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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카드는 '김정은 위원장 답방'?

[이슈분석] 수석·보좌관회의 "남북관계의 새로운 기회와 해법" 발언에 관심 집중

등록 2020.11.11 07:37수정 2020.11.1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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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남북관계의 새로운 기회와 해법."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관계에서도 새로운 기회와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대는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는 2021년 초 '바이든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한반도 정세에서 남북의 독자적 역할이 강화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기대와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이 발언에 앞서 단호한 어조로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단호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기대와 바람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위한 남북-북미대화 재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남북경제협력, 민간교류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이 '독자적 행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암시하듯 문 대통령은 "한미간 튼튼한 공조와 함께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대한다'는 어조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가 깊게 반영된 발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추진,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의 출범 이후 진행할 문재인 대통령의 독자적 행동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답방이 포함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9월 19일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9.19 평양공동선언 제6항') 합의한 바 있다.

당시 "가까운 시일 내"는 '연내 답방(2018년)'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8년 12월 4일 김 위원장이 12월 12일~14일 서울을 방문해줄 것을 공식으로 요청하는 초청장을 보냈다. 대통령 경호처와 군·경이 합동으로 김 위원장의 12월 답방에 따른 경호와 의전을 준비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김 위원장의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2018년이 저물기 하루 전인 12월 30일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내년에는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2019년 1월 답방'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년 2월 27일~28일)이 열렸고, 하노이 회담 결과에 따라 김 위원장의 답방 여부나 시기 등이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김 위원장의 답방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계속된 노력과 바이든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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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미국 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남북-북미대화도 사실상 중단됐다. 게다가 북한의 남북 통신선 차단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6월),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피살(9월), 2019년 7월 조성길 전 이탈리아 북한대사 대리 국내입국 확인(10월) 등의 악재까지 터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국제적 지지와 협력을 호소하고 남북한과 중국, 일본, 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정식으로 제안하는 등 꾸준히 남북-북미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우회적 노력을 계속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없었고, 미국은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면서 문 대통령이 남북-북미대화의 재개를 위해서라도 김 위원장의 답방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의 등장으로 우리 정부가 금강산과 개성공단 재개, 종전선언, 김 위원장 답방 등 치고 나갈 게 많아졌다"라며 "어업지도 공무원 피살사건이 없었으면 김 위원장의 답방을 추진하는 프로세스로 갈 수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피살사건을 계기로 오랫동안 중단됐던 남북간 접촉이 이뤄졌다. 김 위원장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지문'을 통해 어업지도 공무원 피살사건을 남측 국민에게 사과했고, 북측이 피살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며 양해를 구한 것이다(9월 25일).

여전한 남북 정상의 깊은 신뢰, '김정은 답방'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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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평양시민에게 인사하는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오후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15만명 평양시민들에게 손을 맞잡아 들어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무엇보다 남북 두 정상이 네 차례의 정상회담(2018년 4월 27일, 5월 26일, 9월 18~20일, 2019년 6월 30일)을 진행했고, 꾸준히 친서를 주고받으며 깊은 신뢰관계를 쌓아왔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청와대에서 언론에 공개한 두 정상의 친서만 해도 2018년 12월과 올 3월, 9월 등 여러 통이다. 실제 두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저서 <분노>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고받은 친서만 27통이다.  

남북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 가운데에서도 김 위원장이 지난 9월 12일에 보낸 친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친서에서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중단된 북미-남북대화의 재개에 대한 여전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이렇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깊은 신뢰관계가 여전하다는 점이 김 위원장의 답장을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결국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1년 반 동안에 김 위원장의 답방을 마지막 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우리는 한반도 생명·안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과 함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9일 수석·보좌관회의)라고 자신감을 보인 이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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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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