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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소음부터 경찰 차벽까지... '시민 권리' 지킨 소송들

[공익법센터 창립 20년] 세상을 바꾼 공익소송사 ①

등록 2020.11.10 20:21수정 2020.11.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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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9일, 공익법센터는 창립 20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100여 건이 넘는 다양한 영역의 시험 소송을 제기해 때로는 승소, 때로는 패소했으나 논쟁적 화두를 던짐으로써 인권과 우리 사회 모순을 해소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 20년, 공익법센터가 수행한 공익소송 중에서도 주요 10선을 뽑고, 공익소송의 의미와 성과를 짚어본다. - 월간참여사회[기자말]

김포공항 인근 주민의 소음피해 집단 청구소송. ⓒ 참여연대


[소송 ①] 항공기 소음으로 인한 불면증·난청 국가가 책임져야
 
김포공항 인근 주민의 소음피해 집단 청구소송
(손해배상소송, 소제기일 2002.07.29, 선고일 2007.11.15, 결과 승소) 

김포공항이 들어선 후 당시 인근 주민들은 수년간 소음피해로 극심한 고통과 장애를 겪고 있었습니다. 1999년 2월, 누구도 이 문제에 주목하지 않을 때,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변호사들이 처음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계획했습니다. 1차 소송은 115명의 주민이 원고로 참여해 2002년 5월 14일 승소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공익법센터 최영동 변호사가 김포공항 신활주로 소음피해 주민 9600여 명과 19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2차 소송을 제기했고, 2007년 1인당 17만~200여만 원 배상을 확정받았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항공기 소음피해 공익소송이자, 1·2차에 걸친 대규모 집단 소송이었고 진동, 먼지,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 등 생활 속 피해에 대한 권리의식이 기본권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선거법 93조1항 등 헌법소원. ⓒ 참여연대


[소송 ②] 그땐 인터넷에서 대통령,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 아무말도 못 했어요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선거법 93조1항 등 헌법소원
(위헌소송, 소제기일 2007.09.04, 선고일 2011.12.29, 결과 한정위헌)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을 적용해 광범위한 온라인 단속을 단행합니다. 당시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 혹은 반대하는 약 9만여 건의 게시물과 댓글이 삭제됐고, 수많은 네티즌이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절감한 참여연대는 2007년, 6개 시민사회단체, 네티즌 192명과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합니다.

지나친 인터넷 상의 정치표현 규제로 시민 불이익이 크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을 결정합니다. 이후 이 소송은 2012년 '인터넷·SNS 선거운동 상시허용(선거 당일 제외)'을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 통과로 이어졌고, 인터넷 상 정치 표현의 자유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93조 1항의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공익법센터는 추가로 위헌심판을 청구한 상황이며 2020년 현재,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광장 경찰차벽 통행제지 헌법소원. ⓒ 참여연대

 

서울광장 경찰차벽 통행제지 헌법소원 (위헌소송, 소제기일 2009.07.20, 선고일 2011.06.30, 결과 위헌). ⓒ 참여연대


[소송 ③] 서울광장을 걷고 싶었던 시민 하지만...
 
서울광장 경찰차벽 통행제지 헌법소원
(위헌소송, 소제기일 2009.07.20, 선고일 2011.06.30, 결과 위헌)

2009년 5월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시민추모제가 예정되던 날.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장 이용을 불허했고,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아래 '경직법') 제5조, 6조를 근거로 서울광장에 차벽을 세웠습니다. 소요사태 진압과 범죄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광장의 통행을 제한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광장의 시민추모제는 소요사태도 아니고, 범죄행위가 임박했다고도 볼 수 없었습니다. 

서울광장을 자유롭게 통행할 권리를 침해당한 시민들은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고 2011년, 헌재는 위헌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위헌 결정이 난 이후에도 경찰은 2015년 민중총궐기집회 등에서 또다시 차벽을 동원하고 현재까지도 공권력 행사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평화적 집회는 헌법의 기본권이며 어떤 경우에도 경찰이 방해할 수 없도록 입법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강제적 인터넷실명제 위헌소송. ⓒ 참여연대

 
[소송 ④] 인터넷에 글 쓰려면 주민등록증 까야 하는 '인터넷실명제' 아웃!
 
강제적 인터넷실명제 위헌소송
(헌법소원, 소제기일 2010.01.25, 선고일 2012.08.23, 결과 위헌)

인터넷 악플 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2010년 1월, 인터넷실명제 적용 기준이 확대돼 대부분의 포털과 언론사 사이트가 인터넷실명제 적용 대상이 됐습니다. 그러나 '실명제'는 익명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을 침해하고, 악용될 가능성도 내포하는 제도였습니다.

2007년,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됐을 때부터 국가가 네티즌에게 본인 확인의무를 강제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공익법센터는 2010년 1월 25일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2012년 헌재가 만장일치로 위헌을 결정하면서 인터넷실명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인터넷실명제 위헌 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한 발 더 진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경복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 이메일 압수수색 국가 상대 손배소. ⓒ 참여연대


[소송 ⑤] 7년치 이메일 가져간 수사기관, 위자료 책임져야 
 
주경복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 이메일 압수수색 국가 상대 손배소
(손배소송, 소제기일2010.10.12, 선고일 2013.11.15, 결과 일부승소)

2008년 당시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주경복 건국대 교수,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상임이사의 이메일 계정을 수사기관이 선거법, 집시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사실은 본인들에게 통지되지 않았고, 범죄 혐의와 상관없는 사적인 이메일까지 수사기관 손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공익법센터는 주경복 교수를 설득해 2010년 10월 12일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시 통지 및 수색범위한정 등의 의무를 위반한 국가에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합니다.

2013년 서울고법은 수사와 무관한 사생활 정보까지 압수한 검사의 직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며 주 교수에게 700만 원 배상을 판결한 2012년의 원심을 확정합니다. 수사기관이 강제수사를 할 때는 반드시 비례원칙에 따라 최소침해를 해야 한다는 헌법적 요구를 확인한 소송이었습니다. 

공익법센터는 그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시험적이거나 선도적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미처 권리로 인식하지 못했던 권리의식 고양, 승소여부에 상관없이 소송을 통한 문제제기 자체만으로 사회적 관심 촉발, 제도개선 필요성 공감대 확산이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금도 공익소송의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패소자부담주의를 적용하는 법원과, 법무부에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국회가 편면적패소자부담주의(one-way fee shifting)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공익법 운동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국회 입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다음 기사 : [공익소송사 ②]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숨은 공로자)
 

세상을 바꾼 #공익소송10선 by 참여연대 ⓒ 참여연대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지은 님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공익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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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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