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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발의안'보다 약한 공정경제 5법, 더 후퇴시키려는 민주당

[공정경제 5법 연속 기고 ⑤ 끝 ] 민주당, 재계 말고 국민에 응답하라

등록 2020.11.19 17:56수정 2020.11.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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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경제 3+2법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공정경제 3법이란, 2020년 8월 31일 정부가 제출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일부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이릅니다. 여기에 가습기살균제 사태, DLF·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의 재발 방지를 위한 집단소송법, 징벌배상법 제정안을 더하면 공정경제 5법이 됩니다.

그러나 재계는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마치 '기업활동이 마비 상태에 놓이는 것'처럼 주장하며 전방위적 무산 시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 5가지 법은 기업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그 동안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기업이 이용되는 등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져있던 운동장을 바로잡고, 방만한 계열사 확장, 금융복합기업의 부실 전이 방지, 소비자 권익보호 등을 위해 꼭 필요한 법입니다.

이에 재계 반대 주장의 어불성설을 논박하고 공정경제 3+2법의 의미를 짚어 시민들이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리즈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 기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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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이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 개정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태초에 공정경제 5법이 있었다. 상법 일부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집단소송법 제정안, 징벌배상법 제정안(징벌적 손해배상제). 완벽하게 통과된다면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남용을 막고, 소비자 복리후생에 기여하여 경제민주화에 혁혁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법안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목표로 삼고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 소비자 피해구제 강화 등을 세부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소위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위시한 재계는 이 법안들이 마치 기업들을 망하게 하는 법안인 것처럼 선전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이는 최근 포털을 장식한 언론들의 머리기사만 훑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제목만 대충 훑어 보았을 때는 이 법안들의 내용이 기업의 줄도산이라도 가져올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극단적이다.

- 공정하지 않은 '공정경제 3법' 답답한 재계(2020. 9. 2. 아시아경제)
- "경제에 눈 · 귀 닫고"…공정 3법 반발하는 재계(2020. 9. 21. SBS뉴스)
- 공정경제3법 만류한 재계, 면전서 퇴짜 놓은 '강경' 이낙연(2020. 10. 6. 한국일보)
- 재계의 절박한 호소 "지금은 코로나 위기 극복할 때…공정경제3법 미뤄달라"(2020. 10. 6. 뉴스핌)
- 기업규제 3법은 답정너… 재계 하소연에 귀 닫은 여당(2020. 10. 15. 한경닷컴)


보수언론과 재계의 연합 전선


그럼 재계가 가장 무서워(?)하는 상법의 예를 들어 도대체 이들의 걱정이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회사는 이사 총수 과반수 이상인 3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며, 주주총회 보통결의(의결권자 과반수의 출석 및 출석자 과반수의 찬성)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이 경우 이사 선출권은 대개 의결권을 많이 가진 총수 일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런데 기존 상법의 경우 이사를 먼저 선임한 후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하도록 하여 감사업무의 독립성이 훼손될 여지가 많았는데, 정부 개정안에서는 감사위원 중 1명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하여 선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 선임제'는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소수 지분을 가진 해외 투기자본에 경영권이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기술('공정경제 3법' 각의 통과… "경영권 흔들린다" 기업 호소 외면)한 바 있다.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3%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동일 적용되며, 이들이 연합할 가능성도 극히 낮다. 그리고 설령 이들이 연합해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1명 뽑았다고 한들 사실상 의미가 없다. 이사회 의결은 출석 이사의 과반수가 찬성해야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재계가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가 배임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상장회사의 경우 0.01%)의 주식을 가진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재계는 이를 모회사 주주의 자회사 경영 간섭 행위라며, 이를 따르면 소송이 매우 잦을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개인적 소송이 아니라, 이사의 비위 행위로 인한 손해를 회사에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경영 간섭도 아니며 소송 남발 가능성이 애초에 높지 않다.

재계 맞춤형 법안 만들려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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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경제민주화의 날 선포 기자회견'이 9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경제민주화 119선포단' 주최로 열렸다. 경실련,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들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 기업과 총수일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관대한 법제도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국회에서 논의중인 경제민주화 5법(상법, 공정거래법, 집단소송법, 하도급법, 유통법) 처리를 촉구했다. ⓒ 권우성

지난 11월 16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업규제 3법의 쟁점과 문제점 긴급 좌담회'에서 김선정 동국대 석좌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다중대표소송을 규정하는 나라가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도이고 이마저도 실제 진행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논지를 밝혔는데, 이 말대로라면 이 제도가 한국에 도입되어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법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또 최완진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다중대표소송을 걸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400억 원에 불과하며, 투기세력은 이 돈만 있으면 삼성전자와 그 자회사 7곳에 한꺼번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게 잘못된 말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비상장 계열사의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대신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뿐, 이사가 회사에 대한 주의·성실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면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을 외국인 투자자의 소송 남발 가능성으로 해석하여 법 통과를 막으려는 재계의 파렴치한 시도에 헛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 와중에 여당이 이에 발맞추어 그나마 부족한 상법 개정안을 더욱 재계 맞춤형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4일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법 일부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재계 의견도 반영해서 기업을 옥죄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

같은 달 9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산하 공정경제3법 태스크포스팀(TF)이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 의제인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합산 3% 의결권 제한을 개별주주 3%로 후퇴한 안으로 상임위에 올려 논의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해졌다. 개별주주의 3%의 의결권을 모으면, 여러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가 많은 재벌계열사 특성상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의미가 없게 된다.

촛불로 세운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참여연대 등이 소속된 재벌개혁경제민주화네트워크는 지난 10월 여야 당대표에게 공정경제 5법 관련 면담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우리를 만나려 하지 말고, 국민의힘을 만나서 설득을 하라"는 식의 부적절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번 정부 발의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2016년 7월 4일 김종인 대표발의)과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법무부가 입법예고했던 상법 개정안에 비해서도 상당히 후퇴한 안임을 감안하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순실씨,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든 촛불의 힘으로 세워진 정부가 이런 식으로 재계의 농단에 다시 휘둘려서는 안될 것이다. 재계는 진실을 호도하고 공정경제 5법을 누더기로 만들려는 더 이상의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80여 석의 과대 의석을 선점하고도 노동·시민단체의 의견에는 귀를 닫고 재계의 말만 듣고 애초의 법안을 후퇴시켰다가는 또다시 분노에 찬 시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벌써 11월 정기국회 회기가 절반이 넘어가고 있는데 공정경제 5법은 논의 테이블에도 제대로 오르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말 민생을 위한 정당인지, 재벌 등 소수 권력을 위한 정당인지는 이번 정기국회 결과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재계와의 야합을 중단하고 진짜 민생을 위한 공정경제 5법의 통과를 위해 힘쓰길 바란다.

[관련기사] 
[④ 집단소송법·징벌적손해배상법] 글로벌 기업들, 한국 소비자만 만만하게 보는 덴 이유가 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지우 간사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공정경제5법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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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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