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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돈으로 통일하냐던 중학생들, 이렇게 변했다

[2020통일학교] 아산 신창중에 찾아온 '통일학교'

등록 2020.11.11 23:30수정 2020.12.2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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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분단된 지 60여 년이 지났습니다. 분단된 땅에서 태어나 살아 온 젊은 세대들은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고자 학교마다 평화통일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함께 평화통일 교실 안 풍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편집자말]
 

지난 5일과 6일 이틀 동안 충남 아산 신창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다시 함께 2020통일 울림' 주제로 통일 수업을 하고 있다. ⓒ 모소영


충남 아산 신창중(교장 박종학, 아산시 신창면 오목리)은 일 년 내내 생활 속 통일 교육을 하는 학교다.

올해는 '1학교 1책'으로 '고릴라에게 평화를 배우다'를 선정해 전교생이 읽었다. 이 책을 주제로 교사토론 연수도 벌였다. 해마다 진행하던 '창의인성페스티벌' 주제도 '평화 페스티벌'로 바꿔 진행했다. 지난 7월에는 반별 통일 독서 독서 골든벨도 벌였다. 도서관에는 평화 관련 문구로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통일 시계 만들기, 통일글짓기, 통일엽서 쓰기 등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2학년 수학여행도 통일 관련 체험 여행으로 채웠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취소됐지만 말이다.

대신 통일 단편영화를 관람했다. 북에서 온 또래 친구도 만났다. 북한이탈 주민과도 만났다. 통일신문도 만들었다. 통일 장학퀴즈와 통일주장 펼치기까지... 지난 5일과 6일 이틀 동안 충남 아산 신창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통일 수업 중 일부다.

'통일'로 빼곡히 채워진 프로그램은 이 학교와 통일부의 통일교육원이 머리를 맞대 만들었다.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원장 백준기)은 평화에 중점을 두고 일상에서 체감하는 통일교육을 벌이고 있다.

수학여행 2박 3일 중 1박 2일은 파주 임진각, 판문점, 서울의 통일 관련 장소, 강화도 역사체험관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계획했다 코로나19로 통일교육원과 '학교로 찾아오는 통일 교육'으로 변경했단다.
 

신찬중 도서관에 설치한 평화 관련 문구로채운 청문 ⓒ 모소영


1박 2일 통일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김재희 학생은 "이번 교육을 통해 통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확고했다"며 "통일은 계속 기다려지는데 더디게 오는 금요일 같다"고 말했다. 이예랑 학생은 "북한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게 얼른 북한과 관계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경윤 학생은 "통일에 대해 잘 알 수 있어 좋았다"며 "북한을 여행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창중의 생활 속 통일교육의 중심에는 박민서 교사(2학년 부장)가 있다.
  
- 수학여행을 관광지로 가지 않고 통일 관련 프로그램으로 채웠는데.
"우리 학교는 다문화 예비 학교다. 외국 학생 중 대부분이 러시아 학생이다. 한 학급당 5명 정도고 전체 학생 수는 50여 명 정도다. 작년 9월에 신창중에 왔는데 화합 프로그램을 진행할 필요를 느꼈다. 다문화 아이들과 화합이 안 된다면 이후 통일이 되어도 북한 아이들과 섞이기 어렵지 않나 생각하게 됐다."


- 학교 내에서 어떤 통일 교육을 벌였나.
"우선 우리말 지도부터 시작했다. 통일 주제로 교육을 했더니 학생들이 거부 반응을 보였다. 수업 자체를 싫어하거나. 통일을 반대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이후 접근을 평화로 하니까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이후 평화와 인권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러시아 학생들과의 관계가 많이 개선됐다."
 

신창중 박민서 교사(국어교사,2학년 부장) ⓒ 심규상



- 프로그램을 통일교육원과 함께 기획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평화다. 오늘 관람한 단편영화 '판문점 에어컨' 영화를 보면 우리가 평화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걸 함께 깨닫게 된다. 이번 통일 교육의 전체 제목을 '평화의 울림'으로 지은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1학기에는 '통일 교육주간'을 만들어 통일 연계 수업을 했다. 
"그때는 온라인 수업이었다. 전 교직원과 전교생이 일주일간 통일 주제의 수업을 진행했다. 과목별로 관련 내용을 음악이면 북한음악, 미술이면 북한미술과 관련된 내용을 다뤘다."

- 국어 교사다. 도덕, 사회, 역사 시간에 통일 교과를 주로 다루는데.
"국어 교과에도 문학작품 등을 통해 통일 내용이 많이 나온다. 국어 과목에서는 '사설 워크북'과 '시 따라 쓰기' 책자를 제작하여 학생들이 평화통일과 관련 시를 따라 쓰도록 하는 등으로 수업하고 있다."

- 통일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현재의 남북 갈등이 분단 때문이며, 지금의 어린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은 좀 더 큰 나라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 나가야 해서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통일부 산하 충남통일교육센터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학교통일교육 뿐 아니라 시민통일교육도 하고 있다."

- 통일 교육 이후 학생들의 반응은.
"통일교육 처음에는 학생들이 '우리 돈으로 왜 통일을 해야 하나요'하고 묻는다. 어른들에게 들은 말이 통일되면 우리가 북한을 먹여 살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들은 때문이다. 통일비용이 분단 비용보다 더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 통일 교육이 진행될수록 어른들에게 들었던 말이 아닌 자기 의견을 가지게 되고 생각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변화해 가는 것 같다."
 

아산 신창중은 일 년 내내 생활 속 통일 교육을 하는 학교다. ⓒ 모소영


-지난 1년간 진행한 수업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수업은.
"지난 7월 진행한 '평화축제'다. 이 중 '독서골든벨' 프로그램이 있었다. 도서관을 본부석으로 해서 각 반에서 신문을 펼쳐놓고 신문에서 찾아 평화 관련 노랫말을 완성해서 본부로 가져오면 상을 줬다. '신문지를 활용한 학급별 평화 노래 가사 완성하기'라고 할까. 무척 호응이 좋았다. 축제라 학생들이 좋아했던 것 같다."

- 신창중의 이후 통일 교육 계획은?
"판문점을 한 번 가보려 한다. 아무래도 판문점을 가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게 가장 효과가 클 것 같다. 학교에서 수업으로만 듣던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을 것 같다. 충남통일관도 갈 생각이다. 이후로는 학교에서 이론 수업 이상의 현장 방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론 수업 없이 백지상태로 가는 것보다는 그 효과가 큰 것 같다."

- 바람은?
"교사들의 의식변화가 우선 필요하다. 올해 충남에 통일연구학교로 선정된 학교가 하나도 없다고 들었다. 내년에 우리 학교는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통일연구학교를 진행하면 전 교사가 참여해 교사들의 통일의식이 커진다는 얘기도 들었다. 통일연구학교를 모든 학교가 필수적으로 돌아가면서 하도록 하면 좋겠다. 현재는 공모해서 진행한다. 공모가 아닌 필수 지정제로 해서 예산도 현재의 2년 예산을 두 학교에 일 년간 진행하는 방안을 만들면 좋겠다."
#통일교실 #신창중 #충남도교육청 #통일교육원 #통일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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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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