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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다이빙'이 진짜 스포츠입니다

'그린 다이빙' 하는 체육 교사, 김종헌씨

등록 2020.11.15 08:47수정 2020.11.1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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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다이빙'이 진짜 스포츠입니다.


"국내에 스쿠버 다이빙 인구가 20만 명 이상이지만 우리처럼 '그린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묻는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린 다이빙'을 하는 김종헌 교사(거제 계룡중, 체육)는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후 특성화고의 원예과 학생들에게 16년간 꽃을 피우고 채소를 가꾸는 기술과 정보를 가르쳤다.

그러다가 고교의 농업 관련 학과 감소 추세에 대비하기 위하여 농업 전공 교사에게 복수 전공 연수를 받도록 독려한 교육 당국의 시책이 내려오자 과감하게 지원을 했다. 평소에 체육교육과 스포츠 레저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힘든 연수 과정을 이겨내고 3년 전에 체육 교사가 되었다.

그를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최근에 교류가 없었던 지인들은 그를 도전적이며 다양한 재주가 있었던 열정적인 원예과 교사로 안다. 반면 최근에 만난 지인들은 다이빙 프로이며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신체 활동을 촉진하는 교수법에 대하여 꾸준히 연구하는 체육 교사로 안다.
 

가두리 양식장으로 가는 배에 승선했다. 드라이슈트를 착용하고 공기통과 납벨트, 수중카메라 등 장비들을 모두 싣고 승선했다. 한 번 잠수하는데는 많은 장비와 절차가 필요했다. ⓒ 이승열

 
평생 꽃밭과 정원만 보고 살다가 물속의 정원을 발견했다. 김 교사가 처음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한 것은 14년 전이다. 어느 날, 꽃씨를 뿌려서 싹을 틔우고 그 싹을 길러서 꽃을 피우며 가꾸던 그는 물밑의 식물들은 어떻게 존재하는지가 궁금해졌다.

해저 식물도감을 들여다보다가 아예 직접 물밑으로 내려가 보기로 결심했다. 해저의 꽃과 식물은 어떻게 피고 지며 번식하는지, 계절의 변화는 지상의 사계처럼 뚜렷한지, 나아가 해양 생물들의 생로병사는 어떠한지 알기 위해서 스쿠버 다이빙 연수를 받은 후 자격증을 땄다.


결국, 물 위의 꽃을 키우다가 물밑의 꽃에 다가간 것이고, 평생 꽃밭과 정원만 보고 산 그가 물속에서도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한 셈이다. 지금도 바다 밑의 웅장한 계곡이나 수중 암초보다는 산호나 해마 같은 작은 해양 생물에게 더 애정이 가는 이유도 꽃의 정서 때문일 것이다.

스쿠버 다이빙은 해양레포츠이다. 이 말은 체육 활동의 한 영역으로, 체육 활동의 가치와 목표를 지향할 뿐 일체의 해양 생물을 포획하거나 채취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법으로도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스쿠버 다이버들은 고기를 찌르고 패류를 포획하는 재미로 물밑에 들어간다.

근해의 해역은 대부분 정부가 어촌 마을의 어촌계에 지선을 할당한 후 관리를 위임하고 대신 어업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각 어촌계에서는 해삼 씨뿌리기 사업을 하기도 하고 종패나 치어를 방류하여 주된 소득을 얻음으로써 생계를 유지한다.

무분별한 스쿠버 다이버들의 포획은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단지 다이빙만 즐길 뿐 아무런 채취/포획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강변해도 이제는 믿지 않을 정도다. 아직도 손톱만한 전복 종패까지 포획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린 다이빙'은 자정 운동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물론 모든 책임은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스포츠 정신을 오롯히 지키는 자정 운동의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그린 다이빙'이다.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해양 오염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스포츠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가서 다이빙만 즐기자는 운동인 것이다. 이들은 수중 활동을 통하여 건강을 증진시키고 팀원 간의 협업 정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수중 지형과 해양 생물들을 탐색한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장면은 수중 촬영을 하여 전시회도 갖는다.

저수지 잠수는 바다 잠수보다 힘들지만 기꺼이 들어간다
 

하강 모습 가두리 양식장의 물밑으로 하강을 시작했다 ⓒ 이승열

 
한편, 이들은 지역에서 도움을 청하면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가두리 양식장의 그물을 확인하고 바닥의 침전물이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은 바다에서 어업으로 평생을 산 어부들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바다뿐만 아니라 농수를 대는 농촌의 소류지 바닥에 깔린 파이프를 점검하고 수리해 주기도 한다.
 

저수지의 목표물로 접근하는 모습 바닷물의 수온은 평균 17~18도 였으나 이날의 저수지 물의 온도는 13도였다. ⓒ 이승열

 
'그린 다이빙'을 지향하는 이들은 스쿠버 다이빙의 건전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는 바, 그 선봉에 김종헌 교사가 있다. 아직까지 스쿠버 다이빙은 귀족 스포츠에 속한다. 과거 골프웨어는 터무니없이 비쌌다. 골프 종목이 워낙 귀족스포츠였던 탓에 골프라는 이름만 붙어도 비쌌다. 물론 지금은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점차 변하고 있어서 의류나 장비도 보급형이 많아졌다.

스쿠버도 과거의 골프와 비슷한 처지다. 수온이 낮을 때 잠수할 수 있도록 제작된 드라이 슈트는 가장 싼 제품이 200만 원이고 수중카메라 또한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거기다 100만 원 이상의 수강료를 지불하지 않고서는 자격증을 딸 수가 없고 또한 자격증이 없으면 공기통을 대여받을 수도 없다.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렌터카를 이용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김 교사는 "(스쿠버)가 아직도 귀족스포츠에 머물고 있지만 정작 해삼이나 전복을 따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면 졸부의 천박한 행동을 보는 듯하여 자존심이 상한다"라고 했다.

국내에는 수십 개의 교육단체가 등록되어 있는데 김 교사는 거의 70%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 교육단체 PADI 소속의 강사이기도 하다. 주로 같은 단체 출신이나 강사와 피교육자가 팀을 이루는데 반드시 팀으로 이동하고 수중 활동도 같이 한다.

물밑에서는 다이빙을 같이 즐기는 파트너이자 때로는 서로의 구조자가 되기도 한다. 만일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다른 곳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는 특수한 상황인지라 오직 본인과 동료가 협업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다이빙 팀원들의 관계는 동지애와 신뢰를 바탕으로 형제처럼 끈끈하게 맺어져 있다.

김 교사는 제주도를 비롯한 동해안, 울릉도, 울진 등으로 원정 가기도 하지만 가장 적합한 곳은 거제도라고 말한다. 이번에 거제시청에서 주관하는 정책공모전에 거제지역의 스쿠버 다이빙 산업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정책 수립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가장 큰 매력은 무중력 상태의 유영이다. 스쿠버 다이빙의 가장 큰 매력은 무중력 상태의 유영에 있다고 했다. 허리에 찬 10kg의 납덩어리, 20kg의 공기통의 무게가 슈트의 부력과 정확히 상쇄되어 물밑에서는 우주 공간의 무중력 상태를 느낄 수 있는데, 바닥 아래의 물고기나 산호를 내려다보면 마치 공중을 나는 황홀한 착각에 빠진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일찍이 비행기나 우주선으로 실현되었지만 개별적으로 날고 싶은 욕망은 겨우 물밑에서나마 스쿠버 다이빙으로 이룬 게 아닌가 싶다. 김종헌 교사는 지난 9월, <스쿠버 다이빙 보충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책도 발간했다. 물론 돈을 벌고자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아직 국내에는 제대로 된 전문 서적이 없는 상황이 아쉬웠고 바람직하고 슬기로운 스쿠버 다이빙, 특히 그린 다이빙을 유도하고자 썼다. 여태까지 한 50여 권이 팔렸다고 하는데 주문 제작 방식으로 발간했기 때문에 초기 제작 비용이 들어가지 않아서 아무 부담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린 다이빙의 가치를 널리 공유하고 싶기는 하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경남의 한 대학에서 교육학 석사를 취득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논문을 준비 중이다. 나잠업을 하는 해녀들과 수중 다이빙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항상 잠수병에 노출되어 있다. 공기 중이나 공기통 속의 질소가 혈액에 녹아 있게 되는데 그 상태로 급하게 상승하면 잠수병이 생긴다.

그러나 김 교사는 반대로 하강 속도와 상승 속도, 체류 시간 등의 정해진 매뉴얼을 지키면 오히려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해저로 내려가면 공기통 속의 공기 압력은 높아지는데 그것으로 인해 산소포화도가 높아지고 따라서 고압산소챔버 치료의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가정을 증명하기 위해서 힘든 연구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선행 연구가 없어서 지난한 연구를 근근이 진행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논문을 완성하여 수중 스포츠의 가치를 입증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바다에 삶을 의지하여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원 보존에 앞장서야 하듯 바다에서 삶의 풍요로움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도 스스로 가치를 지켜야 한다.

국가나 사회가 법이나 규범으로 제재하기 전에 스스로 자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심각한 자연재해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
#김종헌 #그린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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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월에 퇴직한 후 백수이나, 아내의 무급보좌관역을 자청하여 껌딱지처럼 붙어 다님. 가끔 밴드나 페이스북에 일상적인 글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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