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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줄 달렸습니다, 꼭 국방예산에 써야합니까

[폭증하는 국방비 이대로 좋은가 ③] 국방예산과 해고 위기 노동자

등록 2020.11.12 08:06수정 2020.11.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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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의가 본격 시작됐다. 유례없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쓸 것인가가 정하는 일이 어느 해보다 중요한 때다. 그런데 전체 예산의 10%에 달하는 국방예산은 올해 처음 50조 원을 돌파한데 이어 내년 예산으로 52.9조 원이 편성됐다. 이에 국방예산 증액의 문제점과 대안을 네 차례 걸쳐 연재한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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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코로나피해 실태 및 정부 정책 평가 기자간담회'에서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위원이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와 해고 위기

지난 11월 10일 민주노총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을 통해 30인 미만 작은 사업장 노동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이후 월평균 임금이 약 40만 원 감소하는 등 노동조건이 심각하게 나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회사폐업, 장기무급휴업, 해고 등 고용불안을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이스타항공은 전체 직원 1700여 명 중 600여 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고, 코로나19로 인해 강제휴직 상태였던 한 승무원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나하나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았고,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렸다. 

실업을 겪고 있는 노동자뿐 아니라 해고위기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노동자 또한 수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을 정부 관계자들은 알까.
  
문재인 정부가 제출한 2021년 국방예산은 지난해 대비 5.5% 인상해 52조9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코로나19도 없었고 남북군사합의도 없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평균 국방비보다 1.5배나 많은 액수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국방비로 301조를 투입할 계획이라 밝혔다.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아시아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축소하고 민생예산을 확충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코로나 민생지원에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반면, 국방예산 대폭 인상은 당연하다는 태도다. 과연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묻고 싶다.

지난해 대비 국방예산 인상액은 2조7647억 원이다. 기존의 국방비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상된 예산만큼이라도 줄여서 코로나 위기 속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민중을 위한 예산으로 더 확보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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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 도중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2021년 국방비 인상액 = 2020년 고용유지지원금

정부가 다양한 고용유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난 10일 민주노총의 조사결과를 보면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8명 중 1명은 '코로나 실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재직자 고용유지 대책'과 관련해 작은사업장 노동자 10명 중 약 7∼8명(72.9∼83.5%)은 해당 대책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제 혜택을 받은 작은사업장 노동자는 100명 중 대략 3∼8명(3.5∼8.3%)에 그쳤다.


2020년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총 2조6800억 원이다. 국방비 인상액과 비슷한 금액이다. 기간 기업 지원 중심의 코로나19 대응에서 재직자 고용유지, 실직자 소득지원 대응 중심으로 전환하고 그 대상을 더욱 확대하는 데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이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진다. 한순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코로나로 노동강도가 높아진 노동자를 위해

배달노동자, 돌봄노동자, 보건의료 종사자와 환경미화원 등 비대면 일상을 지키기 위해 대면 노동의 위험을 감수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 노동자들의 임금, 근무여건 등은 누구보다 취약하다.

택배노동자의 잇단 과로사는 민간업체에게만 내맡겨져 있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보건노동자들에게는 예산이 없다며 정당한 수당조차 제때 주지 못했다. 감염병이 일상화되는 시대인 만큼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대책이 시급하지만 그 어디에도 이들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한 예로 캐나다는 의료·돌봄·청소·물류 등 필수 직군 종사자들의 임금 인상에 40억 달러(약 3조5000억 원)를 지원한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부터 저임금과 낮은 처우,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지금의 우리 사회를 받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을 위한 예산은 반드시 늘려야 한다. 

급하지 않고 불필요한 국방예산만 줄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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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저녁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연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철회 촛불 문화제에서 한 참가자가 차가워진 날씨에 언 손을 녹이고 있다. ⓒ 연합뉴스

 
세상 유례없는 코로나 팬더믹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이 사회를 만들고 이끌어 나가는 이들이 있는 곳. 이야말로 지금 당장 예산을 늘려야 할 절실한 곳이다.

자주국방은 미국산 첨단무기를 수입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코로나시대,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생존권이 위기에 놓여있음을 심각히 생각하고 노동자민중의 민생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예산부터 확충하자. 

당장 급하지 않고 불필요한 국방예산을 줄이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안혜영씨는 민주노총에서 통일부장을 맡고 있다.
#국방예산 #민생예산 #국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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