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혐한론'이 생산되는 구조

[혐한의 세계 2] 혐한서 톺아보기

등록 2020.11.09 17:37수정 2020.11.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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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서점에 혐한서적이 비치돼 있다. ⓒ 김광욱


일본에서 케이팝이 인기고, 한류 드라마가 사랑받고 있는데, 어떻게 혐한서가 이렇게 많이 서점 매장에 진열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혐한서도 있지만 한국 연예인과 드라마에 관한 잡지 등도 다른 곳에 진열되어 있다. 혐한서 출판이 상업적인 기획으로 의도된 경우 '혐한 비지니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혐한의 세계에서 혐한론은 단순히 한국에 대한 호오(好悪)의 감정으로만 구분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경험해서 알고 있는 한국과는 다르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현재의 혐한만을 논할 때에는 일본이 이제까지 알고 대처해온 한국과는 다르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 조심하고 경계해야 되고, 의심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들어 있다. 

이제까지 때로는 무시, 경시해온 한국이 아니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 당당히 승부를 겨루어보자는 신호가 포함되어 있다. 내면에는 한국이 짧은 기간에 성장을 했지만, 미국과 일본이 도와주었다는 프리미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공정하게 경쟁하면 일본이 결코 뒤지지 않고 지금도 상당히 앞서 있는게 사실이라는 승부욕과 자신감, 자부심이 포함되어 있다.

하여튼 혐한은 한국의 국력신장, 특히 눈부신 경제성장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이제 까지 경쟁상대라고 생각하지 못한 나라가 뒤에 바짝 다가왔기 때문에 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해야 한다는 일본인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상대해온 한국과는 다르니 경계하고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이 한국에 뒤쳐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은 한국만큼 무역의존도가 높지는 않지만, 수출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한국과 경쟁을 해야 하고, 그 때마다 한국의 약진을 느꼈다. 
  
혐한서는 우리 가까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나왔을 때에 제목에서부터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 혐한론자들은 기다렸다는듯이 동조하는 책으로 지지하고 있다. <반일종족의 상식>과 같은  부류의 책(위 사진 참고)이다.[1] 이와 같은 책에서는 한국에서도 일본의 혐한입장과 같은 이론이 존재한다고 환영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혐한서 <반일종족의 상식>과 같은 책은 반일 종족주의에 대칭하여 이제까지의 입장을 강화시키는 차원이 아니라, 서로 다른 내용으로 쓰였다. 한국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저널리스트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는데, 한국으로부터 공급되는 기사 중에서 부정적인 에피소드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는 일본에서 생산된 기사 중에서 일본에 부정적인 기사를 지적하여 반론하고 있다.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항조치로써 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전개되는 가운데, <아사히신문>은 한국으로부터 관광객이 급감하여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보도를 소개하면서 비판하고 있다. 이 기사를 한국의 <머니투데이>가 다시 받아 게재한 적이 있는데, 저자는 <아사히신문>의 기사선정과 그러한 기사를 실은 <머니투데이>가 과장하여 보도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은 관광객 수용에 있어 세계에서 7위 아시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일본의 수출규제 후, 중국과 더불어 많은 관광객을 보내고 있는 한국과 무역마찰을 일으켜 관광객이 감소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였다. 


무엇보다 2020년 올림픽 특수관광을 예상하고 많은 투자를 해왔는데, 코로나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이 혐한론에서는 일본의 약점이나 치부를 지적하는 일본 국내외의 기사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혐한론의 기저에는 조선식민지를 지배했다는 우월감도 작용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오랫동안 한국, 북한 문제를 일본의 국내문제 다루듯이 대응해 왔다는 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2]

우리 내부에서 일본과 관련한 입장차를 두고 격렬하게 대립하면 대립할수록 그대로 혐한의 재료로 제공되는 구조이다. 조선식민지 지배에 대한 합법성 문제를 둘러싼 논쟁 뿐만이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 남북관계와 한미일 공조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치사에서 좌우로 대립하면서 단골메뉴로 등장한 이슈를 망라하고 있다.

2018년 9월 남북 평양정상회담을 비난하고 남북정상이 백두산에서 가까이 다가서는 사진에 대해 경계하는 입장을 숨기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내에서도 비판하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는데, 일본에서의 혐한론은 우리나라 내부의 남남갈등에 주목한다. 

특히,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한국 미디어의 입장을 소개하면서, 한국에서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식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미디어가 가진 앵글에 따라 비판하는 방향과 각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미 혐한론의 대부분을 생산했는데, 또 다시 일본에서는 우리 미디어가 가진 비판적인 기사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1] 室谷克実『反日種族の常識』飛鳥新社、2020年。
[2] 重村智計『虚言と幻想の帝国の解放』秀和システム、2020年、3~5。
#혐한 #지한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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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그 내면에 자리잡은 성숙도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민하면서 관찰하고 있는 일본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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