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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안개 보려고... 주차장이 꽉 찼습니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은 청송 주산지

등록 2020.11.14 13:53수정 2020.11.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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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수많은 저수지 중 풍광 하나만큼은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경북 청송에 있는 인공저수지인 주산지이다. 주변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주산지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저수지에서 자라고 있는 왕버들의 모습도 신비스럽다. 2003년 개봉한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영화는 주산지 저수지 암자에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으로, 인간의 삶을 표현한 영화이다. 인공 저수지 암자에 기거하는 천진난만한 동자승이 노승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사계절에 비유하여 그린 작품이다. 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그리고 장년기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암자의 아름다운 사계(四季) 위에 펼쳐진다.
  

청송 주산지 새벽녁 물안개가 피어나는 모습 ⓒ 사진 제공 :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청송 주산지는 영화가 개봉되고 난 후부터 물안개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새벽잠을 설치고 멀리서 찾아온 사진동호회 회원들도 있고, 인근 청송 주산지 부근에서 하루 숙박하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주산지 제방에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그칠 줄 모른다.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신비스러운 주산지의 새벽을 활짝 열며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물안개도 새벽에 간다고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 새벽녘에 생겼다가 일출 후 사라진다. 물론 겨울철에도 기온이 상승하면 물안개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물안개는 기온과 습도도 맞아야 한다. 주산지는 바람이 없어야 멋진 반영을 찍을 수 있다.

사계절 내내 이어지는 발길

주왕산은 빼어난 산세를 지니고 있어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가을 단풍철이면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다. 단풍철이 다가오면 해마다 청송 주왕산을 찾는다. 관광객들 틈에 합류하여 단풍 절정을 맛보기 위해서이다.

빠른 길로 가면 경주에서 청송까지는 2시간이 소요된다. 주왕산 가는 길은 워낙 산세가 험난하여 가는 길도 고생길이다. 굽이굽이 산길을 가다 보면 마치 회전 기구를 타는 듯하다. 가는 길목에 사과나무와 단풍들을 보며 가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청송 주왕산 단풍여행은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워낙 코너 길이 많아 아이들이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을 호소한다.
 

청송 주산지 낙엽송이 우거진 진입로 입구 모습 ⓒ 한정환

   
11월 첫 주말이라 그런지 청송 주왕산은 단풍관광객들로 입구부터 초만원이다. 주차장은 아예 접근도 못했다. 입구 들어가는 길 양쪽 전부 차량들로 줄지어 서 있다. 주차 안내요원들이 교통정리를 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주차할 자리를 찾기 위해 몇 바퀴를 돌아다녔다. 빈자리가 없다. 올해 주왕산 단풍여행은 여기서 포기해야 했다. 대신 인근에 있는 주산지로 향했다. 여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겨우 주차장 앞 공터에 주차를 하는 행운을 얻었다.

주산지 왕버들 보존 및 경관 복원

주차장에서 주산지까지는 1km를 도보로 걸어가야 한다. 15분이 소요된다. 주산지 입구에는 청송의 특산품 사과와 버섯 등 농산물을 파는 농민들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상인들에게 주왕산 단풍 소식을 물었다. 올해는 주왕산 일대에 일찍 서리가 내려 단풍이 예년 같지가 않다고 전한다.

입구 한편에 당나귀를 모델로 사진촬영을 한다. 꽃마차도 다닌다. 단풍의 절정은 지났지만 주산지 가는 길을 산책 삼아 올라간다. 낙엽송 숲길이 주홍으로 물들다 낙엽이 되어 아래에 수북이 떨어져 있다. 조금 일찍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절정의 모습은 지났지만 그래도 늦가을 정취는 물씬 풍긴다.

입구 중간지점에 청송군 및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측이 제공하는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다. 직원 1명이 배치되어 있다. 손소독제는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이지만, 다시 한번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늦가을 단풍으로 물든 청송 주산지 모습 ⓒ 한정환

   
청송 주산지는 물속에서 자라는 왕버들과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 등으로 대한민국 명승 제105호로 지정된 곳이다. 주산지는 오랜 가뭄에도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는 점과 고목의 능수버들과 왕버들이 물속에 자생하고 있어 그 풍치가 인공 저수지와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멋진 호수를 보는 듯하다.

입구 진입로 양쪽으로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자생하는 식물과 낙엽송 그리고 주산지 내력에 대해 설명한 안내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한 번씩 읽어보면 주산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주산지는 뜨거운 화산재가 엉겨 붙어 만들어진 응결응회암이 아래에 있다. 응결응회암 위에 비응결응회암과 퇴적암이 쌓여 전체적으로 큰 그릇과 같은 지형을 이루고 있다. 비가 오면 비응결응회암과 퇴적암층에서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물을 흘러보내기 때문에 이처럼 풍부한 수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청송 주산지 입구에 심은 수령 50년 이상 된 왕버들 모습 ⓒ 한정환

 
주산지 입구 바위에는 영조 47년(1771년) 월성 이씨 이진표(李震杓) 공 후손들과 조세만(趙世萬)이 세운 주산지 축조에 공이 큰 이진표 공의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인공 저수지이지만 준공도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721년 조선 경종 때 축조되어 주변 지역 논밭에 물을 대는 농업 전용 저수지로 활용되고 있다.

병풍처럼 수려한 산세와 주산지 물속에 잠겨 있는 왕버들은 그동안 관광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가을 단풍철은 주산지의 아름다움이 배가가 된다. 주산지에는 28그루의 왕버들 군락이 자생하고 있다. 최고 수령은 300년으로 보고 있다. 28그루 중 4그루는 2014년 주산지 왕버들 복원 사업을 실시하면서 이식했다. 현재 활착 상태는 양호하다.

관리 주체인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는 왕버들 고사를 막기 위해 영양제 주입 및 살포, 저수지 수위 하강 시 왕버들 뿌리의 건조 피해 방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수분 공급을 하고 있다. 왕버들 고사를 대비해 후계목 육성사업도 펼친다. 후계목 약 1000 개체를 삽목 증식하여 주산지 안쪽에 이식해 놓았다.
  

청송 주산지 테크 전망대 앞 왕버들 모습 ⓒ 한정환

 
첫 번째 데크 전망대 바로 앞에 있는 한 그루의 왕버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사가 진행 중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영화 장면 중 노승의 장년기 모습과도 흡사해 보인다.

주산지는 왕버들뿐만 아니라 인근 절골지구에서 산양, 수달, 담비, 하늘다람쥐, 삵, 긴꼬리딱새가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망개나무, 미치광이풀 등 희귀식물 자생지로 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주산지는 왕버들로 대표되는 경관적 가치만 부각되고, 생태적 가치는 간과된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주산지는 지질명소로 청송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주산지를 찾다 보면 예전처럼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왕버들의 환상적인 모습은 볼 수 없다. 이제는 활착에 성공한 어린 왕버들이 자라 사라진 옛 모습을 되돌려 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주산지 왕버들 복원을 위해 노력한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청송 주산지 관련 유튜브 동영상 링크 주소
 - https://youtu.be/vO1-QSjupdQ

 

* 찾아가는 길
- 주소 : 경북 청송군 부동면 주산지길 163
- 입장료 및 주차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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