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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인 '20대 쿠팡 과로사 노동자' 아버지 "회사가 아들에게 책임 떠넘겨"

[현장] 유가족과 시민단체, 국회의원 등 쿠팡에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등 촉구

등록 2020.11.13 14:18수정 2020.11.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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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고 장덕준(27)씨의 유가족이 13일 서울 여의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측에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 ⓒ 양이원영 의원실 제공

   
"아들과 같이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몇 개 못 해봤다. 보고 싶다, 너무너무 보고 싶다."

국회를 찾은 '20대 쿠팡 과로사 택배노동자' 아버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는 13일 아침, 대구에서 서울로 오는 기차 안에서 본 '아들과 아버지의 버킷리스트'를 다룬 광고 내용을 설명하며 울먹였다.
 
지난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고 장덕준(27)씨의 아버지 장관씨의 이야기다.

'20대 쿠팡 과로사 택배노동자'의 유가족이 쿠팡 측에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고 장덕준씨의 아버지 장관씨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른 택배회사들은 (택배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자기 나름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해결책을 발표했으나 쿠팡은 처음 주장 그대로 '(쿠팡은) 택배 회사가 아니다, (고 장덕준씨는) 과로사와는 무관하다'라고 (고 장덕준씨 사망과 관련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쿠팡이) 택배회사가 맞든 안 맞든, 우리 덕준이가 어떤 일을 했든 안 했든 그게 무엇 때문에 중요하냐"라며 "저희 아들이 죽었다. 그것도 야밤에만 근무하다가 건장한 27살의 청년이 그냥 죽었다. 이것을 가지고 쿠팡은 내 탓이 아니라며, 고인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언론에 산재(산업재해)신청에 필요한 모든 일에 협조하겠다고 하고, 막상 저희(유가족)가 필요한 서류를 요청하면 회사는 그걸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라며 "1년 6개월 근무한 고인의 빈소에 그 흔한 조화 하나 보내지 않았을 때, 우리는 쿠팡이란 회사의 실체를 알았어야 했는데, 그걸 몰랐던 게 후회스럽다. (쿠팡은) 겉으론 법을 지키지만, 사실은 법을 이용하고 있다"라고 쓴소리했다.
 
올해 사망한 15명 중 4명 쿠팡 노동자
 
시민단체도 힘을 보탰다. 이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유족을 기만하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쿠팡의 태도"를 규탄했다. 대책위는 입장문을 통해 "올해만 택배 노동자 15분이 돌아가셨는데 이 중 4분이 쿠팡에서 일하던 노동자"라며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했다.
 
대책위가 문제 삼은 사망 사건은 이렇다. 지난 3월, 40대 쿠팡 택배노동자가 배송 중 경기도의 한 빌라 계단에서 쓰러진 뒤 사망했다. 5월에도 인천물류센터에서 40대 노동자가 일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7월에는 쿠팡 천안물류센터에서 조리사로 일하던 30대 파견노동자가 퇴근 후 사망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12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7살 고 장덕준씨가 자택에서 숨졌다.
 
또한 대책위는 고 장덕준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고인은 27살의 젊은 나이, 태권도 4단의 건장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몸무게가 15kg 줄고, 허리가 줄어 입던 청바지도 못 입게 되었다고 한다"라며 "고인의 근무기록을 보면 1년 6개월 동안 일용직 신분으로 심야노동을 해왔으며, 7일간 연속으로 야간근무를 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인의 사례는 물류센터의 살인적인 노동강도, 심야 노동의 실태를 보여준다"라며 "로켓배송이라는 쿠팡 기업의 이미지 이면에 청년들에게 불안전 노동, 심야 노동을 강요하는 살인적인 이윤 추구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쿠팡은 고인을) 일용직으로 위장 계약을 해왔지만, 사실상 (고인은) 상용비정규직으로 일해온 셈"이라며 "야간근무만 1년 반 가까이해온 것은 과로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고용노동부의 과로사 인정기준을 보더라도 과로사가 분명한데, 쿠팡 측은 고인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만 내세우며 과로사를 부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아들 잃은 부모가 무릎을 꿇나"

국회의원도 나섰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노동자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며 죽음에 책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잘못된 태도"라며 쿠팡을 질타했다.
 
진 의원은 "직원이 원한다고 해도 야간 근무 작업을 지속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과로사를 초래할 매우 위험한 작업 환경을 방조한 것"이라며 "쿠팡은 현재 유족과 대책위 측에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공식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을 유보하는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쿠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라고 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세상을 떠난 '고 전태일 열사'를 떠올렸다.
 
양이원영 의원은 "오늘(13일)이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50주기 되는 날이다. 손에 쥐었던 근로기준법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라며 "유가족들이 의원들 앞에 무릎까지 꿇으며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관리감독 책임은 쿠팡에 있는데, 왜 아들을 잃은 부모님께서 무릎을 꿇으시나"라고 반문하며, 쿠팡이 유가족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대책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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