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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코로나 백신, 과연 흥분할 만한가

[뉴스 속 건강세상 143] 화이자·바이온테크의 코로나19 백신, 환호는 아직 이르다

등록 2020.11.11 16:30수정 2020.11.1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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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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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업체인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중간 결과가 전해진 10일 오전 서울역 이용객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0.11.10 ⓒ 연합뉴스

 
지난 9일 미국의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3상 중간 분석에서 90%가 넘는 예방 효율을 보였다는 긍정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소식에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와 컨택트 주식으로 대표되는 항공주, 여행주가 폭등했습니다. 시장은 코로나19 백신의 긍정적인 임상 소식에 코로나19 이전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3상 임상 시험에는 현재까지 4만 3538명이 참가했고 이 중 3만 8955명은 11월 8일까지 2차 접종까지 했습니다. 나머지는 두 부류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중간에 실험 탈락한 참가자들이고, 나머지 하나는 1차 접종 후 3주 후에 2차 접종인데 아직 3주가 지나지 않아 2차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전 세계 참가자의 약 42%, 미국 참가자의 30%가 인종 및 민족적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전 세계인들에게 거의 동등한 예방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게임체인저

이번 임상 시험은 피험자 4만 3538명을 가짜 약(위약)과 백신 접종자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습니다. 가짜 약을 투여하는 이유는 비교-대조군 연구 때문인데 의학적으로 약이 효과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약이 진짜 효과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진짜 약을 투여한 군과 가짜 약을 투여한 군에서 약의 효과를 비교해봐야 합니다.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 패널인 '데이터 감시위원회'는 2차 접종 7일 후 90% 이상에서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를 풀이하면, 실험 대상자 중 94명이 코로나19에 걸렸는데, 이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진짜 백신 접종한 사람은 8명만 걸렸고 나머지는 가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었다는 뜻입니다.

8명은 왜 걸렸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백신을 접종한다고 100% 예방되지는 않습니다. 94명 중 진짜 백신 접종자들이 8명이고 나머지 86명은 가짜 백신 접종자(즉,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백신의 효과가 좋다고 판단할 수 있는 거죠. 


인플루엔자(이하 독감) 백신이 기껏해야 40~60%에서 효과가 있고, 대상포진 백신의 예방 효과가 70%가 되지 않는 점으로 미뤄볼 때 90%의 예방 효과는 상당한 것입니다. 비록 홍역 백신 2회 접종의 97% 예방 효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변이가 많다고 알려진 코로나19의 예방효과가 90%라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이자의 발표 후 일부 언론에서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이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환호한 것은 상당한 예방 효과에 대한 기대감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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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코로나19 허브' 페이지 ⓒ 화이자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대표도 "90% 이상 효과가 나타난 것은 대단히 놀랍다"라며 "이 결과는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은 과학의 승리"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는 "백신 효과가 1년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매년 접종하는 독감 백신보다 더 오래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연구는 모든 자원 접종자 중 164건의 확진자가 생길 때까지 지속됩니다. 164건의 감염은 미국식품의약국(이하 미국 FDA)이 백신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양으로 동의한 건수입니다. 지금까지 94명의 확진자 중 90%에서 예방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때 나머지 70건의 감염자 중 약 2/3가 코로나 백신을 맞은 환자라 하더라도 미국 FDA에서 밝힌 50% 이상의 효과는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화이자의 백신이 미국 FDA의 문턱을 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진짜 넘어야 할 문턱 

임상 성공 가능성이 큰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초저온 냉장고가 필요한데 코로나19 백신을 유통하기 전 초저온 냉장고를 전국에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량으로 백신을 보관하고 배송하는 과정에서 초저온 냉장고는 필수적입니다. 

지난달 우리나라에서는 배송 과정에서 일부 독감 백신을 상온에 방치하는 바람에  '물백신(효과가 떨어지는 백신)' 논란을 겪은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를 유지하며 일선 의료기관에 유통을 해야 하므로 훨씬 더 까다로운 조건에서 배송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상온에 노출될 경우 '물백신' 논란이 또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화이자의 발표에 따르면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백신 보관 냉장고(2~8°C)에서 최대 5일간 보관 가능합니다. 즉,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는 영하 70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병원 도착 후에는 2~8도 사이에서 5일간 약효가 남아있으니 이 사이에 접종하라는 겁니다(참고로 독감 백신도 영하 10~0도 사이에 보관·유통을 하고 병원 도착 후 2~8도 사이에서 접종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 5일 안에 납품받은 백신을 모두 접종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19 백신은 오히려 백신의 유통과 접종 과정에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바이오엔테크

 
이번 발표에 대해 일각에선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만성질환자나 면역저하자 등의 중증 환자가 이번 시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들에게 효력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이번 발표에서 65세 이상의 어르신과 어린이에 대한 실험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러 백신들의 예를 볼 때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르신과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백신의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리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을 2020년에는 최대 5천만 도즈(백신의 1명 접종분량), 2021년에는 최대 13억 도즈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백신은 2회 접종이 필요하므로 올해 최대 2500만 명, 내년에는 최대 6억 5000만 명에게 투여가 가능한 분량입니다. 2020년 현재 전 세계 인구는 약 77억 명으로 화이자 백신이 최대 생산을 한다고 해도 전 세계 인구의 10%도 접종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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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2세부터 69세 어르신에 대한 무료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을 찾은 시민이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나라에 도입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이 백신을 확보하고 (이와 동시에) 다른 국가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면서 접종 전략을 수정·보완하고 콜드체인(저온 유통망)도 챙기는 등 여러 시스템을 완비하려면 내년 2분기 이후에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가을 발생한 독감 백신의 부작용 사태 때문일까요? 정부는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관찰하면서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백신 확보를 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앞서있다고 기대하는 화이자의 백신도 미국 FDA의 허가를 받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하반기가 되어야 첫 접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 되었든 이번 겨울은 코로나19 백신 없이 지내야 합니다. 
#코로나19 #코로나19 백신 #백신 #화이자 #바이오엔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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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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