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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5곳은 거부... 부모 없인 정신과 못 가는 청소년들

아수나로 부산지부 조사 결과 '성인만 진료' 응답도... "진료권리 제한은 명백한 차별"

등록 2020.11.06 10:48수정 2020.11.0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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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드라마 '부부의 세계' 한 장면. 극중 중학생인인 아들 이준영(전진서)이 엄마 지선우(김희애) 몰래 정신과 상담을 받다 들키는 순간이다. 지선우는 아들에게 "미성년자가 보호자 없이 왜 여기서 상담을 받고 있어"라며 혼낸다. ⓒ JTBC


혼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상담을 받으려는 부산지역 청소년 상당수가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인권단체가 지역 내 정신과(의원급)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 가까운 병원이 진료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에 따르면, 이 단체는 부산지역의 청소년 정신건강 의료접근권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지난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설문에 응답한 병원 99곳 중 부모 동의나 동행 없이 진료·처방이 가능한 곳은 23곳(21%)에 불과했다. '진료만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곳은 12곳(11%)이었다.

절반에 가까운 50곳(46%)은 보호자 동의·동행 없는 청소년 상담과 처방 모두 불가능했다. 나머지 14곳(13%)은 '성인만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29.4%, 중학생의 26.9%가 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정신적 고통을 겪어도 청소년이 홀로 병원을 찾아 상담 치료 등을 받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 "접수 거부는 위법 소지 있지만..."

진료 접수를 거부한 병원 측은 대부분 "부모님이 같이 와야 상담과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다. 한 병원은 "의료법에 정신과는 미성년자 혼자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정반대다. 오히려 의료법 등의 현행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의료법(15조 1항)과 보건의료기본법(10조)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거나, 나이 등으로 건강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위법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정신과라도 청소년의 진료 청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법 규정의 취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진료나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면서도 "특정한 의약품 처방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을 위한 법정대리인의 동행을 요청하는 것은 진료거부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수나로는 "많은 청소년이 온라인 게시판, 질문·답변 서비스 등에서 청소년도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한다. 그리고 거부당한 경험담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수나로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부산시에 불법 행위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했지만, 아직도 해결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아수나로 부산지부 김찬 활동가는 "'미성숙하다'고 치부해 청소년에게 부모 동의를 요구하고, 진료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명백한 차별이다.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수나로 #청소년 #정신과 #우울감 #진료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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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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