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무조건 다 메이드 인 차이나? 중국은 왜 이러나

아리랑과 한복까지 역사적 소유권 주장...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듯

등록 2020.11.11 19:59수정 2020.11.11 19:59
30
원고료로 응원
'동북공정'으로 표현되는 중국의 문화제국주의가 한국인들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 지난 9월 19일에는 동영상 사이트 유쿠의 예능프로그램 <저취시가무3>(这就是街舞3)에서 한복 차림으로 아리랑 가락에 맞춰 부채춤을 추는 공연을 중국 전통 공연으로 소개해 한국인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11월 4일에는 한복의 역사적 소유권(역사적 귀속)을 놓고 자극을 가했다. 스타일링 게임인 '샤이닝니키'의 출시를 기념해 이날 출시된 한복 아이템을 놓고 중국 누리꾼들이 명나라 때 의상이라고 주장하자 게임 회사인 페이퍼 게임즈가 이에 동조했을 뿐 아니라, 반발하는 한국 이용자들을 무시한 채 '한복은 중국 복식'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리랑이 중국 것? 유네스코의 경우
 
a

중국 예능프로그램 <저취시가무>의 심사위원은 아리랑에 맞춰 부채춤을 춘 무대를 본 후 "이게 바로 중국의 스트릿댄스"라고 주장했다. ⓒ 유쿠

 
먼저 논란이 된 아리랑의 기원에 관해서는 학설이 분분하다. 19세기말 흥선대원군 때 생겼다는 학설도 있고, 훨씬 오랜 옛날부터 불렸다는 학설도 있다. 김강산 태백향토사연구소장은 2015년에 <아시아 강원 민속> 제29집에 실린 '아리랑의 기원과 어원에 관한 연구'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인용문 속의 '고리'는 궁예가 세운 고려(고구려)인 후고구려다.

"아리랑의 본디 이름은 아라리다. 메나리는 백제의 멸망에서 기원한다. 백제의 망국요(亡國謠)는 메나리라는 이름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갔으며, 그 가운데 삼척 메나리는 고리(高麗)의 망국요로 아라리 형성에 동기가 되었으며 아리랑은 메나리토리이다. 그러므로 아라리는 메나리에서 나왔다. 아리랑의 후렴구에서 난리의 흔적을 발견하였으며, 난리는 메나리의 형성에 동기를 부여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아라리의 후렴구에 대한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임동권 서라벌예술대학장도 1969년에 <한국 민속학> 제1권에 실린 '아리랑의 기원에 대하여'에서 "아리랑의 기원 시기에 대하여 고대설과 근대설이 있으나, 아리랑은 결코 근자에 생긴 민요가 아니라 삼국시대의 지명이나 인명에서 그 원음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원이 고대에 있든 근대에 있든 중요한 것은 이 노래가 한민족 고유의 한(恨)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중국인들 개개인도 저마다 한이 있겠지만, 아리랑에 스며든 한을 민족적 정서로 공유하는 쪽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중국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국이 항상 세계를 지배해왔다고 과장한다. 그렇게 초강대국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인들이 아리랑을 중국 것으로 우기면서 스스로 '한'의 민족이 되려 하는 것은 모순된 일이다.

더군다나 아리랑은 한국의 신청에 의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아리랑이 한국보다 강한 중국의 문화유산이었다면, 유네스코가 한국의 신청을 받아줄 리 없었을 것이다.
  
옷 갖고 논쟁? 중국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a

중국의 페이퍼게임즈가 자사 게임 '샤이닝니키'의 한국 서비스 종료 소식을 알리며 한복이 자국의 문화임을 강조해 논란이 일고 있다. ⓒ 페이퍼게임즈코리아

 
한복이 한복(韓服)이 아니라 한복(漢服)이라는 주장도 진실을 비껴간 것이다. 이는 이제껏 중국인들이 제작한 수많은 사극에서도 드러난다. 중국인들은 한복이 중국 복식을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에서 제작된 중국 사극 속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조선의 복식과 중국의 복식에 유사점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한국 복식이 중국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중국 복식이 한국에 영향을 주기도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문화 전파는 상호 작용에 의해 생기므로, 두 복식에 유사점이 있다고 해서 한쪽이 다른 쪽을 모방했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중국과 영향을 주고받기 훨씬 이전에 한국 복식이 유목민 복식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04년에 <한복문화> 제7권 제1호에 실린 김문자 수원대 교수의 논문 '고대 한복의 원류 및 세계화 속의 한복의 위치'는 "우리 한복은 스키타이계 복식 문화에 속하는 대표적인 복식"이라며 "스키타이족의 주 활동 무대인 흑해 주변과 유럽 동북쪽을 비롯해 북방 유라시아 스텝 지대를 지나는 초원의 길을 통해 각지로 전파됐다"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서양복의 대표적인 복장이라고 생각하는 슈츠 양식과 우리 바지, 저고리 양식은 그 원류를 찾아가 보면 한 뿌리에서 나왔으며, 이는 서양복과 우리 한복이 먼 옛날 스키타이 복장에서 출발하여 각자 발전해 왔지만 그 원류가 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한복은 우리 고유의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 형태라고 볼 수는 없는 세계 공통의 일정한 양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복이 농경민족인 중국이 아니라 유목민족인 스키타이족과의 상호작용으로 발달했다는 점은 일본 전문가의 글에서도 발견된다. 일본의 지리문제 저술가인 쓰지하라 야스오는 한국어로 번역된 <문화와 역사가 담긴 옷 이야기>에서 8세기 이전 일본 복식을 설명하다가 "이것의 원형은 북동아시아 기마민족의 옷으로 한복과 그 뿌리가 같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한복의 뿌리는 기마민족의 옷이며, 8세기 이전의 일본 복식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한복은 유목계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런데 중국 누리꾼들은 농경국가인 자국에서 한복이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신중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메이드 인 차이나' 주장하는 이유 
 
a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AP

 
중국인들이 뭐든지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주장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고조선·고구려·발해 영토가 지금은 중국의 지배하에 있으므로 이들의 문명도 곧 중국의 문명이라는 우월감을 깔고 있다. 경제적·군사적 급성장을 배경으로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최근 중국인들의 정서도 이런 우월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층 공고해진 미국의 대중국 압박도 중국인들의 자민족 중심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파상 공세에 맞서 민족주의로 무장하는 속에서 중국 누리꾼들은 더욱 더 과감하게 외국 누리꾼들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외교관계를 해치는 선까지만 나아가지 않는다면 자국 누리꾼들의 애국적 열정을 굳이 막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의 무역전쟁과 인도·태평양 전략(중국 압박 전략)으로 중국과 미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더 불만을 품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이 이번 논쟁에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번과 같은 논란을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의 압력에 맞서 중국인들이 문화제국주의로 대응하다 보면, 한국과의 마찰도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이 걸어오는 역사분쟁을 피할 수는 없다. 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모하거나 과도하게 대응할 필요도 없다. 중국인들의 주장을 적극 반박하는 한편, 우리 역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는 기회로 선용해야 한다.
#아리랑 #한복 #동북공정 #역사분쟁 #샤이닝니키
댓글3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4. 4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5. 5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