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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맛보는 홍시... "그 맛이 기가 막혀!"

초겨울에 느끼는 감나무의 정취

등록 2020.11.14 17:59수정 2020.11.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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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들머리 입동(立冬)이 지났습니다. 이른 아침 하얀 서리가 내립니다. 여름 내내 기세등등하던 들풀도 된서리를 맞고선 색이 바랬습니다.


이제 제법 겨울의 맛이 납니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차갑습니다. 며칠 사이로 나뭇가지에 힘겹게 버티던 이파리들도 낙엽이 되어 우수수 떨어집니다.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되었습니다.

낙엽 진 나무들은 겨울나기를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합니다. 사람들만이 겨우살이 준비로 부산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엄동설한에 나무들도 살아가기가 무척 힘들 것입니다. 해는 짧고, 매서운 날씨에 받아들이는 에너지가 적은 데다 만들 수 있는 양분도 자연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나무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잎과 함께 힘겹게 겨울을 버틸 것인가, 아니면 죄다 이파리를 떨쳐내고 최소한의 힘으로 견뎌낼 것인가! 욕심부리지 않고 가볍게 비워내는 자연의 지혜는 그들만의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겨울을 납니다. 잎이 떨어진 자리에다 새롭게 눈을 만들고, 공급받을 영양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그것입니다.

나무는 겨울에 잎이 되고 꽃이 될 눈에다 여러 겹의 세포를 쌓아 두껍게 보호합니다. 자기들만의 삶의 방식에 의해 추운 겨울을 견뎌내는 것입니다.

말랑말랑한 맛, 까치가 탐낼만하네
  

앙상한 가지 끝에 달린 감. 말랑말랑한 홍시로 변해갑니다. ⓒ 전갑남

 

주렁주렁 감이 달린 감나무가 초겨울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합니다. ⓒ 전갑남

 
내가 사는 마을 안길. 겨울 준비에 나선 감나무가 죄다 잎을 떨궜습니다. 앙상한 가지만 드러난 감나무에 홍시가 무척 많이 달렸습니다. 대롱대롱 매달린 홍시가 멀리서 보면 빨간 꽃처럼 예쁩니다. 홍시의 모습에서 삶의 마무리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또 마지막 열정은 빨갛게 불태우라는 메시지를 들려주는 듯싶습니다.
  

감나무 끝에 달린 홍시는 날짐승들의 차지입니다. ⓒ 전갑남

 
사람 손이 닿을 수 있는 데까지는 감을 따다가 높은 가지는 수확을 포기한 듯싶습니다. 이제 남은 것들은 까치밥! 날짐승들은 야금야금 홍시를 쪼아 달콤한 식사를 즐길 것입니다.


까치발을 하여 손을 뻗으니 홍시가 간신히 손에 잡힙니다. 함께한 나들길 친구도 손에 잡힌 말랑말랑한 감 하나를 어렵사리 따냅니다. 금세 홍시를 입에 넣습니다.

"야! 이런 맛있는 홍시는 처음이네! 맛이 기가 막혀! 까치도 이 맛에 반하겠지! 대봉보단 작은데, 이건 무슨 감이지?"
"강화도 장준감이야!"


강화도를 대표하는 특산품인 토종 장준감이 말랑말랑한 홍시가 되었습니다. 그 맛이 찰지고, 달콤합니다. 거기다 시원한 맛까지!

강화도 장준감은 끝이 뾰족한 팽이모양으로 대봉감의 축소판입니다. 씨가 거의 없고, 촉촉한 수분에 당도가 매우 높습니다. 옛날 임금님께 진상품으로 달콤한 맛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강화도 장준감 홍시는 그 맛이 찰지고 아주 달콤합니다. ⓒ 전갑남

 
도회지에 나고 자란 친구가 벌거숭이 나뭇가지에서 자연 상태로 익은 홍시 맛에 반할 만합니다. 잊을 수 없는 맛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듭니다.

무거운 짐 부려놓듯 이파리를 죄다 떨구고, 앙상한 감나무 가지에 남겨둔 홍시를 보니 지나간 가을날이 아쉽습니다. 
 
<홍시>

가지 끝에 대롱대롱 달린 노란 감
살랑대는 가을바람에
어느새 마법에 걸려들었다.

붉은 얼굴빛의 말랑말랑한 홍시
헤살헤살 웃으면서
밤하늘 환한 등불이 되었구나.

나도 마술에 걸려든 걸까?

무르익는 햇살이 좋아
파란하늘과 손잡고 걸으면서
늦가을 옷소매를 자꾸 붙들려한다.
- 자작시
#감나무 #홍시 #장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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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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