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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을 따라 펼쳐진 주상절리,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

멍우리협곡 징검다리는 못 건넜지만... 3년만에 다시 본 장엄한 풍경

등록 2020.11.09 09:28수정 2020.11.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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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교에서 내려다본 송대소 한탄강 위를 걸을 수 있는 물윗길도 보인다. ⓒ CHUNG JONGIN


3년 전, 20년 가까운 미국 생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첫 나들이 장소로 택했던 한탄강 유역은 내게 두 가지 면에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먼저, 굽이굽이 도는 한탄강 물길과 물길 옆 병풍을 두른 듯한 주상절리, 멍우리협곡, 고석정, 비둘기낭은 자연이 빚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나머지는, 많이 듣고 배워 잘 안다고 여겼던 한탄강 유역에 대해 실제론 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무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이후, 무지에 대한 반성 때문인지 남북 협력 분위기 고조 등으로 인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미디어 등에서 한탄강 유역에 관한 소식을 전할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게 되었다. 관련 강의도 듣고 책자도 찾아보았다. 

50만에서 10만 년 전, 한반도 가운데 땅 밑에서 꾸역꾸역 용암이 분출했다. 열하분출로 세상 밖으로 나온 용암은 점성이 약해 분화구 주변에 작은 화산체를 만들며 먼 곳까지 흘러갔다. 흘러간 용암은 빙하기를 만나 식으며 주변을 평야 지대로 만들고 빙하가 녹은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 강을 이루었다.

작은 화산체가 지금은 북한 땅에 있는 해발 453m의 야트막한 오리산이고 평야 지대는 철원·평강·회양의 2억 평에 달하는 평야이며 이때 만들어진 강이 한탄강과 임진강이다.
 

아침 햇살 아래 포천의 한탄강 한탄강은 평야의 젖줄 역할을 넘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변모하고 있다. ⓒ CHUNG JONGIN

 
현재, 임진강과 한탄강은 평야의 젖줄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물길이 용암 평원의 약한 부위를 타고 흐르면서 침식이 일어나 30∼50m 높이의 좁고 깊은 협곡을 형성했는데, 이는 학술 면에서나 관광자원 측면에서 가치가 뛰어나다.

협곡의 주상절리와 수직단애는 그 자체로 지질학계의 교과서다. 동시에 글로는 표현이 힘들 만큼 장관을 보여준다. 지난 7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최종인증되어 본격적인 관광 상품으로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가을 단풍이 색을 잃어가는 늦가을인 지난 11월 3일, 다시 이곳을 찾았다. 낯익음과 낯섦, 그리고 반가움과 실망스러움이 교차했다.
 

계절과 햇살에 따라 변하는비둘기낭 윗사진은 3년 전 늦여름 오후, 아랫사진은 올 늦가을 오전의 비둘기낭의 모습이다. ⓒ CHUNG JONGIN

 
3년만에 다시 찾은 비둘기낭, 뜻밖의 풍경 


비둘기낭과 주변의 주상절리는 그대로인데, 늦여름과 늦가을이란 계절적 변화와 오전과 오후 햇살의 차이로 빛깔과 느낌이 낯설었다. 비둘기낭의 에메랄드빛 물 색깔은 강렬한 오전 햇빛에 빛을 잃어 검푸른 색이었고 폭포 아래까지 가는 길은 막혀 있었다. 그래도 새로 만들어진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둘기낭 동굴과 주변 협곡의 주상절리는 단풍색과 어우러져 새로운 반가움을 안겨줬다.
 

비둘기낭 주변 협곡의 주상절리 바래가는 단풍색과 어우러져 새로운 아름다움을 안겨준다. ⓒ CHUNG JONGIN

 
비둘기낭의 경우, 독특한 이름이 붙은 건 주변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어서라는 설도 있고, 수백 마리 산비둘기가 서식해서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6·25전쟁 당시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마을주민의 대피 시설로 사용됐고 군인들의 휴양지로도 이용됐다고 하는데, 지금은 유명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졌다.

서울에서 아침에 떠나는 한나절 일정은 비둘기낭에서 시작하는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길 05코스인 비둘기낭 순환 코스 6km를 걸은 후, 강원도의  한탄강 유역인 철원으로 이동, 늦은 점심을 먹고 고석정을 보고 돌아오는 코스였다. 3년 전 추억을 되돌아보고자 했다.  

비둘기낭 인근의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하늘다리와 멍우리협곡 징검다리를 설치해, 3년 전만 해도 없었던 순환길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탄강 남쪽을 따라 벼룻길을 걸으며 위에서 멍우리 협곡을 감상하고 강 아래로 내려가 징검다리를 건너 한탄강 북쪽의 멍우리길을 타고 하늘다리를 건너는, 이른바 한탄강을 품고 원을 그리는 코스라고 했다.
 

한탄강 남쪽의 벼룻길 11월 늦가을의 오솔길이 아름답다. ⓒ CHUNG JONGIN

 
11월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하늘다리 아래로 조성된 샛길로 들어섰다. 왼쪽에는 주상절리 아래 한탄강이 흐르고 오른쪽으로는 단풍과 어우러진 산이 보였다. 작은 언덕과 울창한 숲을 지나 멍우리협곡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났다.  

예로부터 '술을 먹고 가지 마라. 넘어지면 멍이 진다' 하여 멍우리라 불렸다고 한다. 멍우리협곡은 용암이 순식간에 식으면서 만들어진 6각형의 현무암 기둥인 주상절리를 제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멍우리협곡 왼쪽에는 주상절리 아래 한탄강이 흐르고 오른쪽으로는 단풍과 어우러진 산이 보인다. ⓒ CHUNG JONGIN

 
징검다리를 만날 때가 된 것 같은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징검다리를 찾아 강바닥으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섰으나 길은 끊어졌다. 마주 오는 일행에게 길을 물었더니 징검다리가 지난 장마로 붕괴하여 건널 수 없다고 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밖에. 실망스럽지만 가고 오는 전망이 다르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힘을 냈다. 덕분에 하늘다리도 왕복하고.
 

하늘다리 강바닥에서 50m 높이의 까마득한 공중에 설치된 하늘다리는 길이 200m, 폭이 2m 규모다. ⓒ CHUNG JONGIN

 
강물에 서있는 듯한 투명한 다리 

강바닥에서 50m 높이의 까마득한 공중에 설치된 하늘다리는 길이 200m, 폭이 2m 규모다. 올라서니 출렁거림과 흔들림이 느껴졌고 다리 중간 바닥 3곳에는 강화유리로 된 스카이워크가 설치돼 강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아찔하면서도 재미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음 여정인 고석정을 가기 위해 철원으로 향했다. 도로에 강원도라는 푯말이 보였다. 고석정으로 가기 전 늦은 점심을 위하여 들른 식당 주인이 고석정을 가기 전 새로 개통한 은하수교를 꼭 봐야 한다고 권했다. 이미 4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은하수교에 도착한 순간 남아있던 고석정에 대한 미련은 말끔히 사라졌다. 다리 아래로 보이는 주상절리는 어느 곳보다 웅장하고 또렷했으며 강물은 잔잔한 것이 청록빛을 띤 호수 같았다. 한탄강 9경 중 하나인 송대소였다.
 

송대소 절벽의 주상절리 수직의 기둥 모양 이외에도 옆으로 기울어진 부채꼴 모양도 보인다. ⓒ CHUNG JONGIN

 
송대소 절벽은 지층의 켜가 7~8개나 되고 높이가 30~40m에 이를 정도로 장엄한 주상절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직의 기둥 모양 이외에도 옆으로 기울어진 부채꼴 모양도 보였다. 특히, 저녁 햇살을 받은 절리와 물빛 그리고 단풍색과 녹색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 같은 송대소 협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은하수교였다. 올 10월 8일에 개장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관광 '신상'인 셈이었다. 은하수교는 길이 180m, 폭 3m인 현수교로 중간 부분 바닥에 전체 길이 절반이 넘는 길이 100m 길이의 투명 유리를 설치하여 출렁이는 강물 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은하수교 아래에는 진짜 강 위를 걸을 수 있는 부교를 띄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도록 송대소 물윗길도 조성해 놓았는데, 아쉽게도 일행이 방문한 화요일은 운영을 하지 않는 날이었다. 은하수교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교는 한탄강 물굽이를 따라 S자 모양을 띠며 새로운 기하학적 조화를 보이었다. 
 

은하수교 송대소와 물윗길, 그리고 왼쪽으로는 철원평야가 보인다. ⓒ CHUNG JONGIN

 
이렇듯 경기도의 포천과 강원도의 철원은 빼어난 절경의 한탄강을 열심히 가꾸고 치장하고 있었다. 3년 동안 많은 관광 상품이 개발된 셈이다.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을 탓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가지 못한 고석정은 3년 전 사진을 보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어디 보지 못한 것이 고석정뿐이랴. 한탄강의 비경을 만끽하려면 날을 잡고 며칠간 발품을 팔아 철원에서 포천 일대를 샅샅이 뒤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탄강을 이어 임진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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