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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최초 가습기살균제, 위해성 검증 않고 먼저 제품 판매"

환경과학원, 1990년에 이미 기준 마련... 윤성규 전 장관·제조기업의 '과학적 불가지론' 비판

등록 2020.11.18 18:50수정 2020.11.1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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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 최예용 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최초 가습기살균제 개발경위 및 제품공급 과정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1990년 초기 가습기살균제 시장형성 과정에서 유공, 옥시, LG생활건강, 애경산업 그 어느 기업에서도 제대로 된 안정성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유성호

   
1990년대 국내 처음으로 가습기살균제가 개발될 당시 흡입 독성시험 기준이 존재했지만, 가습기 살균제 제조기업은 제품의 위해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먼저 제품을 출시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사참위)는 서울 중구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최초 가습기살균제 개발 경위 및 제품공금 과정'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사참위는 "조사 결과 1990년대 당시 과학기술 수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기업들이 제품 출시 전에 흡입독성시험 등 인체 안전성 검토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을 확인했다"라며 "1990년대 안전성 검증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손해도 입지 않는다는 잘못된 경험이 결국 2000년대까지도 이어져 가습기살균제 시장이 확대되고, 피해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라고 밝혔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참사"
 

사참위 “가습기살균제 개발당시,호흡 독성 안정 테스트 없었다” ⓒ 유성호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했다.

사참위는 "1992년 국내에는 이미 흡입독성시험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었다"라며 "당시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현 국립환경과학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시험지침과 각국의 시험 방법을 비교·검토해 '화학물질의 환경 위해성 평가연구(Ⅱ)'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급성 흡입독성시험 등에 대한 시험 방법 원리, 시험 보고서 작성 방법 등이 제시돼 있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1990년대 해외에는 현재 국내 수준과 같은 흡입독성시험기관이 있었다"라며 "미국과 일본 등의 흡입독성시험 기관에서는 화학물질 흡입 시 흡수와 분포, 대사, 배출에 관련된 연구 등과 같은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었고, 흡입독성시험 관련 연구논문도 다양하게 발표됐다"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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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 김유정 조사1 과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최초 가습기살균제 개발경위 및 제품공급 과정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애경산업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 라벨에 ‘인체 에 흡수되더라도 전혀 해가 없다’는 문구로 허위광고를 통해 출시됐다며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가습기살균제가 어떻게 안전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판매됐는지도 설명했다.

사참위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유공의 '가습기 메이트'이다. 유공 내 사내 벤처 형식으로 조직된 유공 바이오텍사업부라는 곳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당시 제품에 사용한 물질은 우리가 흔히 샴푸 등에 보존제로 사용하는 CMIT·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가 함유된 KAthon CG이다.

하지만 이 제품을 개발했던 유공 바이오텍사업부 연구팀에서도 '인간에게 직접 접촉을 유발하는 이 제품을 상품화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가습기메이트에 대한 6개월 흡입 노출 시험을 의뢰,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1995년 7월 유공 바이오텍 사업에 전달됐다. 보고서는 CMIT·MIT을 흡입한 쥐에게서 '백혈구 수 감소라는 경향성을 보이니 정확한 결과를 위해서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보고되기 전인 1994년 11월 16일 유공의 가습기메이트 출시를 알리는 기사가 <매일경제>와 <조선일보>에 게재됐다. 또한, 유공은 보고서를 받은 후 추가 실험을 하지 않았으며, 제품이 판매를 중단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후 1994~1997년까지 옥시와 LG생활건강, 애견산업 등이 유공 가습기메이트를 벤치마킹해 살생 성분 등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결정하고 제품을 출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일어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김유정 조사1과장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참사"라고 평가하며, 가습기살균제 출시 기업들의 제품 개발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 과장은 "유공 가습기메이트 출시가 가지는 의미는 유공 가습기메이트의 출시가 동종업계에 미친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유공을 시작으로 이후 1996년에는 옥시에서, 1997년에는 LG생활건겅과 애경산업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가습기살균제라는 영역의 한 시장이 형성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공 가습기메이트가 제시했던 사용 방법인 물에 직접 가습기살균제를 넣어서 가습기를 가동하라는 방법 이후 출시된 모든 상품에도 적용되었다"라며 "그 결과 가습기살균제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인체에 흡입되어 건강피해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관리·감독했다면, 참사 일어나지 않았을 것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최예용 부위원장은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과 일부 가습기살균제 제조기업들은 제품이 개발될 당시 과학기술로는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을 알지 못했다는 이른바 '과학적 불가지론'을 주장한 바 있다"라며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사참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환경부가 이미 만들어져 있던 가이드라인(흡입독성시험 기준)을 정확히 지키도록 관리·감독하고, 기업들도 잘 따랐다면,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쓴소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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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최초 가습기살균제 개발경위 및 제품공급 과정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기자가 가습기 살균제 라벨에 적힌 문구를 살펴보고 있다. ⓒ 유성호

 
 
#가습기살균제참사 #가습기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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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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