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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7개월, 세 아이를 잃었지만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단원고 2학년 3반 김시연 엄마가 다시 길을 나선 이유... 문 정부,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 지켜야

등록 2020.11.10 18:14수정 2020.11.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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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기자회견이 10월 26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명확합니다. 진상규명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성역 없는 진상규명의 책임을 져야 할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세월호참사 당시를 중심으로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국정원과 군을 비롯한 정부의 책임, 관련자의 실체와 책임을 드러내야 합니다. 구조 방기는 물론이고 세월호의 급선회와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해 청와대와 국정원, 군에 대한 조사와 수사는 꼭 이루어져야 합니다. 조사의 첫 출발인 국정원과 군의 관련 기록과 증거를 찾아내는 일은 대통령의 의지와 지시로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2019년 11월에 출범한 검찰 특별수사단에서는 국정원과 군의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압수수색 등 수사를 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고, 2018년 12월에 조사개시를 선언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는 국정원과 군에 대한 접근과 협조가 극히 제한적이라 이들의 행적을 밝히기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국정원과 군은 대통령이 직접 거느리는 조직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의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국정원과 군의 기록을 책임지고 찾아내야 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검증하고 책임지기 위한 방한도 함께 제시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의지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조차 하지 않는다면 진상규명 약속을 지킬 생각이 진짜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0월 6일 시작한, 세월호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두 가지 국민동의청원,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을 등을 위한 특별법개정'과 '세월호참사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 결의'가 10월 31일에 10만 명의 동의를 채웠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 책임자이듯 21대 국회도 세월호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 책임자입니다.

국회는 스스로 수사권 없는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놓고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그런 특조위가 박근혜 정부에 의해 난도질당하다가 결국 강제해산 당할 때 국회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방해한 책임이 박근혜 정부 못지않게 국회에도 있다는 말입니다. 21대 국회 다수 의원들이 그러한 책임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할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통령기록물 공개결의, 공소시효 정지, 사참위 권한 강화 및 기간 연장, 조사인원 확충을 위한 입법이 그 약속들입니다. 이 약속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야 합니다. 가결을 위한 표가 모자라면 당에 구애받지 말고 끝까지 설득해서 표를 모아야 합니다. 약속을 넘어 모든 정당이 함께 본회의에서 모든 입법을 실현하는 것이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지체시킨 국회의 원죄를 씻는 길입니다.

우리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의 엄마아빠들은 지난 4월부터 전국의 21대 국회의원 후보자 천여 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법안에 관하여 설명을 하고 국회의원이 되면 약속을 지킬 것을 약속받았습니다. 이들 중 178명이 국회의원이 되었고, 21대 국회 개원 후 우리 가족들이 직접 만든 약속 명패를 들고 의원실을 찾아가 다시 한번 약속을 확인하고 명패를 문 앞에 붙이고 엄마들이 만든 나비 배지를 달아주었습니다.


세월호참사로 세 아이를 잃었습니다

저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김시연의 엄마이고, 단원고등학교 2학년 9반 박예지의 외사촌고모입니다. 예지의 엄마와 저는 같은 나이에 함께 배불러 함께 아이를 낳았고 같은 유치원을 보내고 같은 고등학교에도 보냈습니다. 그리고 두 아이는 같이 수학여행을 떠났고 시연이는 4월 21일에, 예지는 4월 23일에 우리에게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5년 나를 이모라고 부르던 우리 시연이의 친구가 스스로 시연이 곁으로 떠나갔습니다. 

눈을 감으면 두려움에 가득 차 '우리반 나갈 차례래. 구조돼서 전화할게'라고 말하던 시연이의 목소리가 여전히 또렷이 들립니다. 주검이 되어서도 그 약속을 지키려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세월호 밖으로 스스로 부양되어 돌아온 내 딸 시연이. 퉁퉁 부은 채 굳어버린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주면서도 소리 내 울지도 못했습니다. 시연이의 장례를 치르면서도 아직 바닷속에 있는 예지 생각에 시연이를 제대로 보내줄 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이 세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남은 내 아이를 위해 하루하루 살아내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습니다.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침몰했는지, 왜 그날 세월호만 출항을 했는지, 우리 엄마아빠들은 꼭 알아야겠고 그래서 꼭 밝혀내려 합니다.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하더라도 내 아이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하지만 다시는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이 이 사회에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반드시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것만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내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믿으며 매일 길을 나서고 있습니다.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6년하고 7개월이 되었습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 #기고 #문재인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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