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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유배형, 옥사자와 순국자도

[[김삼웅의 인물열전] 민족의 선각 홍암 나철 평전 / 10회] 우국지사들은 갖은 악형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등록 2020.11.28 14:23수정 2020.11.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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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난기와 국망기에 온몸을 바쳐 구국과 독립을 위해 나섰는데, 역사가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국민에게 잊혀진다면 어찌 건강한 사회라 할 것이며, 그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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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원을 내려다 보고있는 '독립운동의 아버지 홍암 나철 동상' 평화공원을 내려다 보고있는 '독립운동의 아버지 홍암 나철 동상' ⓒ 장래혁

 
왜적에게는 한없이 무력했던 정부가 동족의 우국지사들에게는 가차없이 권력을 휘둘렀다.

관련자들이 체포되고, 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잡혀가서 심한 고문을 당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철과 오기호ㆍ김인식 등은 4월 12일 평리원에 자수하였다. 실행에 나섰던 동지들과 무고한 동포들의 희생을 막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이다.

4월 12일 나인영ㆍ오기호ㆍ김인식은 앞서 준비한 문서를 가지고 평리원(平理院)에 자수하였다. 이들은 이때 제출한 자현장(自現狀)에서 "전번 광무 9년(1905) 11월 17일에 대한 제국의 외교권을 거리낌 없이 넘겨주는 소위 조약에 제 마음대로 조인하였으니 이 오적은 우리 황제의 신하가 아닐 뿐 아니라 조종(祖宗)의 적신(賊臣)이오, 천하 만고의 원악(元惡)이다.…… (주석 12)

이미 일제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을사6적은 고종 정부의 실세가 되어 일제에 충성하는 충견들이었다. 자신들을 제거하려는 지사들에게 극심한 탄압을 자행하여 지사들 중에 옥사하거나 사형을 당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국지사들은 갖은 악형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말 지사들 중에는 이들처럼 매국노 처단에 나섰다가 처절하게 사라진 무명 지사들이 적지 않았다.

거사에 참가했다가 체포된 윤충하ㆍ김영채ㆍ이승대는 갖은 악형으로 정신을 잃고 뼈가 부러져도 기개를 굽히지 않았고, 강원상은 혀를 깨물고 끝까지 동지의 이름을 대지 않는 등 놀라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나인영은 재판정에서 을사조약이 황제의 윤허도 없었고 참정대신의 날인 또한 없는 불법적인 것임을 지적하고 을사오적에 대한 처단은 정권과 국권을 마음대로 양여하여 국가권익을 손상한 것에 대한 처벌임을 주장하였다.


이 일로 나인영ㆍ오기호ㆍ김인식ㆍ김동필ㆍ이용태ㆍ이기 등은 모두 5년 내지 10년의 유배형을 당하였고, 황경오는 옥사하였으며, 이종학ㆍ최상오ㆍ박응칠 등은 사형집행으로 순국하였다. (주석 13)


한말 국권침탈기에 나철ㆍ이기 등의 항일투쟁은 어느 의열ㆍ의병투쟁에 못지 않는 우국거사였으나 대부분의 역사책은 단신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주도자 나철이 독립운동가보다 종교인으로 분류된 까닭일 것이다. 정교의 『대한계년사』이다.

민간외교적 노력에 실패한 나철 또한 을사5조약 체결에 도장을 찍은 매국대신들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나철은 그들을 처단하기 위해 오기호 등과 자신회(自新會)를 조직하여 적극적 주살(誅殺) 계획을 모의했다. 먼저 박대하ㆍ이홍래ㆍ김동필ㆍ이용채 등과 상의하여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거사에 필요한 자금을 모금하여 을사오적 처단 거사를 결의한 것이다. 그리고 나철은 을사오적 처단 의거 전날 동지들을 모아 분노의 글로써 격려하며 우국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주석 14)


주석
12> 이기훈, 앞의 책.
13> 앞과 같음.
14> 정교, 『대한계년사』, 조광 편, 변주승 역주, 69쪽, 소명출판사, 2004.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민족의 선각 홍암 나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나철 #홍암 #홍암나철평전 #나철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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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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