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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정폭력 정당화' 김민식 PD 칼럼 삭제하고 사과

가정폭력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내용 담겨... 한겨레 "재발 방지 하겠다"

등록 2020.11.11 13:30수정 2020.11.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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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자 김민식 PD 칼럼에 대한 <한겨레>의 사과문 ⓒ 한겨레 PDF

 
<한겨레>가 '가정폭력 옹호' 논란을 빚은 김민식 MBC PD의 기고 칼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냈다. 자사 기자의 보도가 아닌 외부 필진의 칼럼을 삭제하고 사과문까지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민식 MBC PD는 지난 10일 <한겨레> '숨&결'에 '지식인의 진짜 책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이 글에서 지식인이 타인의 자존감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제 의식을 전달하기 위해, 김 PD 어머니의 가정폭력 피해를 사례로 들었다.

김 PD는 "계속되는 어머니의 잔소리 속에 아버지는 자신을 향한 어머니의 지적 우월감을 감지한다. 당신을 존중해주지 않는다 생각하고 분노를 터뜨린다. 말싸움 끝에 아버지가 욕을 하거나 손찌검을 하면 어머니는 끝끝내 비참해진다"라며 어머니의 '지적 우월감'이 가정폭력의 원인인 것처럼 묘사했다.

이어 "책을 읽지 않는다고 아버지가 바보는 아니다. 상대가 나를 존중하는지 아닌지는 대번 알아본다"면서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아버지는 그걸 정서적 폭력으로 받아들이셨다. 더 똑똑한 어머니가 한발 물러나서 부족한 아버지를 감싸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라며 어머니에게 책임을 묻는다.

가정폭력에 대한 묘사는 요즘 '지식인'들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진다. 김 PD는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서 위험한 건 혼자 너무 많이 읽는 사람이다. 자칫 선민의식에 빠져 대중과 유리될 수 있다"라고 밝힌 뒤, "요즘 지식인은 산에 올라가 수양하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망이라는 저잣거리에 세상을 조롱하는 글을 올리고, 이는 다시 의도를 가진 특정 언론에 의해 제멋대로 확대 해석되어 사람들의 가슴에 분노를 당긴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것도 몰라?'라는 말은 가르침이 아니라 조롱이다. 모를 땐 겸손할 수 있지만, 나 혼자 안다고 믿는 순간 오만해진다"라며 "책을 읽어 내 자존감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자존감을 존중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그것이 지식인의 진짜 책무다"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현재 온라인상에서는 삭제된 김민식 PD의 칼럼 ⓒ 한겨레 PDF

 
누리꾼 거센 비판과 항의에... <한겨레> 사과문 두 번 작성

피해자인 어머니에게 가정폭력의 책임을 묻고, '지적 우월감'이 폭력을 유발했다는 전제를 통해 지식인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치는 이 글은 큰 논란을 불러왔다. SNS와 댓글 창에는 "가정폭력을 미화했다", "맞을 만해서 맞은 거라고 피해자를 탓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김 PD뿐만 아니라 글을 실어준 <한겨레>의 책임을 묻는 여론도 많았다. 누리꾼들은 <한겨레> 편집국의 검토 시스템을 문제 삼으며, 전화 항의를 독려하기까지 했다.

이에 <한겨레>는 지난 10일 오후 4시 경에 김민식 PD의 사과문을 칼럼 상단에 올리고, "<한겨레>는 가정폭력이 옹호될 여지의 칼럼을 필자와 충분히 상의하거나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론이 잠잠해지지 않자, 10일 오후 9시 경에 <한겨레>는 김 PD의 칼럼 원문을 삭제하고, 다시 사과문을 올렸다. <한겨레>는 "가정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부적절한 내용임에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면서 "외부 필진의 글은 되도록 원글을 존중하는 원칙을 갖고 있으나 이번 경우 그런 이유가 변명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독자들의 지적이 있기 전까지 내부에서 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데 대해 심각성과 책임을 느낍니다"라며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독자들의 의견에 좀더 귀 기울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사과문은 지면에도 동시에 실렸다.

한편 김 PD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한겨레>에 올린 사과문에서 "독자 반응을 보며, 죄스러운 마음뿐입니다. 아버지의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철없는 아들의 글로 인해 혹 상처받으셨을지 모를 어머니께도 죄송합니다"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지 않았나 뉘우치게 됩니다"라고 전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외부 필진이라고 해도 내부에서 데스킹을 보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된다"면서 "언론사마다 전반적인 외부 필진 관리 절차가 필요하고, 특히 인권에 관한 글 같은 경우에는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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