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빼빼로데이 아닌 '평등절'로 선포하며

등록 2020.11.11 17:18수정 2020.11.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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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모든 인간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시민의 힘으로 차별금지법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11월 11일을 평등절로 선포한다. 앞으로 11월 11일은 평등절로 기억될 것이다. 

숫자 11을 가로로 눕혀 다른 관점에서 보면 같다는 뜻의 등호(=)가 된다. 한자로는 같을 등(等), 이름 호(號). 영어로는 'Equal Sign'이다. 평등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평등을 말하기에 이보다 맞춤인 날이 또 있을까. 

지난 6월 정의당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약칭 평등법도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발의 의지를 공식 표명한 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열망하는 시민들은 많은 시간을 거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였다. 평등버스가 전국을 순회하며 드높은 열망에 힘을 실었고 국내 시민단체, 종교계, 학계뿐만 아니라 해외 학계에서까지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성명이 줄을 이었으며 1인 시위와 오체투지, 토론회가 끝없이 이어진 2020년이었다. 시민들이 이토록 평등을 추동하는 동안 시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할 정부와 국회는 대체 무엇을 했는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차별금지법은 언제 본회의에 상정될지 감감하고 집권당인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상민 의원이 발의 의지를 밝힌 평등법도 언제 발의가 될지 기약이 없다. 이것이 촛불 정권의 본모습인가.

유예는 없다. 시민들은 다시 한번 정부와 국회에 평등의 말걸기를 시도하고자 한다. 11월 11일 평등절을 시작으로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까지 '평등 한 달'로 지정하고 다양한 실천 속에서 차별금지법을 외칠 것이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소수자들의 삶을 돌아볼 것이다. '평등 한 달' 안에는 많은 소수자의 희생과 투쟁의 역사를 기리는 기념일들이 매주 놓여있다.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12월 1일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까지 한 달 동안에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날들은 이토록 많고 단 하루의 기념일에 응축된 저항의 삶들은 여전히 길 위에 있다. 한 달을 넘어 1년 열두 달 동안에는 얼마나 많은 삶이 길 위에서 흔들리며 나아가고 있는가.


이뿐이 아니다. 낙태죄 전면 폐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비롯한 전태일 3법 제정,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비롯하여 우리 모두의 존엄과 평등을 지키기 위한 뜨거운 투쟁들 또한 지금 이 순간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정기국회가 한 달여 남은 지금, 2020년에도 여전히 기회는 있다. 정부와 국회는 우리들의 함성과 몸짓을 직시해야만 할 것이다. 평등 한 달 동안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 모든 투쟁과 함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행동들을 만들어갈 것이다.   

평등의 신호는 켜졌다. 시민들은 이미 길을 건너고 있다. 건너온 길을 평등으로 물들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언제까지 주저하며 대기 상태로 있을 텐가. 평등 한 달이 평등 열두 달이 되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평등한 길로 다 함께 가자. 
 

11월11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기자회견 사진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법 #평등절 #11월11일 #차별금지법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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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차별의 예방과 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행동하는 연대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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