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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힘내세요, 우리 세월호 다 알고 있어요'라고..."

[인터뷰] 4.16늘풂학교 늘쌤 윤경희 세월호가족협 대외협력부서장

등록 2020.11.14 15:23수정 2020.11.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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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년 4.16늘풂학교 입학 단체사진 ⓒ 4.16늘풂학교

 
안산 지역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지역 청소년들이 만난 4.16늘풂학교가 코로나 여파로 당초 계획을 변경해 각 교실별로 졸업식을 마쳤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주최한 4.16늘풂학교는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250명의 단원고 아이들의 존재를 마음속에 품고,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통해 생명존중과 안전사회의 가치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배우게 하자는 목표를 가진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는 4.16공방, 4.16희망목공소,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4.16합창단, 4.16가족나눔봉사단의 유가족들이 선생님이 되어 청소년들을 맞이했다.  

4.16늘풂학교 늘쌤(교장) 역할을 맡아 프로그램을 이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윤경희 대외협력부서장(단원고 2-3 김시연 엄마)을 만나 이야기 나눴다.

- 4.16늘풂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지난해 여러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청소년들과 세월호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이제 중·고등학생이 되어 어떻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지 궁금했고, 생명의 소중함과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엄마아빠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들을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수업을 만들었으면 했다.

우리도 청소년들을 교육한 경험이 없어서 대안학교 6~7군데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공부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늘풂학교 1기를 시작해 19명의 아이들과 함께 4주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하나도 안 했지만 마지막 시간에 아이들이 다들 힘내시라면서 우리 다 알고 있어요 라고 말해줘 너무 감동받았다. 우리 아이들이 그냥 어리기만 한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참 고마웠다."

- 이번 4.16늘풂학교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올해에는 더 많은 엄마아빠들이 내가 느낀 이 감정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다섯 개 동아리 활동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제안했고 모두 다 찬성해줬다. 역시 이번에도 간디학교 교장선생님을 모셔서 공부도 하고 안전교육도 받고 단단히 준비했다.


100명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코로나 여파로 인해 각 교실 10명씩, 50명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했지만 끝날 때는 반응이 너무 좋았다. 엄마들이 선생님이었고 아이들이 학생이었지만 서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엄마들도 많이 성장했고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다.

중간에 코로나 단계가 올라가서 한 달 반 정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쉬고 추석 지나고 다시 시작하는데 아이들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앞섰지만 대부분 다시 참여했고 졸업식까지 마쳤다."

- 4.16늘풂학교라는 명칭의 의미가 궁금하다. 
"늘풂학교 이름의 의미는 '늘 품는다'는 것이다. 4.16 우리 아이들도 항상 품고, 청소년 아이들도 품을 수 있는 그런 취지, 그래서 너무 좋다. '늘풂'이라는 말이 입에 착 달라붙지는 않지만 늘 품는다는 것, 기억한다는 것, 안전사회를 이야기하고 생명존중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학교의 이름으로 참 좋다고 생각한다."

-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시간 어떠셨는지?
"청소년들을 만나고 수업을 하면서 자기 아이 생각도 나고 순간순간 울컥하고 힘들었을 텐데 다들 보람을 크게 느껴 좋았다고 한다. 사업이 끝나자마자 벌써 내년에 어떻게 하자는 얘기들부터 했다.

바쁘고 힘들었지만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정말 아이들 만나면서 엄마아빠들도 자존감이 높아지고, 사람들 앞에 서는 자신감도 생기고 흡족해하고 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핸드폰만 만지고 말 한마디 없이 어색해했다. 그러나 막상 수업에 들어가니 집중도가 굉장했다고 한다. 아이들도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프로그램들을 직접 참여해보니 엄청 열심히들 하더라. 4.16진실버스 참여하느라 마지막 시간인 수료식에 참여하지 못해서 아이들 이야기 하나하나 듣지는 못했지만 내년에 다시 하면 또 올 것 같은 아이들이 많더라."
  

2 4.16늘풂학교 중 목공 교실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4.16늘풂학교

 
- 늪풂학교 외에도 최근 4.16진실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시민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시민들과 또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유가족 구술증언을 담아 만든 책을 읽었는데 술술 넘어가더라. 왜냐면 '아 이때 나는 이랬는데, 이 엄마는 이랬구나' 하는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시민들을 생각해봤다. 우리 가족들에게 세월호의 순간, 시간이 있었다면 시민들도 각자 세월호의 시간이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들을 듣고 싶었다.

우리가 앞자리에 앉아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달하는 간담회 말고, 시민들 각각의 세월호의 시간을 나누고 싶어 '세월호의 시간'이라는 북콘서트를 작가단과 함께 전국 14개 지역을 다니며 열었다. 돌아가며 이야기 나누다보니 다들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었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구나, 우리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 외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힘이 많이 났다. 그래서 이후에도 이런 시간을 더 갖고 싶다."

-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우리가 이렇게 다니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하고 안전사회 만든다고 우리 아이들이 다시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다. 우리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게, 국민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면 국가가 최소한의 책임은 질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받지 못했다. 세월호참사 때 국가는 부재중이었다.

우리 가족들의 활동이 그런 것들을 바꿔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우리뿐 아니라 국민 여러분이 함께 해주셔야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우리 같은 유가족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명예도 찾아주는 일이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 엄마아빠들이 오늘도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안산 #청소년 #늘풂학교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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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에서 직장다니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속에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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