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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시간이 끝났다

[주장] 되짚어보는 '트럼프 4년'

등록 2020.11.09 09:40수정 2020.11.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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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새벽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선거 결과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이 확정됐다. 한국 시각 8일 오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역전극 끝에 승리했다. 하지만 트럼프 측이 개표 과정에서 여러차례 불복 의사를 밝혀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4년, 혐오와 반지성의 얼굴 되다.


지난 수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가 야기한 후퇴는 전방위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아래 PC)'이 미국을 망친다고 말했다. 다른 정치인들이 '올바름'의 눈치를 볼 때, 트럼프는 누군가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대신 한 것이다. 이것은 철저히 정치적인 행위였다.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록 밴드 U2의 보컬 보노는 '트럼프가 미국의 이상을 하이재킹(납치)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상은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가치는 '다양성'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는 집권 이전부터 무슬림과 멕시코인 등 이민족에 대한 혐오감을 앞장서 전시했다.  20만 명의 국민이 사망하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방역 무능이 드러났으나, 그는 이 모든 문제를 '차이나 바이러스'라는 단어 하나로 얼버무렸다. 현대 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다른 나라를 웃돈다. 미국 대통령이 하는 혐오적 발화는 수많은 이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기 마련이다. 2018년, 정치 평론가 제니퍼 루빈이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트럼프의 집권 직후인 2017년, 혐오 범죄는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흑인들이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소중하다)'를 외치며 거리에 쏟아져 나왔을 때, 그는 이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매카시즘을 꺼내 들었다. 그는 취임 전후 여성혐오적 언사로 설화에 휩싸였고, 최근까지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 기간 동안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를 향해 '미국은 여성 사회주의자 대통령을 가질 수 없다'며 전형적인 여성혐오를 드러냈다. 그는 임기 내내 반환경주의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파리 기후 협정에서 탈퇴하고,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부정했다.

'이단아'는 공동체와 전통적 규범, 도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가치에도 관심이 없었다. 같은 당의 고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향해 "얼룩이 많은 사람이었다", "전쟁 당시 생포되었으니 전쟁 영웅이 아니다"라고 비아냥거린 것은 대표적인 순간이다. 트럼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주에 대한 개표 중단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고, 위스콘신주에 대한 재검표 역시 요구했다. 내전에 가까운 분쟁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시간, 위스콘신은 모두 조 바이든이 승리를 차지한 지역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살아 움직이는 교보재였다. 그가 프로파간다와 쇼맨십에 능한 사람이라는 것은, 지난 4년이 충분히 증명해주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오하이오 주, 펜실베이니아 주, 위스콘신 주, 미시간 주, 아이오와 주를 확보하면서 승기를 굳힐 수 있었다. 이 다섯 개의 주는 '러스트 벨트(rust belt : 녹슨 공업 지대)로 불리는 지역이다. 본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제조업의 후퇴와 세계화로 인해 민심에 변동이 일어났다.

트럼프는 이 지역을 충실히 공략했다. 트럼프는 태생적으로 이 지역의 백인 노동자, 힐빌리(hillbilly)들을 대변할 수 없다. 그러나 무기력에 빠진 힐빌리들은 수조 원의 재산가를 자신들과 동일시했다. 트럼프는 이 과정에서 대도시의 엘리트들을 적으로 규정했다. 트럼프는 누구를 적으로 만들고 배제해야 하는지를 잘 알았다. 그의 정치력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연구의 대상이 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쇼맨십의 시간은 4년으로 충분하다.


도널드 트럼프의 낙선과 상관없이, 그가 대변하던 가치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반지성주의, 혐오주의, 반환경주의, 반과학주의, 반 PC 등이 그것이다. 언젠가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이단아'가 다시 등장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트럼프 #바이든 #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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