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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이 된 강변 모텔, 이런 사연이 있습니다

부산 책방골목을 지키던 대우서점, 구례에 '섬진강 책사랑방'으로 새둥지를 틀다

등록 2020.11.18 11:05수정 2020.11.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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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1층의 모습 책방 1층엔 북카페가 마련되어 있어 차를 마시며 독서를 할 수 있다. ⓒ 신남영


지난 10월 14일, 코로나19 여파로 개업식을 진행하진 못했지만, 의미 있는 책방 한 곳이 문을 열었다. 이 헌책방은 멀리 사성암이 보이는 섬진강변 구례구역 맞은편에 새 둥지를 틀었다. 강변의 옛 모텔을 리모델링한 기발한 발상이지만, 왜 인구도 많지 않은 이 깊은 지리산 자락의 산골까지 오게 된 것일까. 

수해의 아픔 겪었지만... 천장에 닿을 정도로 가득한 책

부산 보수동에서 40년 이상 책방골목을 지켜 왔던 김종훈 대우서점 대표는 갈수록 악화되는 수익성에다 임대료 상승까지 겹치자 매장을 정리한다. 1978년부터 책을 사랑하는 부산 시민의 문화휴식처였던 대우서점이 낯선 구례 섬진강변으로 전격 이사하게 된 것.

하지만 구례를 할퀴고 간 지난 여름의 수해 때문에 하동에 임시 보관 중이던 수만 권의 귀한 책들이 물 속에 잠겨버렸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절망스러운 일이 생긴 것이다. 
 

2층 책방의 모습 2층 책방도 담소를 나누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신남영

 
그래도 3층까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많은 책들이 쌓였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책들부터 분야별, 역사별로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책을 보유하고 있었다. 개업일에 온 손님들은 초대를 받아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나가다 들른 사람들도 꽤 있었다.

2층에는 책을 읽으며 담소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1층엔 북카페도 운영되고 있었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도 신기해하며 도서관 같은 규모의 책들에 놀라는 눈치였다. 김 대표의 말에 의하면 앞으로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친근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아동물 코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손님 중엔 부산에서 운영하던 독서회의 멤버들도 멀리서 찾아와 서로 도우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일을 돕는 사람 중에는 구례에서 사는 젊은 분들도 있었다. 그는 "구례에도 이런 좋은 문화 공간이 생겼으니 독서회도 구성하고 군민들이 자유롭게 책을 가까이 했으면 좋겠다. 활발하게 독서 활동과 문화 행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책을 좋아하는 인연으로 시작, 여기까지 왔다"
 

단골손님과 환담중인 김종훈 대표 멀리 부산에서 온 단골손님은 부산의 명소가 사라져 아쉼다고 했다. ⓒ 신남영

 
사라져가는 책들에 열정을 갖고 이를 지켜내고 또한 나누고자 하는 김 대표는 "책을 좋아하는 인연으로 시작된 일이 여기까지 이르렀다"며 사모님과 함께 무료로 불교서적을 배포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떡과 과일을 챙겨주시기도 했다. 

옛말에 '한우충동'과 '남아수독오거서'란 말이 있지만 김 대표는 책을 정말 사랑하는 책부자임에 틀림이 없다. 시련을 이겨내고 섬진강변에 자리잡은 이 책방이 부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받길 바란다. 구례는 물론 전국을 대표하는, 책방과 책이 있는 문화 공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섬진강 책 사랑방 & 북카페 선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신월리 398

 

강변의 모텔을 리모델링한 <섬진강 책사랑방> 김종훈 대표는 강변의 모텔을 리모델링해 책방을 열었다. ⓒ 신남영

 

김종훈 대표에게 개업선물을 전달중인 필자 김종훈 대표는 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책부자이다. ⓒ 신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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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아티스트. 리뷰어. 2013년 계간 <문학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물 위의 현>(2015), 캘리그래피에세이 <캘리그래피 노자와 장자>, <사랑으로 왔으니 사랑으로 흘러가라>(2016), <캘리그래피 논어>(2018)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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