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의 그늘 여섯 가지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 대학입시의 빛과 그림자 ③

등록 2020.11.17 11:35수정 2020.11.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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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한민국 대학입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해보죠. 우리 대학입시의 문제점은 수도 없이 많을 거예요. 과열경쟁에다가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경직성, 그리고 사람을 소수점 몇째 자리로 판단하는 비인간화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죠. 대학입시의 그늘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첫 번째는 불평등 심화입니다. 교육하면 우리는 기회균등을 떠올립니다. 지난날 우리의 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희망의 사다리였습니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못 배운 한을 자식 대에서는 풀어보고자 모두 교육에 매달렸고, 그 갈증을 해결해주는 장치가 교육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교육이 희망이 아닌 고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중심에 대학입시가 있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한 대학입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어 왔는데 결과는 참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학입시가 우리를 평등하게 해주는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제도라고 국민들은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차별받는 것입니다. 하물며 중요한 대학입시에서 불평등이 나타난다면 이는 참을 수 없는 일이지요. 한국 사람들의 평등주의 문화의 원천은 어디일까요? 송호근은 한국의 평등주의를 '마음의 습관'이라고 하였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평등주의의 가치를 훼손한다면 그러한 대학입시제도는 폐기처분되어야 합니다. 그만큼 공정한 대학입시제도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그늘은 망가지는 창의력입니다. 창의력은 여유 속에서 발현되는 것이죠. 빡빡한 공부 속에서 창의성이 발현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의 대학입시는 아이들을 점수 따는 기계로 만드는 구조입니다. 우리 대학입시 구조는 출발부터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대학입시 전형 요소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을 좀먹는 것들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 제일 문제는 신중에 신이라고 하는 '내신'입니다. 대학입시에 고등학교 내신점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 내신을 따기 위한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내신을 따기 위한 공부는 단편적인 지식만을 공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선생님들이 내신 평가 문제를 낼 때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제를 절대로 낼 수 없는 구조이죠. 자유로운 서술식이나 논술식의 문제를 내신 평가 문제로 냈다가는 그 뒷감당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교사들은 될 수 있으면 잡음이 생기지 않는 문제를 출제합니다. 잡음이 없는 문제란 정답이 딱딱 떨어지는 단답형 객관식 시험이죠. 또한 학생들은 중간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준비에 들어갑니다. 자유롭게 다른 공부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거죠. 이러한 평가가 존재하는 한 아이들의 창의력은 망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한번 자문해 볼까요? 학교는 교육기관인가요? 행정기관인가요? 평가기관인가요? 아이들을 교육한답시고 학교는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며 아이들의 창의력을 갉아먹는 조직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교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기는커녕 시험 잘 치는 기계를 만들뿐입니다. 그 선봉에 대학입시가 있습니다.

세 번째 대학입시의 그늘은 폭발하는 사교육비입니다. '사교육을 왜 받습니까?' 라는 설문조사 결과 '남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교육은 자신이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받는 사교육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한 발짝이라도 더 앞서 나갈까 하는 치열한 경쟁 심리로 인해 사교육을 받습니다. 구조가 이렇다보니 남을 제쳐야만 자신이 승리하는 완전 제로섬 게임식의 경쟁입니다. 제로섬 게임식의 경쟁구조에 돈이면 다 된다는 배금주의 문화가 합쳐져 사교육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사교육업자와 남보다 한 발짝이라도 앞서야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심리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는 높아만 갑니다. 특히 최근에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도입되면서 내신 성적뿐만 아니라 비교과에 대한 사교육도 경쟁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네 번째는 대학입시라는 그늘 뒤에 숨어 자신의 교육적 소명을 다하지 않고 핑계 대는 교사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열의 없는 교사가 가장 선호하는 학교는 아이러니하게도 인문계 고등학교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화살을 대학입시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죠. 수업시간에 자습을 시켜도 대학입시 때문에 자책감이 없고, 수업에 혁신을 도입하는 것은 대학입시 교육에 방해가 된다며 거부하고,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아서라도 자기 과목 성적이 올라가면 나쁠 리 없고, 수업시간에 EBS 방송을 틀어주어도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니 괜찮다고 생각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획일적인 학교문화가 있어도 대학입시 핑계를 대며 고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대학입시는 교사들의 무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체능 분야로 대학을 가려는 아이들이 무단결석을 하면서 학원을 전전해도 대학입시를 핑계로 아이들 생활지도에 손을 놓고 있는 것도 교사와 학생 간에 암묵적인 거래인 것이죠. 특히 요즘 학생부 종합전형이 대세가 되면서 학생부 기록을 위해 학년말이면 교사들이 수업을 전폐하고 학생부 기록에 매달려도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합니다. 수업이 없는 교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학교문화도 다 대학입시라는 핑계로 넘어갑니다.

다섯 번째 그늘은 판치는 위선들입니다. 요즈음 대학입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대세가 되면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입학사정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활동보다는 일단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죠.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독서 활동, 방과 후 교육 활동 등 학교의 모든 교육 프로그램은 학생부 기록을 위해 그 존재 의미가 있습니다. 학생부 기록이 대학입시를 위한 중요한 방편이기 때문에 학생부 기록을 위해 교사와 학생간의 암묵적인 거래가 나타납니다. 교사가 학생을 관찰하여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자료를 학생이 써오면 그것을 토대로 교사가 학생부에 기록합니다. 학생부의 타당성이 의심되는 대목인거죠. 이 대목에서 타당성과 진정성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 넘어가죠. 교사가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진정성이 있어야죠. 그러나 교사가 학생을 관찰하여 학생부에 기록하는 내용에는 타당성이 중요합니다. 진정성과 타당성은 뉘앙스가 다른데요. 이는 빵집 주인의 진정성과 타당성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빵집 주인이 손님에게 친절한 것은 그의 진정성입니다. 그러나 빵맛이 좋은 것은 타당성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빵맛 때문에 그 빵을 사지 빵집 주인의 친절 때문에 빵을 사진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학생부에 기록되는 내용은 타당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면 한번 생각해볼까요? 어떤 선생님이든 제자가 좋은 대학에 합격하기를 바라는 건 똑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학생부 기록에는 타당성과 진정성이 모호하게 섞여있게 됩니다. 학생부가 대입 전형 요소인 이상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타당성 있는 학생부가 되는 것이고, 그래야 신뢰가 생기는 데 말이죠.

여섯 번째 대학입시의 그늘은 부모는 없고 학부모만 있다는 현실입니다. 2019년 초에 방송된 드라마 'SKY캐슬'은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교육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나라 학부모 모두 다 내 자식만 SKY를 가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적 교육관을 가집니다. 그리고 내 자식이 대학입시의 터널을 빠져나오면 모두 다 손을 털고 떠나갑니다. 내 자식의 대학입시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노후쯤이야 저당 잡힐 수 있다며 사교육에 올인합니다. 일단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학부모들이죠. 이러한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교육열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의 자기주도성을 갉아먹는다는 것이죠. 이렇게 커온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 방향을 부모에게 맡겨버립니다. 이런 아이들은 어떤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 곧바로 포기해버리는 습관을 가지게 됩니다. 지금까지 부모가 다 해주었는데 그 영역을 넘어서면 자기 할 일을 못하는 거죠.
#대학입시 #대학입시의 그느 #불평등 #사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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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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