 러시아와 어떻게 실력이 비교되느냐를 중요한 잣대로 가늠하면서, 승전으로 이어지는 역사로 자리매김 해왔다. 그러나 이를 조선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또 다른 인식이 된다.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일본사에는 청일전쟁 전야에 대해, 조선에서 일본과 청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을 통해 일본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청의 입장이 강화된 시기였다고 서술돼 있다. 처음부터 청일전쟁은 조선을 둘러싼 패권다툼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때 저널리스트로서 신문과 잡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던 후꾸자와 유끼치는 아시아연대론을 버리고 탈아론을 발표하는데, 이는 일본이 구미열강의 일원이 되어 청에 대해 무력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청과 조선에 대한 일본의 침략론으로 방향을 굳혀갈 때, 당시 지식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오늘날 후꾸자와에 대한 일본에서의 평가는 탈아론을 두고, 이는 아시아인에 대한 멸시라는 비판에서부터 계몽기의 선각자라는 평가까지 크게 나뉘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단연 후자로서의 평가가 우세하다. 이후 동학운동이 일어나 청과 일본이 조선에 파병하고, 청일전쟁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하여튼 조선과의 관계 속에 서술하라는 리포트를 작성하게 한 내 의도를 알아차린다면, 수강생들과 교감은 이루어진 셈이다.

과제물을 제출하는 수강생들은 거의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결국 조선을 지배하기 위한 전쟁이었다고 지적하면서, 고등학교 땐 일본의 입장에서 이해했었기 때문에 조선의 입장에서 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수강생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의 책임을 거론하기 시작한다.

즉, 당시 전쟁은 조선을 주변국인 청과 러시아로부터 떼어내어 자주독립을 보장시키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일본이 '안전보장'을 이유로 조선을 지배하려는 계획을 시작했었다는 비판이다.
 
한편 조선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답안지에는, 동학운동에 대처하는 조선정부가 청나라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에 파병 시에는 중국과 서로 알린다는 텐진조약에 근거를 두고 일본도 파병했고 이게 결국 청일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여기서 이미 조선은 스스로를 지킬만한 국력을 갖고 있지 못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조선은 청일전쟁 뒤 러시아에 기울어지고, 러일전쟁 뒤 조선은 미국에 손을 뻗지만 미국은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소극적 자세에 머무르고 만다. 이미 조선은 군사력 이전에 외교에서 판가름이 나지 않았냐고 지적한다.
 
최근에도 일본 보수정치가들의 일부는 당시 이미 조선은 외국에 침략받기 쉬운 상태에 놓여 있었으며 이에 일본이 개입·간섭한 것뿐이라는 인식으로 조선침략에 대한 불법성을 희석시키는 해석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와도 이어지는 맥락이다. 현재 한국이 처한 주변국과의 외교를 견주어 볼 때, 이렇게 외국에 비춰지는 모습에서 과거가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

조선은 이미 침탈 직전이었다, 때마침 일본이 개입한 것뿐
 
다시 정리하면, '일본의 조선 침략과 개입에는 조선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조선지배에 대한 사죄와 책임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그들은 일본이 몇 번이고 사죄를 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러한 논리는 일본과 국교정상화 이후, 오늘날 한일 간 외교분쟁에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많은 일본인들이 이해하고 있는 위와 같은 인식이 한일관계의 본심(혼네)이 돼 있어 사죄라는 겉모습(다떼마에)을 압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사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게 되고 얼마 안 가서 모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일본 기후교리츠대학 강사입니다.
첨부파일 GBW-20-1-2.docm
#혐한 #지한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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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그 내면에 자리잡은 성숙도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민하면서 관찰하고 있는 일본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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