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노동상에 '택배연대노조'와 민중작곡가 '김호철' 수상

등록 2020.11.14 16:40수정 2020.11.15 13:31
0
원고료로 응원

이수호, 박준, 김태완, 부성현 전태일 노동상을 주관한 전태일 재단 이수호 이사장과 매일노동뉴스 부성현 대표 택배노조 김태완 위원장, 민중가수 박준 ⓒ 감종택

 
지난 13일,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역앞에서 전태일 열사 분신항거 50주기 추도식과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이 열렸다.

전태일노동상은 전태일재단과 매일노동뉴스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개인, 단체, 국제 부분으로 나누어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올해 국제 부분 수상자는 없다.

2020년 단체와 개인 부분 수상자는 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와 파업가, 단결투쟁가, 들불의 노래 등으로 노동자 투쟁 현장에 함께 해 왔던 민중가요 작곡가 김호철씨가 선정되었다.
   
단체 수상자인 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현실과 코로나19 사태로 늘어만 물량과 그로 인한 과로사를 세상에 알린 공로다.

개인 수상자인 김호철씨는 1980년대부터 노동자 집회에서 불리는 <파업가> <단결투쟁가> <꽃다지> 같은 수많은 민중가요를 만들어 노동자 민중과 함께 한 공로다.

부성현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택배연대노조는 8월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만들고, 공짜노동으로 불렸던 택배 분류작업에 원청사의 인력투입을 이뤄내는 투쟁을 가열차게 한 공로를 높이 샀다"고 밝혔다.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택배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어서 연차나 유급휴가를 보장받지 못한다. 노조는 택배사에 '택배 없는 날' 지정을 요구해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로부터 '리프레시데이'라는 이름으로 '택배 없는 날' 지정을 끌어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물량으로 인한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잇따르자 정부와 택배사에 장시간 분류작업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해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 택배사가 공식 사과와 함께 과로사 예방대책을 내놓게 한 것도 택배노조가 끌어 낸 커다란 성과다.


심사위는 "김호철 동지가 없었다면 집회도 없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그가 만든 노래는 노동자를 하나로 묶는 단결의 무기다. 30년 이상 노동자들 곁에 노래로 함께 한 그의 수상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김호철 동지에게 수여 하는 전태일노동상은 마땅히 따라야 할 것을 실행하는 것이고, 부지런히 갚아야 할 노동하는 사람들의 채무"라고 밝혔다.

김호철씨는 노동 현장뿐 아니라 장애인·철거민·도시 빈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해 왔다.

투병 중인 아내의 병상을 지키는 김호철씨를 대신해 민중가수 박준이 대리 수상을 했으며 김호철 동지가 전국장애인철폐연대 후원 모임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과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택배노조 김태완 위원장에게 전태일노동상을 수여하고 있다. ⓒ 김종택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수상 소감에서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온몸을 내던진 전태일 열사가 노예의 굴레에 갇혀 신음하는 택배노동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줬다"며 "불의에 맞서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고 설립신고증을 받고 불의에 항거해 투쟁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시대 영웅 그 이면에 있는 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라는 죽음의 그림자에 맞서 택배 없는 날을 만들고, 공짜노동 분류작업에 원청사의 인력투입을 이뤄내는 투쟁을 전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가 우리 택배노동자들에게 커다란 힘이 됐다. 연대뿐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경험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전술을 투쟁의 현장에서 배울 수 있었다. 정당한 권리쟁취 투쟁을 시작했고, 이기기 위해 투쟁했고 승리할 때까지 투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태일상 수상은 함께해 온 모든 조합원이 뭉치고 주인 되는 과정이었던 지난날을 긍지 있게 돌아보게 한다. 모든 택배노동자의 단결, 세상의 주인으로 나아가기 위한 포부를 세우는 전환점이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성현 매일노동뉴스 대표와 민중가수 박준 민중가수 박준이 김호철을 대신해 상을 받고 있다. ⓒ 김종택

 
김호철 작곡가를 대신해 대리 수상을 한 박준 민중가수는 "그는 오랜세월 수많은 투쟁의 현장을 숙지하며 가장 낮은 현장으로 결합해온 문화노동자들에게 감사하면서 이 수상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도 또 물었다. '호철이형 정말 얘기하고 싶은게 있잖아요?' 끈질기게 형의 깊은 마음을 듣고 싶었다. 그러자 '전태일 열사의 마지막 유언 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 열사의 이 말을 정말 얘기하고 싶다. 지금의 노동운동이 이 유언 앞에서 당당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지 진솔하게 묻고 싶다"라는 김호철의 속마음을 전해주었다.

전태일 열사 분신항거 50주기인 2020년 전태일 정신 계승 목표는 '연대의 50년, 평등의 100년'이다. 진정한 '연대'와 '평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근로기준법을 공부하면서 대학생 친구 한 명을 간절하게 원했던 전태일 열사, 그의 분신 항거는 학생들이 노동운동에 뛰어들게 만들었고 87년 6월 민주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의 밑거름이 됐다. 학생과 노동자 민중이 연대하며 하나가 되어 싸워 승리한 것이다.

지본가와 신자유주의에 맞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양대 노총이 사심 없는 연대의 정신으로 하나가 된다면 노동자의 참세상은 앞당겨질 것이다.

이주노동자, 여성, 장애, 사회적 약자를 다름이나 약함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고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의 주춧돌을 놓아야 평등의 100년을 꿈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전태일노동상 #전태일 50주기 #택배노조 #김호철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